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1> 세종대왕의 흰머리와 조기백발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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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11> 세종대왕의 흰머리와 조기백발 치료법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2.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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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내 나이 33살인데 귀밑의 머리카락 두 올이 갑자기 세었다. 곁에 모시는 아이들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뽑고자 했다. 내가 말리며 말했다. 병이 많은 탓이니 뽑지 말라. 나의 체력 약화와 병이 전에 비하여 날마다 더욱 심해진다." <세종 13년 8월 18일>

= 픽사베이

세종은 수렴형 인간에 가깝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유형이다. 술을 즐기지 않고, 독서하고, 궁리한다. 신체활동 보다는 정신작용이 더 왕성하다. 이 같은 스타일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최주리 한의사

세종은 왕자시절부터 정국의 변화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아시절에 정도전의 죽음, 소년시절에 한 동네에 살던 큰아버지 회안대군과 사촌형의 유배, 형 양녕대군의 폐세자, 즉위 무렵 장인과 처가의 몰살 등 연속된 큰 사건을 충격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 같은 스트레스가 조기백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세종은 33세에 흰머리가 솟는 것을 느낀다. 노화의 과정인 흰머리는 40세 무렵부터 난다. 동의보감은 ‘여자 42세, 남자 48세가 되면 얼굴이 마르고 모발이 희게 변한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세종은 평균치보다 몇 년 앞서 흰 머리카락에 직면한다. 흰 모발은 귀밑에서 시작해 옆머리, 정수리, 뒷머리로 진행된다. 30대 초반에 흰머리가 솟기 시작한 세종은 여느 사람보다 일찍 백발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백발의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노화에 의한 백발을 촉진한다. 또 호르몬 이상, 갑상선 질환 등도 백발을 야기한다. 특정질환에 의한 백발은 병이 나으면 흑발로 바뀐다. 그러나 노화에 의한 백발은 거의 흑발로 대치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의 영조는 73세 때에 흰 머리카락이 검은 모발로 바뀐다. 영조의 흑발은 가려움 속에 솟았다, 영조는 또 52세에 빠진 치아가 20년 만에 다시 솟아나는 신비한 경험도 한다. 영조는 흑발과 치아 소생을 10년 이상 복용한 한약 덕으로 생각했다.

사실 흑발의 백발전환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태아일 때의 모발은 흰색인데 성장하면서 색이 든다. 모낭 속에 티로시나제, TRP1, TRP2 효소가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을 만든다. 유멜라닌이 많으면 흑발이 되고, 페오멜라닌 비율이 높으면 금발이 된다. 색소는 무한정 생산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멜라닌 세포 수가 줄면서 머리카락은 원래의 흰색으로 돌아간다. 특히 TRP2가 감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노화로 인해 간, 적혈구, 신장 등에서 카탈라아제 효소 분비가 낮아지면 모발에 과산화수소가 쌓인다. 이 경우 머리카락의 과산화수소 손상 회복에 도움되는 효소 분비가 준다. 흑발이 백발로 바뀌는 원리다.

조기 백발 치료에 즉효법은 없다. 다만 신(腎)과 심(心) 기능을 강화하면 면역이 증강돼 모발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충분한 영양섭취와 멜라닌 합성에 유리한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다. 신기능 저하는 흰 머리카락, 청력 약화, 뼈와 관절 기능약화, 하체 부실, 성기능 약화 등을 부를 수 있다.

모발을 검게 하는 한의학 처방은 기혈과 혈액순환 촉진, 스트레스 해소 원리다. 사물감리환, 연령고본단, 경옥고 등이 도움이 된다. 경옥고는 면역증강, 피로회복, 노화억제 효과가 있다. 연령고본단은 허약, 만성피로, 성기능 저하에 도움 된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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