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공판①] 아마존 서버 턴 檢, 위법수집증거 논란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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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공판①] 아마존 서버 턴 檢, 위법수집증거 논란에 '발목'
  • 유경표,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10.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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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불법 압수수색" 공방... 핵심 쟁점은?
1심, 업비트 모기업 두나무 송치형 등 무죄
法 "가장 매매 1500억 부당이득, 입증 못해"
항소심 변호인단 "檢 압수수색, 영장주의 위반"
"수사관, 외부 아마존 서버서 데이터 다운로드"
"'압수할 물건' 영장 범위 넘어선 위법 행위"
檢 "'서버 등 전산장비'에 외부 서버 포함" 반박
대법 판례 "피압수자 불리한 유추·확장해석 금지"
2018년 9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 개막식에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설립자 송치형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9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 개막식에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설립자 송치형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점유율 1위 '업비트 허위거래 의혹'의 당부를 다투던 공판이 항소심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업비트 모기업 두나무의 송치형 이사회 의장 등 이 회사 경영진 3명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으나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항소심은 지난달 결심을 마치고 올해 12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항소심 변호인단은 "검찰이 헌법상 대원칙인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변론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의 하자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변호인단은 업비트 본사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상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원칙'(위수증)에 반한다며 검찰 제시 주요 물증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위법 수집 증거의 배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상 원칙인 영장주의를 구체화한 동 규정은 오랫동안 사문화됐으나 2007년 11월 대법원의 '제주도지사 집무실 압수수색 사건' 상고심 판결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해 '독수독과(毒樹毒果) 법리'도 받아들였다. 독수독과 이론은 위법하게 수집된 압수물은 물론이고 동 물건에 바탕을 둔 2차 증거(파생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인하는 영미법상 원칙이다.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법관들은 검찰의 '수사 편의'를 고려해,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항변을 인용하는데 인색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으나 2019년부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19년 이후 다수 하급심 재판부가 '위수증'과 독수독과 이론을 근거로, 검찰 물증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시장경제>는 ‘위수증’ 논란을 중심으로 업비트 허위거래 의혹 사건 쟁점을 정리했다.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오프닝 스테이지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UDC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2’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오프닝 스테이지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UDC

 

영장 '압수할 물건' 범위 놓고 검찰, 변호인 법리 공방 

검찰은 송 의장 등 두나무 경영진 3명이 2017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ID8’이라는 가짜 회원계정을 개설, 1221억원을 예치한 뒤 해당 계정을 통해 ▲전산 조작 ▲허수 주문 ▲가장매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량을 부풀려 1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봤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위수증’ 논란을 초래한 검찰 압수수색은 2018년 5월 이뤄졌다. 이 사건 공판 심리과정에 대한 취재와 관련 내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의 전언을 종합하면 법원이 내준 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 장소는 두나무 전산서버가 구축된 회사 내부 공간 및 전산부서 등이었으며, '압수할 물건'은 ‘사내 컴퓨터와 저장매체, 서버 등 전산망 장비’였다. 두나무 본사 전산실 내 물리서버가 압수물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은 양측 모두 다투지 않는 사실이다.

문제는 두나무 측이 미국 아마존社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저장·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압수수색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두나무는 물리서버 외에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 시스템을 이용, 가상 스토리지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국내외 거대 IT기업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와 백업을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가상의 공간에 거대한 스토리지를 구축, 물리서버 없이도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백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동 시스템의 특장점이다. AWS를 이용하는 기업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가상 스토리지에 데이터를 보관한 뒤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 없이 고유 계정에 접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일, 두나무 전산부서 직원에게 AWS 계정 접속을 요구한 뒤 수사관이 내용을 확인해 데이터를 내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와 그 안에 저장된 데이터를 압수수색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검찰과 항소심 변호인단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법 판례를 보면 서버의 전자정보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장에서 두나무 사무실 현장의 컴퓨터와 저장매체를 지정했고, '서버 등 전산망 장비 압수'를 명시한 만큼 전산망에 연결된 외부 임차 서버도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압수수색 장소와 범위를 검찰 입맛대로 확대 해석하는 태도는 영장주의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AWS와 같은 외부 임차 서버와 그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선 당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계정을 특정, 영장에 적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검찰 로고. 사진=이기륭 기자.
검찰 로고. 사진=이기륭 기자.

 

대법원,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不許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압수·수색의 절차와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찰 혹은 검사는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범죄사실 및 압수 수색 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또는 물건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법 제215조, 형사소송규칙 제58조·107조, 검찰사건사무규칙 제89조 등).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 역시 위 내용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항소심 최대 쟁점은 검찰이 말하는 ‘서버 등 전산망 장비 압수’라는 영장 표현이 ‘인터넷망과 연결된 외부의 임차 서버’를 포함하는지 여부이다. 이 점에 있어서 검찰이 전개하는 논리는 다소 군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위 영장 기재 표현을 ‘전산망과 연결된 외부의 임차 서버’까지 포함하는 광의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압수·수색의 범위와 대상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유추·확장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하여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해석 또는 유추 해석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변호인단도 위 판례를 인용해 “압수할 물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 또는 유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장을 보면 당시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은 두나무 사무실과 두나무 전산서버가 보관돼 있는 곳으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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