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4> 왕들의 온천욕과 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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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4> 왕들의 온천욕과 안질
  • 최주리한의사
  • 승인 2018.03.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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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자료=국사편찬위원회

온수현 온천에 행차할 때 왕세자 이하 종친, 부마, 의정부, 육조, 대간 등이 모셨다. 또 도진무, 각위(各衛), 절제사, 사복제조 등이 호종했다. 도성에 머무르는 백관들은 흥인문 밖에서 전송하였다. 중궁이 떠날 때는 내명부에서 척리까지 모두 시위하여 흥인문 밖에서 전송하였다. 중궁은 연(輦)을 타고, 숙의는 교자를 타고, 소용 및 숙용과 궁녀는 말을 탔다. <세종 15년 3월 25일>

세종과 소헌왕후, 후궁들의 온양온천 행차 장면이다. 세종은 중전, 후궁, 왕세자를 포함한 왕실가족과 온천을 찾았다. 조선의 왕들은 질환 치료 목적으로 온천욕을 즐겼다. 공통적으로 다스리고자 한 질병은 풍질이었다. 태조와 정종, 태종, 세종이 모두 풍질을 앓았다.

세종 1년 2월 실록에는 풍병으로 고통 받은 태종이 탕약이 듣지 않자 온천을 찾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소헌왕후도 풍질을 온양온천에서 치료했다. 소헌왕후는 22년 3월 2일 수양대군 안평대군 등 1백여 명을 대동하고 온양을 찾았다. 세종은 풍병이 악화되던 왕후가 치료되자 의원과 의녀를 크게 포상한다.

왕들은 풍질과 함께 종기, 어깨 결림, 안질, 풍습병, 흉복통, 피부병 등의 이유로 온천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소갈병, 안질, 풍질, 옹저 등 여러 질환에 시달린 세종은 도성 인근의 온천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온양이나 청주, 평주 등에 행차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부평, 구리, 개성에서 온천을 찾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임금은 15년, 23년에 온양을 찾는다. 온양에서 신병치료를 한 왕은 온수(온양)를 현에서 군으로 승격시킨다. 24년에는 이천을 찾은 임금은 25년에는 다시 온양을 방문한다. 세종은 26년에는 청주 초정에서 2개월 동안 머문다.

최주리 한의사

세종은 백성을 위한 온천(溫井) 치료안인 중외온정병인구료사의(中外溫井病人求療事宜)를 제정한다. 큰 흐름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 온천 근처에 사는 선량한 사람과 승려를 구호인으로 지정한다. 둘, 환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미두(米豆)를 차등지급한다. 셋, 환자의 거처와 물품은 관에서 공급한다.

온천 효과는 미네랄 등의 성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피부, 순환기, 근골격, 대사성 질환이나 각질제거, 피부미용, 활성산소 억제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질환에 온천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온천욕에 대한 시각은 어의도 엇갈렸다. 조선 후기의 현종은 안질과 부스럼으로 고생했다. 어의는 부스럼 원인을 화기로 보고, 온천욕이 습열을 씻어주고 안질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어의 유후성은 비위의 습열과 심(心)의 화기를 온천수로 다스리는데 반대했다. 온천수가 열을 더하기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염증과 안질이 심각한 상황이 돼 다른 약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약방 부제조 윤강은 습열 제거를 위해 온천 치료를 청한다. 승정원일기 현종 6년 4월 6일 기록이다.

“임금님의 가슴과 등의 습창이 갈수록 심해지고 홍점이 번져 가려움이 있습니다. 머리의 부스럼은 조를 싼 형태와 같고 예전의 핵환(核患)은 여전히 뿌리가 남아 있습니다. 더 심해질 위험도 있습니다.

금년부터 진행된 습창이 만약 더 심해지면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두상의 부스럼이 악화되면 습열 상승이 지속돼 하강이 어렵습니다. 안질 재발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이 날씨도 더워지고 있습니다.

여러 의관과 상의하니 안질은 모두 습열의 승강이 원인입니다. 습창이 성해져 흉부 , 배부, 두부 발제까지 이르면 안질이 심해집니다. 또 핵환(核患) 재발도 걱정됩니다. 반드시 습열을 제거해야 안질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수침은 일시적 효과로 재발되기도 하고, 환약은 장기 복용해야 합니다. 탕제는 위기(胃氣)가 먼저 상해 복용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습열치료 방법은 백방으로 생각해도 온천욕입니다.“

현종의 온천 치료는 효과가 있었다. 현종은 7년 3웡 26일 어머니를 온천에 모셔간다. 이때 송준길에게 지난해의 온천욕이 효과적이었음을 설명한다.

“눈병이 심했는데 목욕 후에 곧 효과가 나타났다. 환궁 후 처음에는 눈뜨는 게 아팠으나 6,7일이 지난 후에 좋아지고 지금은 예전처럼 상쾌하다. 예전에는 백약이 무효했다. 매해 1,2월만 되면 안질이 도졌는데 올해는 괜찮다.”

온천욕은 온천 속에 함유된 탄산, 유황 등의 성분으로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온욕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과가 가장 크다. 평소에도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같이 떨어지므로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고 온욕을 하면 좋다. 그런 면에서 열이 많은 체질이나 습열이 있는 사람은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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