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의 폐해인가... '허위공시' 논란 중심에 선 업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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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의 폐해인가... '허위공시' 논란 중심에 선 업비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2.05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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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원화거래소 중 알트코인 비중 유독 높아
알트코인, 비트코인 비해 안정성 상대적으로 낮아
일부 세력, 특정 알트코인 악용해 시세조종 시도
최근 'GAS' 코인 폭등락 사태... "허위 공시" 주장도
업비트 "정확한 정보 제공 위해 최선... 선의 왜곡 억울"
지난해 12월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업비트의 성공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 열광하는 MZ세대 니즈를 꿰뚫어 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으로 철저하게 편의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춘 UI, 장애 발생을 현저하게 줄인 고사양 서버 시스템 확보 등도 업비트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독점'이 길어지면서 빛나는 성과 못지않은 '짙은 그림자'도 남겼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 2000억원, 일평균 거래액은 11조 3000억원이었다. 코스닥 시장과 필적하는 거래규모다. 그럼에도 불구, 이 거대한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졌다. 점유율 1위 기업과 다른 2위 그룹과의 격차가 4배 이상 나다보니 견제와 균형이란 기본적인 룰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쟁과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은 언제든 위법과 탈법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시장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고등은 켜졌다. 최근 국내 금융 당국은 출처가 불투명한 고액 외화 송금 사실을 적발하고 실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문제의 외화 뭉칫돈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경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재된 위험을 방치한다면 가상자산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대응이 요구된다. <시장경제>가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봤다.
 

업비트 알트코인 GAS ‘허위공시’ 의혹

시장 전문가들은 업비트 거래 중 유독 '작전'에 용이한 '알트코인'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업비트에 상장된 알트코인 중 하나인 GAS(가스)의 폭등락은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오랜 기간 2000~3000원대에서 박스권 행보를 보였던 이 코인은 지난달 10일 기준 4만150원으로 최고점을 갱신했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저점 2400원 대비 무려 1660% 폭등한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만 같았던 GAS의 가치는 불과 하루만인 11일 하락 반전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날 3만570원에서 시작한 GAS코인은 1만4520원까지 수직 낙하하며 ‘반토막’이 났다. 최고점 대비로는 약 70%에 가까운 하락률이다. 갑작스럽게 1만원대로 내려앉은 해당 코인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환희는 금세 공포로 바뀌었다.

단기간에 폭등과 폭락이 교차한 이번 사례를 두고, 일각에선 업비트가 코인 유통량을 허위공시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업비트가 지난달 11일 GAS의 유통량에 대해 기존보다 6배 많은 수치를 공시했고, 가치하락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보면 GAS 유통량은 1300만개 수준이었다. 반면 업비트가 공시한 ‘실제 유통량’은 그 6배인 6500만개에 달했다.

최고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4000억원 수준이어야 할 GAS 시가총액이 하루아침에 2조 4000억원으로 ‘뻥튀기’된 것과 다름없다. 

GAS 코인 차트. 사진=업비트 거래화면 캡쳐
GAS 코인 차트. 사진=업비트 거래화면 캡쳐

 

일부 코인 발행규모, 공시-유통계획표상 수치 달라

GAS와 반대로 업비트가 유통량을 축소 공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업비트 상장 코인 중 하나인 인젝티브는 공시상 총 발행한도가 1억개로 기재돼 있으나 해당 코인의 유통계획표에는 올해 말 발행규모를 1억 1400만개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비트에 상장된 다른 코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저스트’라는 코인은 이달 기준 89억개가 유통되고 있지만, 유통계획표상 발행규모는 올해 4월 기준 99억개이다. 알파쿼크라는 코인 발행규모도 공시 기준 2600만개, 유통계획표상 3000만개로 약 400만개 차이가 난다.

코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코인을 상장할 경우, 해당 코인업체로부터 유통량 계획 등 자료를 받게 된다”며 “차후 유통량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해당 정보는 적시에 게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AS코인 사례는 운영 및 관리의 문제 측면이 크다”며 “급격히 매수세가 붙는 상황이면 더욱 세밀하게 챙겨야 하는데, 유통량을 수정 공시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그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비트의 독과점 시장구조와 맞물려, 안정성이 높은 코인보다는 단기에 시세가 급등락하는 알트코인 위주로 건강하지 못한 투자가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가 다른 거래소에 비해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유동성이 업비트에 주로 몰리다 보니 단기차익을 노리는 시세조작 세력들도 몰려들어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트코인은 ‘Alternative coin’의 줄임말로, 비트코인 이후 발행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비트코인을 기축통화라고 한다면 알트코인은 개별 국가 혹은 지역 화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과 발행이력 및 유통정보의 투명성, 시가총액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코인을 압도해 안정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에 비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이른바 ‘작전’(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특정 알트코인을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다만 알트코인 가운데서도 메이저코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 등은 비트코인에 비견되는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800만원 선을 돌파했다.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비트코인이 800만원 선을 돌파했다.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업비트 "올바른 투자정보 전달 위해 노력... 억울하다"

업비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유통량 등의 공시 시기를 의도적으로 조율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코인업체 쪽에서 유통량 계획을 변경하면 업비트에 통보하게 되고, 이를 거래소 상에 바로 업데이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량은 코인정보 사이트들이 어떻게 데이터를 분석했는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다”며 “GAS 코인의 경우, 한 코인정보 사이트가 유통량을 잘못 산출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업비트는 유통량 정보를 공시할 때, 코인정보 사이트 2곳과 해당 코인발행기업으로부터 각각 자료를 받아 내용을 확인한다. 데이터는 자동 업데이트되는 형태다. 자료 제공에 시차가 존재하고, 코인발행기업이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공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측은 “코인업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통량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당사는 투자정보를 최대한 빠르게 알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다른 거래소들이 제공하지 않는 유통량 등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글로벌 거래소의 경우를 보더라도, 유통량 계획표를 공시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공시에 대한 당사의 노력이 폄하되는 것 같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차익을 노린 시세조종 세력과 관련해선 ”주식시장에서도 사소한 사실을 엮어 급등락하는 테마주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가상자산 시장에서 더 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가상자산의 원화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5곳으로, 이 중 특정 거래소가 독과점하는 형태“라며 ”시장이 균형을 맞춰 같이 가야 하는데, 한쪽만 독과점을 하는 구조에서는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특정 코인의 불공정 행위가 생겼을 때 적극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독과점 체제에선 한계가 있다“며 ”은행도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이 있는 것처럼 가상자산 거래소도 건전한 경쟁이 이뤄져야 올바른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을 위해 업비트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황 교수는 "독과점 문제는 업비트 자체적으로 어떻게든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며 "의심스런 거래정황이 나타날 경우,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처럼 일시적으로 조정해 과열현상을 완화하는 조치 등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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