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앞 뒷말 잘라 짜집기... 삼성준법委 부정평가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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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앞 뒷말 잘라 짜집기... 삼성준법委 부정평가로 왜곡"
  • 전지현 변호사
  • 승인 2021.01.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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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 평가보고서 분석②] 전지현 변호사 
강 前재판관 '단서'에 담긴 함의... 긍정평 결론
이재용 공판 쟁점, 경영권 승계 아닌 '뇌물공여'
세부 평가기준 상당수, '경영권 승계'와 연관 
檢시각 반영 18개 평가항목, 정상 답변에 한계
'발생 가능' 위법행위 정리? 관심법 쓰라는 말      
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시화). 사진=시장경제DB
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시화). 사진=시장경제DB

삼성 뇌물공여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공개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3인의 전문심리위원 중 사실상 캐스팅보트 위치에 있는 강일원 前 헌법재판관 보고서와 관련, 다수 매체는 긍정 평가가 많았다고 분석한 반면, 반기업 성향 일부 매체들은 이를 모두 ‘왜곡’이라 주장하면서 “부정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곡을 한 건 후자(後者)이다. 강일원 전 재판관은 보고서 결론에서 점검 항목과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긍정평가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강 전재판관은 왜 별도의 항목까지 만드는 수고를 하면서 본인의 결론을 나타내려 했을까. 애초 선정된 18개 점검 항목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재판부와 쌍방이 합의한 18개 점검 항목의 중 핵심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및 삼성그룹 계열사 준법감시조직의 실효성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준법 경영 의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뽑을 수 있는 제목이겠으나 문제는 그 내용이다.

실효성 여부를 검토하는 세부 평가 기준의 절반 정도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맞춰져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위법을 방지하는 방안이 있는지,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감시할 방안이 있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 나열돼 있다.

심지어 '발생가능성이 있는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정리하라'는 항목까지 나온다. '관심법'을 동원하라는 건가. 마치 경찰에게 범죄를 저지를 위험있는 사람을 찾아내 미리 보초를 서라는 식이다.

 

특정 매체 분석 보도의 문제점,  
"앞 뒷말 자르고 원하는 단어만 짜깁기"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행위 의혹'은 아직까지 검찰이 가정하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대검찰청 외부자문단의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하면서 내놓은 ‘주장’이 전부다. 그런데 이번 점검항목에는 공소장에 나오는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문제 같은 각각의 내용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위법행위로 단정한 다음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지 다그치고 있다.

재판부와 쌍방이 합의한 내용이라 반문한다면 지난해 초 재판부가 준법감사위를 언급한 이후의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가 삼성 측에 위법행위 방지책의 일환으로 준법감시위 설치를 언급한 직후 특검과 일부 반기업 성향 시민사회의 반응은 심히 감정적이었다. 미국의 엔론(Enron)사태 이후 기업에 정착된 준법감시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덮어놓고 ‘재벌 봐주기’라 흥분했다. 이후 특검은 공판 과정에서 줄곧 재판부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고심 끝에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 구성을 결정했다. 특히 ‘점검 항목 선정’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 선정보다는, 최대한 양측의 균형을 맞추는데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된 점검 항목에 대한 평가를 볼 때, 강 전 재판관의 보고서를 대체로 부정적이라 본 매체들은 문장의 앞 뒷말을 싹둑 자른 뒤, 보고 싶은 문구만 선택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 사건 심리 취지에 부합하는 4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강 前재판관 '단서'에 담긴 함의

일부 반기업 성향 매체 '평가 왜곡'

첫째 ‘준법감시위와 7개 관계사들의 지속적 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조직인 이상 관계사 탈퇴를 막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단 관계사들의 의견 청취 같은 적절한 장치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특정 매체는 ‘관계사들의 임의 탈퇴를 막을 규정이 없다’는 문구만 부각해 강 전 재판관이 ‘부정’ 평가를 내렸다고 했다.

둘째 ‘예산확보’와 관련해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가 자율적 임의조직인 이상 배정을 강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단 현재로서는 삼성 측이 예산 배정을 거부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위 특정 매체는 ‘강제 예산 배정 수단이 없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강 전 재판관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셋째 ‘준법감시위 권고의 실효성’과 관련돼 강 전 재판관은 ‘대외적 공표 외에 강제 수단은 없지만, 그렇다고 임의조직인 준법삼시위가 이를 강제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실제 권고 사항을 불이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총평했다. 역시 위 특정 매체는 ‘대외 공표 말고 강제수단이 없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강 전 재판관이 부정 평가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넷째 ‘준법감시위 설치로 인한 감시시스템의 강화 여부’와 관련, 강 전 재판관은 독립성 및 심사기준의 강화, 준법문화 향상, 내·외부 제보 증가 등을 들어 긍정평가를 내렸다. 강 전 재판관은 전문심리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쟁점 사항을 바탕으로 별도의 결론 항목을 만들었으며, 대체로 긍정적 점수를 줬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강 전 재판관이 대부분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한 매체들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모두 위법하다’는 검찰 시각을 반영해 사건을 재단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판 중인 사안을 위법하다고 단정하는가 하면, 보고서 각 항목의 결론 중 원하는 단어만 조합해 '강 전 재판관이 부정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법리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강 전 재판관의 단서 내용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형사재판은 기소된 혐의를 판단하는 것이고, 반성하며 재범가능성이 없으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심 공판의 쟁점은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뇌물공여’이다. 대법원에서 한 줄 나온 공여 경위 언급에 터잡아, ‘재벌 총수 나왔으니 여기서 전부 끝장을 보자’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쯤 되면 유명한 말 한마디 해도 될 것 같다. ‘소설 쓰시네.’

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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