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모직 합병비율 조작 불가능... '이재용 승계용' 檢주장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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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모직 합병비율 조작 불가능... '이재용 승계용' 檢주장 모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6.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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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삼성 합병 의혹 6차 공판 분석
'프로젝트G' 작성자 前 삼성증권 팀장 신문 2회차
檢 "15년 4월22일~5월22일 매일 합병비율 계산"
"5월 12일, 합병 이사회 개최일자 26일로 결정"
"계산을 근거로 개최일 선택... 시세조종 증거"
檢 주장 맞다면 12일 이후 비율계산 의미 없어
辯 "검찰 주장 앞뒤 안 맞아... 의견서 낼 예정"
A "일자별 시뮬레이션... 합병자문사 통상 업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법 경영 승계 혐의 유력 증거로 보고 있는 ‘프로젝트G' 문건 작성자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밝혔다. '프로젝트G‘는 사업의 긍정적 방안을 검토·자문한 문건일 뿐, 그 내용 자체가 삼성 미래전략실의 결정을 담은 것은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재판장 박정제·주심 박사랑)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6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변호인단은 지난 공판에 이어 ‘프로젝트G’ 문건 관련 실무를 담당한 A에 대한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A는 2004년부터 2018년 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삼성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임직원들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검찰은 '프로젝트G' 내용에 따라 2012년 제일모직-에버랜드 합병부터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까지 이어지면서 계획적·조직적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에버랜드를 제일모직 일부와 합병하고,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논리이다.

특히 검찰은 모직-물산 합병의 경우, 이 부회장 지배력 극대화를 위해 합병 전 물산 주가를 고의로 낮추고 모직 주가는 높이는 시세조종이 이뤄졌으며, 이런 범행사실을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적어도 이를 알고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가장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함으로써 두 회사의 합병비율 산정도 삼성 측이 의도한대로 결정됐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검찰의 이 사건 공소장은 이런 시각 아래 작성됐다. 

검찰은 앞선 4차 공판까지 A에 대한 주신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입증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A는 주신문 내내 공소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프로젝트G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기밀 문건이 아니라, 글로벌 해지펀드와 금산분리정책 등 국내외 경영 리스크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객용 자문서'였다는 것이 A 증언의 요지였다. 무엇보다 그는 일관되게 시세조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A는 이날도 “(검찰 조사에서) 제가 이해하고 있는 것 (검찰의 시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합병에 유리한 주가 인위적 조작 불가능"...
檢 주장 정면 반박

재판에서 공개된 문건 중에는 합병비율을 체크한 문건도 있었다. 2015년 5월 26일 이사회 합병 결의 전까지 're:daily 합병비율 체크‘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검찰은 삼성 측이 유리한 합병비율을 정하기 위해 4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달 간 매일 합병비율을 체크했고 5월 12일, 이사회 개최 일자를 같은 달 26일로 정했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의 위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다. 검찰 주장에 따르면, 삼성이 합병 이사회 개최 일자를 26일로 정한 건 같은 달 12일이다. 일자별 예상 합병비율을 추산해 26일 합병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 12일 이후에는 일자별 예상 합병비율을 산정할 이유가 없다. 

변호인단은 "이 부분에 대해 의견서를 낼 건데 검찰 주장은 말이 안 맞는다"며 즉각 반박했다.

일자별 예상 합병비율 체크 문건에 대해 A는 “합병비율을 체크한 것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바뀌는지 보는 차원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를 어떻게 바꾸고, 날짜를 어떻게 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프로젝트G, 모직-물산 합병 없이
독자경영 전제로 한 구조조정 방안도 담겨 

이날 변호인단이 공개한 프로젝트G 문건에서 눈에 띈 것은 상속세 재원 마련 부분이다. 문건에 따르면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해 ▲현 지배구조 유지 상태에서 검토 ▲생명금융지주 전환 상태에서 검토 ▲사업분할을 가정해 검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각각 분할해 검토 하는 등의 방안이 기재됐다. 결과적으로 위 방안은 모두 실행되지 않았다.

검토된 방안 중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지 않고 독립운영을 전제로 한 내용도 발견된다. 문건 작성 시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2015년 1월 당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예정돼있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A는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져있거나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업무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제일모직, 에스원 사업조정 각사에 이익... 언론 주주 시장 모두 긍정 판단" 

제일모직-에버랜드 간 합병의 성격과 관련해서도 다른 증언이 나왔다. 변호인단 반대신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제일모직은 2013년 9월 이사회를 열고 직물·패션 관련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패션사업은 에버랜드에 맡기고, 전자·핵심소재 사업에 집중한다는 경영계획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은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했다. 전자·핵심소재 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70%가량을 차지하며 제일모직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변호인단은 에버랜드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고 각 계열사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사업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판에서 공개된 프로젝트G 문건에는 에스원이 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이 기재돼 있다. 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의 경우, 호텔신라에 넘기는 방안이 담겼다. 

A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경영진,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된다”며 “전체적으로 절차적 적법성이나 경영진 필요성, 사업 필요성 다 고려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에버랜드, 제일모직, 에스원 사업조정은 각사에 이익이 됐고, 당시 시장과 언론, 주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 같다”며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어서 오해를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합병 전 모직 주가는 상승, 물산 주가는 하락
시세조종 이유 없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의 시세조종 혐의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장면도 연출됐다. 변호인단은 2015년 초 제일모직이 글로벌 지수에 편입돼 주가가 10조원 가량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A도 “글로벌 지수에 편입된 것만으로도 지수의 가중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펀드들의 투자가 이어져 주가가 상승한다”며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세였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증권 보고서에서는 ‘삼성물산이 업황 호조세를 반영할만한 주택시장 비중이 낮아 매출둔화가 예상되고, 해외 프로젝트 불확실성으로 상승 기폭제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하락세였던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G 문건은 자문서에 불과
내용 담겼어도 실행 안 된 사례 적지 않아

프로젝트G 문건에 적혀있다고 해서 그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급식식자재 사업의 경우, 호텔신라가 인수하는 방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젝트G 문건에 기재된 내용들이 삼성증권 IB팀에서 자문한 내용에 불과하다는 A의 주신문 증언과 부합한다.  

검찰 주장대로 프로젝트G가 미래전략실에 의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실행된 것이라면, 호텔신라가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A는 “호텔신라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식음료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됐지만, 호텔신라의 브랜드 이미지 손상 우려가 있었다”며 “내부에서 어떤 검토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당 방안은 실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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