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국토부①] 법령 근거도 없이... 오피스텔 물량 '멋대로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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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국토부①] 법령 근거도 없이... 오피스텔 물량 '멋대로 제한'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11.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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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규제' 부처별 상이.. 행정편의가 빚은 난맥상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 규제 가이드라인 시행
공공지구 내 주거용 오피스텔 제동... 현장 반발
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 "규제 풀어 주택난 해소"
공식 부동산 대책은 '공급 확대'... 국토부 별도조직은 '공급 억제'
업계 "국토부, 인구 유입 판단 오류... 책임 민간에 떠넘겨"
노형욱 국토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노형욱 국토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내 업무지구 토지를 분양받은 A사는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공공주택지구 내 오피스텔 분양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는데, 당초 부지 매입계약조건과 달리 국토교통부로부터 '주거용 오피스텔 비율을 조정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사는 토지 근저당권 해지 등을 위해 금융권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터라 사업이 지연되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A사에게 부지 개발권을 위임한 원주민들 역시 예상치 못한 국토부의 통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있다“며 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 오피스텔 바닥 난방 허용 면적을 기존 85㎡(25평) 이하에서 120㎡이하(약 35평)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9·15 대책'을 발표했다. 동 대책의 핵심은 아파트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는 '주거용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 확대'이다. 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정부 부동산 대책의 난맥상이 이번 기회에 해소되길 바란다"는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

시장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올해 3월 국토부 별도조직인 공공택지관리과가 각 사업시행기관에 내려보낸 '공공주택지구 오피스텔 건축 가이드라인'을 꼽는다. 동 문건은 공공주택지구에서 주거용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장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9·15대책'은 정부 차원의 공식 부동산 대책으로, 입안 부서는 국토부 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이다. 주택토지실 소속 주택정책과, 주택기금과, 주택건설공급과 등이 주도적으로 대책 수립에 참여했다. 반면 '9·15대책'과 상반되는 내용의 위 가이드라인 작성 부서는 국토부 별도조직인 공공택지관리과이다. 두 문건의 성격과 입안 부서의 위상, 역할 등을 고려하더라도 공공택지관리과 작성 가이드라인은 수정 내지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주택지구 면적이 330만㎡ 이상인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 비율은 총 주택 수의 10%를 넘을 수 없다. 지구 단위 면적이 150~330만㎡인 경우는 총 주택 수의 15%, 30~150만㎡인 경우는 20%, 30만㎡ 미만인 경우는 25%으로 각각 제한된다. 가이드라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오피스텔 공급 평형'을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가 멋대로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가이드라인 '오피스텔 계획기준 5항'을 보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0㎡ 이하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양호한 지역으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전용면적 40㎡ 초과~85㎡ 이하 오피스텔 공급 규모를 전체 물량의 20%까지 늘릴 수 있다. 

전용 면적 84㎡ 오피스텔의 실사용 면적은 전용 59㎡ 아파트와 비슷해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공간이 비좁다. 85m² 이하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공공주택지구 안에서는 실제 아파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주거용 중대형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없다.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해 주택난을 잡겠다는 '9·15대책'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위례신도시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위례신도시 모습. 사진=시장경제DB

 

건축 법령, 오피스텔 평형·용도 규제 안 해... 

공공택지관리과, 법령 근거도 없이 가이드라인 시행 

건축 관련 법령 어디에도 개별 오피스텔의 용도를 일정 비율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는 점에서 동 가이드라인 시행은 그 자체로 헌법에 반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A변호사는 "오피스텔 평형이나 용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그 근거법령이 모호하다면, 재산권 침해는 물론이고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가이드라인은 이미 ▲남양주진접2지구 ▲구리갈매역세권 ▲의왕월암 ▲인천계양 ▲남양주왕숙 ▲남양주왕숙2지구 ▲하남교산 등에 적용됐다. 고시 예정지역은 성남복정1지구와 성남금토, 화성어천지구 등이다. 

국토부가 한편에선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 확대 정책을 입안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주택용 오피스텔 공급을 되레 억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위 가이드라인 도입 배경으로 국토부의 '기반시설 수요 예측 실패'를 지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공택지 개발에 앞서 인구 유입 규모를 산정한다. 그 결과값은 신도시의 전기·수도·가스 공급망 구축, 교통망 설계, 초중등학교 신설 등 기반시설 계획의 근간이 된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물론이고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 규모를 고려한 계수 산정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주거용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제한한다면, 이는 기반시설 계획 수립 시 예측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공공개발사업 계획이익의 합리적 공유 방향 연구’에 따르면 경기 고양삼송지축지구의 경우, 초기 계획과 달리 오피스텔 9187호(인구 약 2만명)가 추가 공급됐으나 초등학교 등 기반시설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도시개발 시행자인 LH는 법적으로 학교나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시장경제>는 공공택지관리과의 입장 확인을 위해 부서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디벨로퍼 관계자는 "정부는 신도시나 공공주택지구에서 기반시설 예측을 실패한 전례를 우려해 소극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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