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로젝트G 문건, 이재용 승계용 아닌 해지펀드 방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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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프로젝트G 문건, 이재용 승계용 아닌 해지펀드 방어용"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6.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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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물산 합병 의혹' 5차 공판
前 삼성증권 팀장 "승계 목적 문건 작성 안 했다"
"해지펀드, 금산분리 등 경영리스크 대응 필요"
檢 공판 전략 수정 불가피... 변호인 반대신문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5차 공판에서 전 삼성증권 팀장 A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기획안’으로 판단하고 있는 ‘프로젝트G’ 문건의 작성 목적과 관련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글로벌 해지펀드, 금산분리 등 국내외 경영리스크에 대응해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그는 “문서(프로젝트G) 작성 당시는 물론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계획안이라는 취지로 작성한 바 없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A는 프로젝트G 문건에서 ‘승계’라는 단어가 언급된 이유를 묻는 변호인단 질문에 ‘지분 승계에 따른 상속세 납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특정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문건을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는 10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호인단은 ‘프로젝트G’ 문건 관련 실무 업무를 담당한 A를 불러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A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직원들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검찰은 A를 이 사건 핵심 증인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6일부터 3차례에 걸쳐 주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까지 합하면 A는 4회 연속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A가 작성에 관여한 '프로젝트G 문건‘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측이 범 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기획안'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G 문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고, 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시세조종을 기획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역시 검찰이 바라보는 기본 틀은 같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콜옵션 부채를 은폐하는 등 회계 분식이 진행됐다는 것. 검찰의 이 사건 공소장은 이런 뼈대 위에 작성됐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A의 증언을 통해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A에 대한 증인신문은 검찰의 의도와 다르게 흘렀다. A는 이 사건 핵심 혐의인 시세조종 의혹을 부인헤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그는 프로젝트G의 성격과 관련돼 '투자자문사(IB)가 고객사에 제공하는 지배구조 개편 자문서'라고 밝혔다. A의 증언은 검찰 공소사실에 정면으로 반한다.

A는 검찰이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선택한 이 사건 첫 검찰 측 증인이다. 그런 증인이 공소사실과 상충되는 진술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검찰의 공판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프로젝트G' 작성 배경, 
해지펀드 출현, 순환출자금지...
국내외 리스크에 경영권 위협 현실화

변호인단은 과거 2004년 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 5%가량을 취득 공시하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삼성 측 보유 지분은 10.8%에 불과했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기존 4.5에서 7.2%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지분은 취약한 상태였다.

A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분쟁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기적 시세차익을 얻으려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펀드들이 해외에 많아서 최악의 경우 경영권이 넘어가는 위험이 상존했다.”

A는 2010년 10월 쯤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에 대한 순환출자금지와 금산분리 강화, 일감몰아주기 제재 방안 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 즈음부터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방안을 그룹 내부에서 검토했다고 부연했다. A는 그 이유를 “해당 규제들이 입법될 경우, 계열사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이 불가피해져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G는 자문서... 그것만으로 합병 결정한 것 아니다"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사익을 위해 추진됐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프로젝트G 문건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 시점을 임의로 선택해 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하고, '합병은 적정했다'는 내용의 회계보고서를 조작·유포했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반면 A는 “프로젝트G 문건에 합병 방안을 기재한 것만으로 실제 합병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선 경영진의 결정과 이사회 승인, 주총에서의 주주 승인 등을 거쳐야 한다”며 “합병이 여러 검토를 거쳐 진행되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검토한 것일 뿐, 문건만으로 실행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A에 대한 검찰 주신문과 변호인단 변호신문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순환출자금지 등 규제가 입법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 ‘경영권 안정’과 ‘지배구조 개선’이 화두로 떠올랐고, 프로젝트G 문건은 다각적 측면에서 그 해법을 살핀 자문서였다. 문건에 기재된 삼성 계열사 합병방안 역시 이런 필요성에서 선제적으로 검토됐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검찰과 변호인단은 특정 로펌의 ‘수사팀 인사 영입설’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두달 전, 수사팀에 있던 검사가 퇴임한 뒤 김앤장에 영입돼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법적 윤리적 문제를 떠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한 검찰 측 일원이 변호인단의 법률사무소에 들어간 것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막연한 이야기를 마치 기정사실처럼 발언하는 것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 측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수사 검사가 김앤장에 갔다는 것도 몰랐고 그렇다 해도 그게 증인신문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공소사실 증명은 객관적 증거로 해야지 변호인 증인신문을 마치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자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사건 6차 공판은 이달 17일 오전 10시에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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