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8> 왕들의 송이버섯 사랑과 진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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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8> 왕들의 송이버섯 사랑과 진상품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2.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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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대왕 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대왕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임금이 환관을 사신에게 보내 송이(松茸)를 선물했다.” <세종 1년 9월 1일>

세종대왕은 한양을 방문한 명나라 사신에게 송이버섯을 연거푸 보낸다. 한 번은 세종 1년 9월 1일이고, 또 한 번은 이틀 후인 9월 3일이다. 임금의 송이버섯 선물은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을 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그만큼 왕이 즐기고, 조선에게 가치 있게 생각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최주리 한의사

버섯 중의 으뜸인 송이버섯은 각 지역의 대표 진상품으로 올라있을 정도다. 왕실 진상의 역사는 신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신라 성덕왕에게 송이버섯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송이버섯은 왕에게 사랑받은 최고의 식품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는 송이버섯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중국 사신으로 조선통(朝鮮通)인 황엄은 송이버섯의 진가를 안 듯하다. 그는 조선에 최소 14차례 사신으로 왔다. 사신은 왕이나 왕자 또는 대신이 베푸는 피로연에 참석한다. 최고의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 회식에 진상품인 송이버섯도 올랐다. 조선통인 황엄은 송이버섯 향에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명나라 외교사절이 입국하면 조선의 관료들은 양국의 현안은 물론이고 사신의 신상정보를 낱낱이 파악한다.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한 정보는 임금에게 세세하게 보고된다. 따라서 세종대왕은 명나라 사신인 황엄의 섭생과 기호를 알고 송이버섯을 선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나라 사신 환영연에서는 송이버섯이 특산물로 올랐다. 선조 때 홍천현감을 지낸 심희수는 사신 접대용으로 지역에 할당된 송이버섯 세 사발을 확보하기 위해 백성들이 힘들어한 사정을 토로한다.

조선의 송이버섯 효능은 알음알음 중국에도 알려진다. 이에 세종대왕은 명나라 황제인 선덕제에게 보낸 선물에 송이버섯도 넣는다. 명나라 사신은 아예 귀국 때 가져갈 물품으로 송이버섯 적시도 한다. 단종 즉위년 11월 12일 강맹경과 이변은 중국 사신 김유(金宥)와 송이버섯의 양을 상의한다. 강맹경 등은 “생송이인 침송균(沈松菌)과 마른송이인 건송균(乾松菌)을 준비했습니다. 양이 적당합니까”라고 물었고, 김유는 “선물의 양은 귀국에서 결정하십시오”라고 답한다.

송이버섯은 조선왕조실록에 송균(松菌), 송심(松蕈), 침송이(沈松茸), 생송이(生松茸), 건송이(乾松茸), 건송균(乾松菌), 엄송균(醃松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나온다.

세조 때 강화유수인 권지는 품질이 떨어지는 송이버섯을 진상한 게 빌미가 돼 파직되기도 했다. 같이 진상한 개성의 백성 전봉의 품질 좋은 송이와 비교가 됐던 것이다.

연산군은 귀한 송이버섯 확보를 위해 백성이 들어오지 못하는 금표(禁標) 지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백운산(白雲山)에서 송이버섯이 난다는 보고를 받자 금표지역으로 선언한 것이다. 83세까지 장수한 영조대왕은 송이버섯을 별미로 찾곤 했다.

민간에서도 송이버섯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고려의 문신 이인로는 송이를 선물 받고 시를 지었다. “어젯밤 식지가 동하더니 오늘 아침 기이한 것을 맛보네. 본디 배루에서 나는 것과 질이 다르니 복령의 향기가 있다네.” 고려의 문신 이색은 송이버섯에서 신선이 되는 불로초를 연상했다. 조선시대 서거정과 김시습도 송이 예찬시를 남겼고, 유몽인이 지은 어우야담에는 묘향산과 금강산의 송이버섯구이가 진귀한 음식으로 소개돼 있다.

송이는 그윽한 향취는 물론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항암작용과 함께 폐와 기관지에도 좋다. 심신 안정과 염증해소, 종양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 성질은 서늘하고 열량이 적다. 몸에 열이 많고, 비만한 사람에게 잘 맞는다. 소화기능과 혈액순환 촉진,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도 있다. 또 비타민B1, B2, D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로써 면역력 증강. 호르몬 균형 유지, 위장기능 강화, 당뇨,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등에도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은 속방(俗方)에서 ‘성평미감무독미심향미유송기생산중고송수하가송기이생목이중제일야(性平味甘無毒味甚香美有松氣生山中古松樹下假松氣而生木茸中第一也)’로 표현했다.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다. 맛이 매우 향기롭고 솔 냄새가 진하다. 산 속의 오래된 소나무 밑에서 솔 기운을 받으면서 돋아났다. 나무버섯 가운데서 제일이다.’

민간에서는 편도선염, 암, 산후통, 기관지와 폐 기능저하, 설사, 소화불량, 소변 이상, 고혈압 등에 약으로 활용해왔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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