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3> 조선시대 강무와 교통사고, 타박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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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3> 조선시대 강무와 교통사고, 타박상 치료
  • 최주리한의사
  • 승인 2018.03.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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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자료=국사편찬위원회

“두 임금이 등산곶이 안에 있는 강무장(講武場)에 도착했다. 우현(牛峴)의 남쪽, 달달리의 북쪽에 막차를 정하였다. 어가가 금강평에 이르렀다. 상왕이 매를 팔에 올려서 날려 보냈다. 이때 말이 쓰러지는 바람에 떨어져 몸이 편치 아니하였다.” <세종 2년 2월 8일>

태종이 강무 중에 말에서 떨어져 다친 내용이다. 세종은 2년 2월에 상왕인 태종을 모시고 해주에서 강무를 실시했다. 강무는 무술(武)을 익히는(講) 행사다. 사냥을 통해 군사진법 훈련을 한다. 강무는 약 5천명에서 1만 5천명의 군사가 참여한 가운데 9일에서 15일 정도 진행된다. 장소는 주로 황해도 구월산 인근, 강원도 철원 평강 일대다. 세종은 여주에서도 세 차례 강무를 했다.

최주리 한의사

사냥은 몰이꾼이 소리치며 산속의 짐승을 들로 몰아내면서 시작된다. 왕이 벌판으로 달리는 짐승을 향해 화살을 쏜다. 이를 신호로 수많은 군사가 진법 대형을 구축하며 일제히 사냥에 나선다. 변계량은 화산별곡에서 ‘1만여 기병이 우레와 같이 달린다’고 묘사했다. 잡은 짐승은 종묘 등의 제향에 올린다. 강무는 군사훈련, 백성에 피해주는 짐승제거, 지방수령 및 백성과의 대화 효과가 있었다.

강무에서는 왕도, 군사도 모두 야영을 한다. 세종은 역대 임금 중 가장 많은 34회의 강무를 실시했다. 특히 24년에는 3월 3일부터 4월 22일까지 진행했다. 건강회복을 위해 1개월 간 이천의 온천휴양이 포함됐지만 무려 50일간이나 도성 밖에서 생활한 것이다.

강무는 백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11월에서 2월 사이의 혹한기에 실시한다. 그렇기에 사고 위험도 높다. 13년 2월 20일 포천 강무 때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혹독한 날씨 속에서 훈련한 군사들이 저체온증으로 26명이 사망하고, 우마 70마리가 죽었다.

이 같은 위험요소가 많은 강무에서 태종도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승마는 낙마 위험이 있다. 특히 사냥과 전쟁에서는 낙마 위험성이 높아진다. 태종은 노루사냥을 하다가 말이 거꾸러지는 바람에 낙마도 했다. 문과 무에 능한 태종은 말에서 떨어진 것을 숨기고 싶었다. 태종은 주위신하에게 “사관(史官)이 알게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태종은 왕자 시절에 표범 사냥을 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전쟁터나 사냥터가 아니어도 낙마사고는 자주 일어났다. 세종은 2년 3월 27일 명나라 사신 조양의 낙마 사고 보고를 받는다. 조양은 요동의 길에서 떨어져 팔을 다친 상태에서 입국했다. 세종은 의원 정종하를 보내 치료한다.

낙마 사고는 타박상이다. 현대의 교통사고로 인한 증세와 유사하다. 팔, 다리의 염좌, 타박상, 심하게는 골절, 뇌진탕, 척추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교통사고후유증으로 수면장애, 동작장애, 이상감각, 복통, 설사 등이 시간이 지나 발생하기도 한다.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골절이나 디스크 등은 쉽게 진단된다. 그러나 근육 등의 미세한 손상으로 야기되는 통증은 세심하게 진찰해야 알 수 있다. 특히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레이 같은 영상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증상이 문제다. 이 경우 어혈로 접근할 수 있다. 어혈은 혈액순환 정체로 특정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노폐물이 쌓이는 것이다.

이것이 병증으로 나타난 게 어혈증으로, 심하면 부풀어 오르고 열이 난다. 교통사고 등의 타박상은 정상적인 혈관흐름을 막아 어혈을 만들고, 이로 인해 2차 병증이 생긴다. 외상 치료가 끝난 뒤에도 뻐근함, 저림, 냉감, 야간 통증심화, 구역증, 소화불량 등의 계속되는 증세는 어혈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어혈 제거를 하고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방법은 침, 약침, 뜸, 부항 등이 있다. 약재에는 당귀, 작약, 홍화, 도인 등이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증세에 따라 이 같은 약재를 바탕으로 체질에 따른 처방을 한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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