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늘며 희망퇴직 급증... 은행 '디지털 전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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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늘며 희망퇴직 급증... 은행 '디지털 전환' 그림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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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퇴직금 9375억원 '역대 최대'
5대 은행 영업점 216개 줄어...연초 73개 통폐합
"비대면·디지털·빅테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업계 "퇴직자 전문성·경험 살릴 방안 고민해야"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지난해 3·4분기 국내 은행들의 퇴직금 지급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몸집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퇴직자들의 전문성과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후속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은행연합회의 은행 통계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판매관리비 중 퇴직급여 규모는 9,375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45억원(6.2%) 증가했다. 통계가 있는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많다. 종전 최대치는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의 9,225억원이었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전방위적 체질개선의 결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PC와 스마트폰 뱅킹앱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추세가 되면서 은행들은 지점을 통폐합하는 한편 IT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지난해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019년 말 4,640개에서 지난해 말 4,424개로 216개가 감소했다. 이는 2018년 38개, 2019년 41개가 줄어든 것에 비해 5배가 넘는 감소폭으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국내 5대 은행은 지난 12월 말부터 두 달간 전국 점포 73곳을 추가로 통폐합할 방침이다.

기존의 인력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연말부터 주요 은행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있다. 11일 금융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명퇴자금 지급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가 따르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과 인사적체 해소를 통한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하나은행은 40세 이상 특별퇴직자 중 책임자급(143명), 행원급(107명)에게는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관리자급(35명)에게는 27~33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인 1965년생 직원에게는 25개월, 1966년생 직원에게는 31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했다. 자녀 학자금은 최대 2,000만원, 의료비 최대 2,000만원, 재취업·전직 지원금 최대 5,000만원도 지급했다.

농협은행도 1964년생에게 28개월치, 1965년생에게는 35개월치, 1966년생에게는 37개월치 월평균 임금을 지급했다.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에게는 39개월치를, 1971~1980년생에게는 20개월치의 월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줬다. 그 밖에도 전직 지원금 4,000만원(1964년생)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1965~1972년)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1974년 이전 출생 직원들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임금피크제 대상인 1965년과 1966년생뿐 아니라, 1967년 이후 출생의 소속장급, 1971년 이전 출생의 관리자급, 1974년 이전 출생의 책임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 

1965년생 직원에게는 월평균 임금 24개월치를,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는 36개월치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녀 2명까지 학자금(1인당 최대 2,800만원), 재취업지원금 3,300만원, 여행상품권 300만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 중 부지점장급은 1962년생 이후, 4급 이하 일반직은 1965년생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출생년도에 따라 8~36개월치 연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은 2016년부터 '경력컨설팅센터'를 운영하며 희망 퇴직자들의 전직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체질개선이 본격화되면서 희망퇴직자들의 재취업 등 사후 지원에도 소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기 퇴직후 목돈을 굴려 어느 정도 노후대비가 가능했던 과거에 비해 저금리 시기 희망퇴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임금피크제에도 불구하고 퇴직후 마땅한 자리가 없는 경우 '버티기'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체질개선인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자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재취업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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