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인사이트] 무책임한 국토부, 따로 노는 공공택지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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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인사이트] 무책임한 국토부, 따로 노는 공공택지관리과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11.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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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별 엇박자가 빚은 '오피스텔 정책' 난맥상
주택용 오피스텔 제한한 '공공택지관리과' 논란
주택정책과 '9.15 대책' 상반된 정책 강행 혼선
법령에 없는 가이드라인 적용, 시장 혼란 가중
업계 "기반시설 예측실패, 민간에 책임 전가"
규제 가이드라인 폐지해 정책 신뢰도 확보해야
사진=시장경제DB
국토교통부. 사진=시장경제DB

정부가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 확대 여부를 놓고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혼선을 초래해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부 주택토지실 소속 주택정책과는 9월 15일 오피스텔 바닥난방 허용 면적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9.15 대책’을 발표했다. 현 정부 출범 후 25번째 나온 부동산 정책으로 '중대형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동 대책 시행으로 바닥난방이 가능한 주택용 오피스텔 전용면적은 기존 85㎡ 이하에서 최대 120㎡까지 확대됐다.

반면 올해 3월 국토부 별도조직인 공공택지관리과는 공공주택지구 내 주거용 오피스텔 비율을 낮추고, 주택용 오피스텔 전용면적을 40~85㎡ 이하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작성·배포했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공공주택지구 내 ‘중대형 주택용 오피스텔’은 공급에 제동이 걸렸다. 약 6개월 간격을 두고 국토부 내 두 곳의 부서가 전혀 상반된 오피스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발표 시점과 성격, 시행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선 3월 가이드라인은 폐지 혹은 수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LH를 비롯한 공공·민간 사업시행기관들은 지금도 3월 가이드라인의 규제를 받고 있다. 신도시 오피스텔 건설 현장은 국토부의 엇갈린 정책 시행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과 상반된 가이드라인을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 이유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기반시설 설계 시 인구 유입 규모를 잘못 예측했으며, 이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급조했다는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기반시설 예측 실패한 국토부, 애먼 중대형 오피스텔 잡아"     

신도시 건설 전 국토부는 유입 인구의 규모를 산정해 기반시설을 설계한다. 도로와 가스, 전기, 수도공급망 구축은 물론이고 신축 내지 증설할 초중등 학급 수도 유입 예상 인구 수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토부가 신도시 상업지구에 신축되는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 규모를 간과해 기반시설 부족 상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도시 기반시설 설계 오류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려 한다’는 주장을 펴는 시장 관계자들은 이런 추론의 근거로, 위 가이드라인 시행 당시 공공택지관리과가 밝힌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택지관리과는 가이드라인 시행 목적을 이렇게 명시했다.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수요에 대응하고 상하수도, 도로, 학교시설 등 기반시설 부족 등 도시 관리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함.’

시장 관계자들은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제한한 국토부가 소형 평형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사실을 지적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꼬집었다. 기반시설 부족이 이유라면 중대형이든 소형이든 오피스텔 건축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논리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전국 공공주택지구는 성남 복정, 인천 계양 등 50여 곳이다. 공공주택지구 중 ▲남양주진접2지구 ▲구리갈매역세권 ▲의왕월암 ▲인천계양 ▲남양주왕숙 ▲남양주왕숙2지구 ▲하남교산 등은 이미 가이드라인이 적용됐다. 가이드라인 적용 고시 예정지역은 성남복정1지구와 성남금토, 화성어천지구 등이다.

건설사 관계자 A는 "통계상 성과를 위해 오피스텔 숫자만 늘리면 무슨 소용이냐"며 "가이드라인이 모든 사업지에 적용되면 개인 재산권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이하 오피스텔은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용면적 85㎡ 오피스텔의 실 평형은 59㎡ 아파트와 비슷해 3인 이상 가구가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양률도 평균을 크게 밑돈다.

조합을 설립해 오피스텔 건축을 준비 중이던 신도시 예정지역 원주민과 상인들은, 소형 평형 위주 오피스텔 공급을 사실상 강제하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환영을 받은 사례는 ‘9.15 대책’이 유일하다. 학계와 건설업계,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이제야 현실을 바로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고, 전월세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9.15 대책’의 흔들림없는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15 대책’과 거꾸로 가는 3월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폐지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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