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0> 사신접대와 풍한감기(風寒感氣)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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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0> 사신접대와 풍한감기(風寒感氣)
2018년은 세종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 픽사베이

"사신의 행차에 열병(熱病)이 그치지 않는다. 서로 접촉하면 전염될까 깊이 염려된다. 점쟁이가 일찍이 액(厄)을 이야기 했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아니한다. 그러나 열병은 서로 접촉하면 안 된다.“ <세종 13년 8월 12일> 

조선은 명나라와의 외교관계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의 안정은 명나라와의 우호가 필수다. 조선은 건국 직후 명나라와 긴장관계였다.

최주리 한의사

외교적 냉전이 지속되면서 요동정벌도 추진해야 했다. 조선은 태종 때에 명나라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회복돼 전쟁을 피하고 내치에 전념할 수 있었다.

신생국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세종에게도 국제정세 안정은 최고의 과제였다. 그렇기에 명나라 사신 영접에 극히 신경을 썼다.
  

명나라 사신단의 규모는 칙사와 실무자, 수행원 등 약 200명이다. 명나라에서는 통상 1년에 2차례 정도 사신을 보내온다. 또 임금의 즉위 등에도 특별히 파견한다.

명나라 사신이 압록강을 넘으면 조선은 2품 관리인 원접사가 의주에서부터 도성까지 안내한다. 사신이 한양에 도착하면 임금은 종친, 관료와 함께 돈의문 밖 영은문에서 맞는다. 
  
그런데 세종 13년 8월에는 서북지역에서 전염병이 돌았다. 이 지역을 거쳐 온 사신일행도 감염 우려가 있다. 사신단이 평안도를 거쳐 황해도에 이르자 세종은 사신 맞이 여부를 신하들과 의논한다. 이미 대신들은 왕의 사신 영접 반대 의견을 올린 상태였다.

그러나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기에 세종은 다시 한 번 중신들과 논의를 한 것이다.
  
임금의 뜻을 읽은 안숭선이 아뢴다. “전날에 대신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병을 칭탁하고 피하시옵소서, 전하의 건강은 나라의 안위(安危)와 직결됩니다. 만일 감염되면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세종은 사신 영접을 하지 않는다. 임금이 문소전 별제 후 풍한감기(風寒感氣)에 걸렸음을 이유로 들었다. 문소전은 태조의 비 신의왕후 한씨 사당이다. 세종 15년에는 태조와 태종의 위패도 모셨다. 따라서 세종 13년 8월 13일에 거행된 문소전 별제는 신의왕후 제향이었다. 세종은 명나라 사신이 의심하지 않도록 문소전 별제와 아버지 태종의 헌릉 별제에도 친행하지 않았다. 병이 낫다고 소문낸 것이다. 
  
감기는 풍한형(風寒型), 풍열형(風熱型), 협습형(挾濕型), 협서형(挾暑型), 시행감모(時行感冒), 노인 및 장병환형(長病患型)感冒)으로 구분한다. 
  
풍한형 감기는 한랭한 겨울에 잘 걸린다. 오한과 미열, 재채기, 맑은 콧물이 주증상이다. 심하면 목이 간질거리거나 아프고, 기침, 두통도 있다. 행소탕(杏蘇湯) 소풍산(消風散) 등에 계지탕이나 쌍화탕을 가미하여 치료한다.
  
풍열형 감기는 감기 증세를 동반한 열성 전염질환이다. 날씨가 따뜻한 봄에 많이 발생한다. 증세는 오한, 미열, 구강건조, 목통증, 기침, 탁한 콧물, 가래, 근육통, 황색소변 등이다. 처방은 연교패독산(連交敗毒散)류, 마황탕, 갈근탕, 삼소음 등이다. 
  
협습형 감기는 습한 기운에 노출된 장마철에 잘 걸린다. 특히 만성위장염을 가진 사람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 고열, 식은땀, 두통, 근육통, 복통, 구토, 설사 증세가 있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나 강활승습탕(羌活勝濕湯) 등을 쓴다.
  
협서형 감기는 더위와 관련 있어 주로 여름에 발병한다. 고열, 입마름, 가슴 답답, 구토, 빈뇨, 설사가 보인다. 가미향유음 등을 쓴다.
  
시행 감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유행성이다. 심한 고열, 두통, 안구통, 충혈, 약한 기침이 특징이다. 땀으로 열을 내리고 해독에 도움되는 패독산(敗毒散), 은교산(銀翹散)과 시갈해기탕(柴葛解肌湯)에 보제소독음을 가해서 쓴다. 
  
노인 및 구병환 감기는 저항력이 약한 노인과 병약자에게 발병한다. 기허, 혈허, 음허, 양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데 삼소음(參蘇陰), 총백칠미음(蔥白七味陰), 가미위유탕, 팔미환(八味丸) 등이 처방된다.
  
감기 치료에 대증 요법으로 흔히 사용되는 약은 해열제, 항히스타민제(콧물약), 항울혈제(코막힘약), 점액용해제(거담제)와 진해제(기침약)다. 이들은 급성기의 심한 증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중이염, 축농증, 폐렴 등의 2차 감염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감기는 가급적 한약 등의 생약을 복용하고 충분한 휴식, 영양보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신선한 과일주스 등으로 수분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주리 한의사  subhut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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