SK, 분리막도 접었다... 'Z폴딩' 도입, 현재까지 '화재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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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분리막도 접었다... 'Z폴딩' 도입, 현재까지 '화재 0건'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3.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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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2022'서 NCM9 제품 공개
업계 최대 니켈 90%... 분리막 Z폴딩 기술 적용
배터리셀 3억5천만개 생산... "화재 보고 없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중이지만... 시기상조"
"에너지 출력 낮아 상용화까지 먼 길"
사진=시장경제신문
사진=시장경제신문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만큼 제작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출력량도 저조할뿐더러,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전담 법인인 SK온이 배터리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에 'Z폴딩' 기술을 적용, 화재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앞서 회사는 양극재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하이니켈 모델 'NCM9'을 개발했다. 

SK온은 17일 서울 서초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2'에서 분리막 'Z폴딩' 기술이 접목된 NCM9 제품을 공개했다. 이같은 사실은 배터리 사업 전략에 관한 회사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소재 개발의 벽에 가로 막힌 상황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버전업'에 주력하겠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성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적은 비용으로 즉시 활용 가능한 대안을 찾아 점유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배터리2022' 행사장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난 SK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차전지(배터리) 4대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이다.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고출력을 내야 하는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력 제품인 3원계 배터리는 중량 대비 출력이 우수해 전기차 동력원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문제는 화재 내지 폭발 위험성이다. 3원계 리튬이온전지 양극활물질로 쓰이는 니켈,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 액상 전해질, 음극활물질 구성 물질인 흑연, 실리콘 등은 내열성, 내화학성이 취약하다. 외부의 강한 충격 등 여려 원인으로 온도나 압력이 올라가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합성섬유 재질의 분리막을 설치하고, 양극활물질로 코발트와 망간을 추가하는 근본 이유는 화재 위험 사전 차단에 있다. 배터리팩에 냉각장치를 탑재하는 이유도 같다. 특히 분리막은 배터리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소재이다. 외부 충격이나 배터리 내부 화학반응으로 분리막이 훼손되면 화재는 언제든 일어 날 수 있다. 

액상 전해질은 '계면저항'이 낮아 양극 및 음극과의 접합이 우수하고, 이온 전도도가 매우 높아 고출력을 내는데 유리하다. 반면 액상 전해질은 고압·고압 상태에서 발화 위험이 상존한다. 리튬이온전지의 화재 위험성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저해하는 장애요소이다. 난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것이 전고체 배터리이다.
 

전고체 배터리, 화재 위험 0%
이온전도도 낮아 배터리 성능 기대 이하 

전고체 배터리는 말 그대로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고체 전해질을 쓰기 때문에 니켈 등 활물질 사이 화학반응, 액상 전해질 자체의 가연성, 분리막 훼손에 따른 화재 위험 등 액상 전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소할 수 있다. 이론상 화재 위험성은 0%이며, 배터리를 칼로 자르거나 구멍을 내도 안전하다.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는 가야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전고체 배터리의 높은 계면저항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계면저항이 높다는 말은 고체 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그만큼 불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낮은 이온전도도는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계면저항이 낮은 고체 전해질 소재 개발이 우선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 결과는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다.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와 한국의 삼성SDI가 이 분야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전용 파일럿 라인 설치 소식을 알려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SK온 역시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동 연구를 위해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한화 약 364억원)를 투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사진=시장경제신문

 

'분리막 Z폴딩'... 화재 위험 대폭 줄여
3억5천만개 배터리 중 화재 보고 '0건'

SK온이 인터배터리2022 전시회에서 주력으로 내세운 제품은 Z폴딩 기술이 접목된 'NCM9' 배터리이다. 배터리 내 분리막을 Z모양으로 접어 안정성을 크게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셀은 3억 5000만개 생산됐지만 화재 보고는 한 건도 없었다"며 "에너지 출력을 좌우하는 니켈의 비중도 현존하는 배터리 중 가장 높은 9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NCM9이 탑재된 전기차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K온은 현대차 GV60, 벤츠 EQA, 페라리 SF90 스파이더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장에는 SK 배터리가 탑재된 슈퍼카들이 전시돼 마치 모터쇼와 같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분리막이 Z모양으로 겹겹이 쌓여있기 때문에 중간에 구멍이 나더라도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낮다"며 "화재가 나더라도 규모가 커지기 전에 진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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