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규제 완화'에 시장 반색... "집값 잡을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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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규제 완화'에 시장 반색... "집값 잡을 게임체인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10.2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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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부동산대책 심층 분석①]
지난달 15일 발표 25번째 정책, 긍정 평가 다수
정부, 주거용 오피스텔 '바닥난방' 면적 확대 발표
기존 85m²서 최대 120m²까지 바닥 난방 가능
중대형 오피스텔, 3~4인 가구 아파트 수요 기대
부동산 시장 '환영'... "정부, 이제서야 현실 반영"
난개발·투기수요 우려에... 전문가 "공공주택지구 인프라 달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주택 공급 부족'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실책이다. 현 정부 청와대와 집권 여당, 경제 당국자들은 5년 내내 이 문제에서만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전례 없는 집값 폭등을 초래했다. 정부는 24번의 부동산 규제 끝에 지난달 15일, '오피스텔 건축기준 완화' 등 '민간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꺼내 들었다. 아파트 대체재로서 수요가 꾸준한 중대형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풀고, 도시형생활주택의 방실 개수를 늘려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정부 대책 발표에 시장에서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전·월세' 중심 정책 집행에 진저리를 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구도심 지역에 주택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흘러나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차제에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 오피스텔 '바닥 난방' 면적을 확대하고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간 구성 제약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국토부는 전과 달리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바닥난방 면적 확대, 25번의 부동산 카드 중 가장 실효적"

‘9·15 대책’의 가장 큰 변화는 12년 만에 주거용 오피스텔 바닥 난방 기준을 전용면적 85㎡(25평) 이하에서 120㎡이하(약 35평)까지 늘린 점이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지만 주거기능을 일부 인정해 전용 85m² 이하에만 바닥 난방 설치를 허용했다.

'바닥 난방'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구분하는 핵심 요소이다. 온돌·온수온돌 또는 전열기 등을 사용한 바닥난방은 주택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그 동안 정부는 주택법을 벗어난 오피스텔 편법 분양을 막기 위해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을 전용 84㎡로 제한했다. 전용 84㎡ 오피스텔의 실사용 면적은 통상 전용 59㎡ 아파트와 거의 유사해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공간이 비좁았다. 85m² 이하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피스텔 바닥 난방 허용 면적을 120㎡까지 확대한 ‘9·15 대책’은 현 정부가 내놓은 25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카드 중 가장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닥 난방이 가능한 중대형 오피스텔은 관리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4인 이하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바닥 난방을 갖춘 중대형 오피스텔은 주택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위례신도시 업무지구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위례신도시 업무지구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아파트 공급까지 10년... 유일한 대안 '중대형 오피스텔'

이지스자산운용 서울 오피스텔 시장동향에 따르면, 오피스텔 공급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5% 증가했다. 바닥 난방과 욕실 설치기준 면적 완화 정책이 오피스텔 공급 확대를 이끌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바닥 난방을 갖춘 중대형 오피스텔이 소형 가구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집값도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다.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 확대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공공주도형 아파트는 계획 수립부터 토지보상, 시공, 기반시설 구축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월세와 공공주도 중심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지정한 공공주택지구는 33곳에 달한다. 이들 지구에 계획된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급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공급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까닭이다. 위례지구는 도시의 외형을 갖추는 데만 10년 이상 소요됐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최소 5~10년 걸리는 사업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난개발과 투기수요 촉발?... "공공주택지구, 인프라 자체가 달라"

‘9·15 대책’에 대해서는 도심 난개발이나 투기수요 조장 등 역기능을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투기 수요가 청약 통장과 전매 제한이 없는 오피스텔 시장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주된 이유이다. 상업지역에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정주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수 시장 전문가의 견해는 결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구도심'과 '공공주택지구'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도시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구도심과 처음부터 정밀한 수요·공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반시설을 구축한 공공주택지구는 오피스텔 입주 조건 자체가 전혀 다르다.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설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고 해서 난개발이나 정주여건 악화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대표적 계획도시인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경기 위례신도시는 중심상업지구 내 다양한 형태의 오피스텔이 단기간 형성됐고, 주거지를 따라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자족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자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기조 변화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전문가는 "정책을 먼저 내놓고 시장 상황을 보고 조정하는 게 한국식 방식"이라며 "조만간 ‘9·15 대책’을 반영해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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