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판 증인 "모직-물산 합병 검토, 지시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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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증인 "모직-물산 합병 검토, 지시 받은 적 없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8.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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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삼성합병 의혹 12차 공판 분석
檢 "이재용,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 합병 추진"
'모직·삼바 상장 담당' 前 미전실 직원 증인 출석
"증권가 시나리오 업데이트 차원서 합병 자발적 검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검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검토된 문건을 본 적 있는가"
증인 "문건 자체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검찰 "모직-물산 합병 검토를 지시 받은 적 없느냐"
증인 "그런 지시는 없었다"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합병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으며, 그 목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였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증언이 전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의 법정 진술을 통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는 19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1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2014년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삼성증권 C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C는 삼성증권에서 삼성생명, 삼성SDS, 제일모직,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대한 상장업무를 맡았고, 미전실 합류 이후에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자금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이날도 ‘프로젝트G’ 문건과 C가 작성한 회사 업무수첩, 미전실 직원 등과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공소사실 입증에 주력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에버랜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의 근본 목적이 이 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에 있으며,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이고 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삼성 미전실 주도로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공판을 시작하면서 "삼성 미전실은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모직-물산 합병을 추진했다"는 새로운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젝트G’는 이 부회장 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와 지배력 극대화를 위해 작성된 기획문건이다. 검찰은 동 문건 핵심 내용을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으며, 직접 세부 프로그램을 지시하거나 적어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C팀장으로부터 이왕익 전 미전실 전략1팀 자금파트 전무,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1팀장(사장),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 이 부회장 순으로 업무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도 이같은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C팀장에 대한 신문을 이어갔다. 다만 검찰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C팀장은 모직-물산 합병 계획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문건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공소사실과 전혀 다른 증언을 했다.

특히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따로 받은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행계획서로 프로젝트G 문건을 만들었고, 그 내용에 따라 모직-에버랜드 합병, 모직-물산 합병이 순차 진행됐다는 검찰 시각에서 본다면 C팀장의 증언은 당혹스럽다.

 

"모직-물산 합병 검토 문건 본적 있느냐"

”문건 자체가 없었다“

다음은 이 부분 C팀장의 법정 증언 중 일부이다. 

“제일모직(舊 에버랜드) 상장이 2014년 12월에 완료됐기 때문에 상장 이후에는 지배구조 개편 등 전망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통해 많이 나왔던 상황이다. 2014년 1월 미전실로 발령받은 후 실무자로서 시장에서 나온 시나리오들을 업데이트 한다는 차원애서 자발적으로 검토했다.”

이어 C 팀장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된다는 건 이사회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기억하기로는 삼성물산 이사회가 합병안을 검토하고 회사에서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일모직 상장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검토된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문건 자체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양사에서 합병을 위한 TF가 결성된 이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회장 지시 따라 합병 검토한 것 아닌가"
​​​​"논리적 비약"

이에 검찰은 ‘프로젝트G’ 작성자인 삼성증권 A팀장이 2013년경 C팀장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에버랜드 상장 추진문건’을 제시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회장님께서 허락하시면 에버랜드와 물산 합병을 검토해보겠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미전실에서 회장 내지 경영진의 지시를 받으면 그룹의 정책 추진 방향을 검토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C팀장은 검찰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메일 내용에도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돼 있어 확정적인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해서 당시 합병이 이뤄질 것을 알았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공판에서 최 팀장이 작성한 업무 수첩 사본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증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수첩에는 ‘특수2부’, ‘한동훈 검사’, ‘신동빈’, ‘형사 사건 증거 끝까지 부인’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수첩에 대해 검찰은 “미전실 소속으로 주요 역할을 한 증인에게 ‘수사를 받더라도 끝까지 부인하라’고 (누군가 지시한 사상을) 적어 놓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C팀장은 “어느 시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특별히 조사받거나 한 상황은 아니라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했던 업무가 미전실에서 대기업들을 관할하고, 여러 가십거리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얘기를 나누던 중 메모한 것 같은데, 오래전 일이라 확실한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변호사 조언에 따라 증언을 끝까지 부인하라고 (지시 받은 것) 아니냐”고 거듭 물었으나 C팀장은 “그렇게 오해하실 수 있지만, 당시 롯데를 담당했던 친구가 얘기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누구를 통해서 지시를 받거나 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 13차 공판은 이달 26일 열린다. C팀장에 대한 검찰 주신문이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 13차 공판에서는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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