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대통령 직권남용 피해자... 양형에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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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대통령 직권남용 피해자... 양형에 반영돼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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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심 결심 공판
특검, 이 부회장에 징역 9년 구형... 다음달 선고
변호인단 “이재용은 대통령에 질책 받는 위치"
"이 사건의 시작은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
이재용 최후 진술 "촘촘한 준법감시망 구축"
"외부 부당 압력에 굴하지 않는 기업 만들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우리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순환출자는 해소했지만 아직 많은 분들 기대를 충족 못시켰습니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삼성은 달라질 것입니다. 저부터 달라지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오해 일으킬 일도 하지 않겠다. 어려워도 정도를 가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며 “재벌의 폐해로 재판장께서 지적한 부분도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국민에게 평생 갚아도 못 갚을 것”이라며 “꼭 되돌려 드리겠다. 선두 기업으로서 몇 배, 몇 십 배 더 큰 책임감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영결식 추도사에서 언급된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이 강렬하게 맴돈다고 했다. 선대보다 크고 강하게 키우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의미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라면서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제도를 구축하고,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삼성 임직원이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 그게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바”라고 힘줘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삼성 신경영’ 선언을 예로 들며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한 질문의 답변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이 사건 출발점은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  

이날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파기 전 이 사건 1·2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것에 비해 형량을 다소 낮췄다. 특검은 "대법원 판결로 일부 혐의가 무죄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본건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으로 화룡점정에 해당한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법원과 우리 사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거나 중대한 흠집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재판부가 삼성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평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재판부 입장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인정되더라도, 양형 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빌미로 양형구간을 이탈하는 것은 부당의 정도를 벗어나 헌법상 평등의 원칙,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는 위헌, 위법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최종변론을 통해 이 사건 시작이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에 의해 비롯된 사실을 강조하면서, 양형 판단시 이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소극적·수동적으로 대통령의 요구에 따랐을 뿐, 그 대가로 대통령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직무집행을 요청하거나 청탁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변론 요지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수동적 뇌물 공여가 아닌, 적극적 뇌물 공여라고 하면서 그 근거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대등한 관계였다는 부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며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관계는 질책하고, 질책을 받는 관계이지 대등한 관계가 결코 아니”라고 항변했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뇌물 또는 청탁의 대가로 어떠한 특혜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 근거로 다음의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경영승계 작업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대통령과의 면담 이전 이미 종결된 점, 두 번째 지주사 전환 문제 역시 금융위원회에서 승인을 불가하면서 무산된 점, 세 번째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과 관련돼 주요 쟁점이었던 이른바 ‘원샷법’은 되레 삼성에 불리한 내용으로 개정된 점 등이다.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설립 및 운영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준법감시가 형해화 되지 않도록 (그 역할을) 외부위원에 맡기고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며 “위원장과 위원도 삼성에 비판적이거나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에 비판적인 외부 인사가 준법감시제도를 통제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획기적 변화”라며 “현재 삼성의 최고경영진 가운데 준법감시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위 가치를 폄하하면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는데, 이는 근거없는 비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를 반영하고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선고기일은 다음 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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