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공판②]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위법"... 大法 첫 판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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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공판②]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위법"... 大法 첫 판례 나왔다
  • 양원석,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10.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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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형 회장 등 3명, 특경가법 위반 공판 분석
항소심 핵심 쟁점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
영장 '압수 물건'에 '서버 등 전산장비'만 적시
수사관, '두나무 아마존 클라우드' 자료 확보
변호인 "아마존서버 압수수색, 영장범위 넘어서"
대법원 판결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기준' 확립
판례 따르면 아마존 계정 압수수색, 영장주의 위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진=연합뉴스

앞선 기사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업비트 허위거래 의혹' 사건 항소심 쟁점은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 여부이다. 구체적으로 검찰 수사관이 미국 아마존사 운영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AWS) 두나무 계정에 접속, 자료를 조회한 뒤 내려 받은 사실을 영장 범위 내의 합법적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 관련기사 : [업비트 공판①] 아마존 서버 턴 檢, 위법수집증거 논란에 '발목'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중 ‘압수할 물건’ 항목에 ‘서버 등 전산장비 저장 전자정보’라는 표현이 기재돼 있고, 여기서 말하는 서버에는 물리서버 외에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외부의 임차 서버를 포함한다”며 “압수수색 과정과 절차에서 영장주의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 최소한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근본 취지에 맞는다”며 이어 “외부 임차 서버 압수를 위해선 영장 기재 ‘압수할 물건’에 그 내용이 특정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대법원은 2008년 이후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 여부를 쟁점으로 하는 사건을 심리하면서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내지 확장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위 판례는 압수수색의 대상과 관련된 일반 원칙을 우리 법원이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영장이 압수할 물건으로 ‘서버 등 전산장비 저장 전자정보’ 내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저장 전자정보’만을 적시한 사례에서, ‘외부 임차 서버 및 저장 전자정보’ 내지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원격지 서버와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할 물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 판단 기준이라 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주목할 판례가 하나 있다. 대법원은 올해 6월 30일 ‘외부 임차 서버’ 혹은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과 관련돼 향후 기준이 될 만한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1452 판결, 사기 등 (타) 파기환송 사건 참조).
 

대법원,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요건·기준 제시

동 사건 상고심 핵심 쟁점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저장 전자정보’만 기재돼 있는 경우,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있는 지]이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 등)과 사기죄로 기소된 동 사건 피고인의 범행 중 원심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까지 압수한 자료’를 증거 삼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문 유죄 판단을 내린 사안에 대해, “휴대전화 등 정보처리장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으로 그와 연동된 원격지 서버 저장 정보까지 압수할 수는 없다”며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저장 전자정보만 기재돼 있다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에 있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된 전자정보 외에,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회사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있는 물리서버 기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와 원격지 서버 혹은 외부 임차 서버는 소재지와 관리자, 저장 공간의 용량 측면에서 서로 구별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대법원은 “‘원격지 서버에 저장돼 있는 전자정보’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돼 있는 전자정보’는 그 내용이나 질이 다르므로,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정도도 다르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례와 업비트 허위거래 의혹 사건은 쟁점이 된 기초사실관계가 상당히 유사하다. 영장 기재 압수할 물건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와 ‘서버 등 전산장비’라는 점에서 사실상 같고, 수사관이 위 영장으로 ‘원격지 서버’ 혹은 ‘외부 임차 서버’에 접속해 증거를 내려 받았다는 점이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원격지 서버 혹은 외부 임차 서버에 접속한 인터페이스가 전자는 휴대폰, 후자는 전산실 내 데스크 컴퓨터라는 정도이다.
 

檢 '압수할 물건' 멋대로 확장해석... 구태 근절돼야 

올해 6월 30일자 2022도1452 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업비트 허위거래 의혹’ 수사 중 검찰이 아마존 서버에서 내려 받은 증거와 이에 터 잡은 2차 증거는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 증거에 바탕을 둔 공소 역시 기각되는 것이 법리에 부합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와 하드디스크 등 외부 저장매체’를 압수할 물건으로 지정한 뒤, 실제 현장에서는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까지 임의로 압수수색하곤 했다. 법률지식에 소박한 일반인은 물론이고 변호사들마저 이 같은 검찰의 행위를 관행이란 이름 아래 묵인했다. 일부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이런 행위를 만류하기는커녕 항의하는 의뢰인을 되레 나무라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위 대법원 판례는 검찰의 그릇된 압수수색 구태를 바로잡는 기념비적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 판례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은 이상, ‘압수할 물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한정된다. 압수한 불법촬영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이용해 수집한 다른 증거도 위법수집증거에 기한 2차적 증거에 해당돼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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