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내부 보고서 어디에도 '이재용 승계 내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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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내부 보고서 어디에도 '이재용 승계 내용' 없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7.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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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삼성 합병 의혹' 8차 공판 분석
사업 시너지가 합병목적... 檢공소장 판단과 달라
내부 보고서상 기재, 공시자료 내용과 동일
재판장도 내부 보고서 기재 사실에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4개월여 전인 2015년 5월, 그룹 옛 미래전략실이 내부 보고서를 통해 두 기업 합병의 주요 목적을 '사업 시너지 효과 강화'라고 기재한 사실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확인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분식회계, 업무상 배임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삼성바이오 회계·삼성 합병 의혹’ 8차 공판을 진행했다.

변호인단은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합병 TF에서 작성해 사내이사에게 보고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모직-물산 합병의 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성장 동력 확보 ▲양사 통합운영을 통한 효율제고 ▲해외진출 가속화 등을 꼽았다. 

비슷한 시기 삼성물산 임시이사회가 보고 안건, 삼성물산 공시자료 등에 기재된 합병의 주요 목적도 위 내용과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10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분식회계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을 스모킹건으로 제시했다. 프로젝트G는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범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모직-물산 합병은 프로젝트G의 핵심 이벤트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검찰은 두 기업 합병 과정에서 물산 주가는 낮추고 모직 주가는 높이는 방법으로 위법한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미전실이 그룹 주요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으며, 모직-물산 시세조종은 물론 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역시 보고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기소 전부터 두 기업의 합병은 각 사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검찰이 그리는 시세조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았고, 이런 위법행위를 기획할 이유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합병 이전부터 모직은 주식시장에서 상승흐름을 이어갔고, 물산 주가는 상대적으로 하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산 주가는 낮추고, 모직 주가는 높이는' 시세조종의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항변의 주요 요지이다. 

내부 보고서는 은밀성을 띈다. 내부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기 때문에 외부 공시자료처럼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 내부 보고서가 합병의 효과를 '사업 시너지 효과 강화'로 기재했다는 사실은 '모직-물산 합병의 목적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있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진다. 

이날 공판은 전 삼성증권 IB팀장 A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대신문, 검찰 재주신문, 변호인단 재반대신문 순으로 진행됐다. 

A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직원들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프로젝트G’ 문건 작성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검찰은 이 사건 첫 증인으로 A를 지목, 세 차례 공판에 걸쳐 주신문을 진행했으나 기대한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A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일관되게 "시세조종은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이 스모킹건으로 판단한 '프로젝트G 문건'의 성격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기밀 문건이 아니라, 글로벌 해지펀드와 금산분리정책 등 국내외 경영 리스크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객용 자문서'"라며 검찰 시각과 전혀 다른 증언을 했다.  

지난달 6일부터 이 사건 첫 증인으로 출석한 A는 이번 공판까지 7회 연속 출석했다. 
 

합병목적, 공시자료와 내부 보고서 사실상 일치
재판장, 내부 보고서 합병목적 기재에 관심 

변호인단은 15년 5월 삼성물산 공시자료, 같은 회사 임시이사회 안건자료, 합병TF가 내부 임원에게 보고한 보고서를 차례로 제시하면서 합병목적과 기대효과의 동일성 여부를 질문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위 문건은 합병목적 및 기대효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성장 동력 확보 △양사 통합운영으로 효율성 제고 △해외 진출 가속화 등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외부주주 설명용 자료와 내부 보고용 문건에 기재된 합병목적·기대효과가 사실상 일치한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내부보고용 문건에 기재된 합병목적이 외부 공시자료와 동일하다는 사실에 관심을 나타냈다. 재판장은 "내부보고용 문건에 외부(주주 설득을 위한) 찬성 목적이나 이유를 기재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A는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진 보고 내용으로 주주를 설득하기 때문에 다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 부분 증인신문 내용 발췌. 

변호인 : 15년 5월 삼성물산 공시자료입니다. 합병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로 양사 통합으로 건설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상사 부문 해외 인프라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 주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사업 추진, 건설·상사·패션·식음·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제시하고 있죠? 

증인 : 네. 

변호인 : 삼성물산 임시이사회 심의 안건 증거 제시합니다. 여기에서는 합병의 목적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신성장 동력 확보, 양사 통합운영으로 효율성 제고, 해외 진출 가속화 등이 적시돼 있습니다. 

증인 : 네. 맞습니다. 

변호인 : (2015년 5월 삼성물산 합병TF가 사내이사에게 보고한 문건 제시하면서) 
합병목적 및 기대효과로 앞세 제시한 자료(삼성물산 임시이사회 문건, 삼성물산 공시자료) 와 동일한 내용이 기재돼 있어요.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이 보고서 외부공개용 아니라 사내이사 보고 목적으로 작성됐고. 2015년 5월 실제 보고된 문건입니다. 내부부고용 문건에는 외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합병 찬성 목적이나 이유는 기재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어떤가요? 

증인 :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 내부보고용 문건이잖아요 증인. 외부 찬성 목적이나 이유 기재할 이유 없어 보이는데 증인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증인 :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진 보고 내용으로 주주를 설득하기 때문에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변호인 : 지금 확인된 삼성물산 내부보고서, 공시자료, 이사회 안건자료가 거의 동일한 내용이죠? 

증인 : 전체적으로 그런 거 같습니다. 합병목적이 다르게 기재된 것 같지 않습니다.

변호인 : 증인은 양사 합병이 터무니 없거나 기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반대인가요. 

증인 : 경영진이 추진하는 내용이고, 외부에서 봤을 때도 늘 나왔던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합병 목적 내지 기대효과의) 달성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지만 저런 효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던 상황입니다.

차회 공판기일은 이달 8일 열린다. 모직-물산 합병태스크포스(TF)팀 소속 전 삼성증권 부장 이 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을 7월 22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법원 휴정기를 거쳐 8월 12일부터 12월 23일까지 9월23일을 제외하고 매주 목요일 재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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