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본드 발행? 말이 쉽지"... 새 회계기준 앞둔 보험사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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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본드 발행? 말이 쉽지"... 새 회계기준 앞둔 보험사 '초비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02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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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
적정성 비율 크게 떨어져 자본확충 비상
"RBC 타격에 코코본드 발행 현실성 없어"
1사1라이센스 완화... "빅테크 기울어진 운동장, 큰 의미없어"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조건부자본증권 허용, 1사1라이센스 완화 등 보험업계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채 가중으로 적정성 지표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IFRS 17 법규개정 추진단'을 구성,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은 기존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한 준비금이다. 그간 한국과 미국의 보험사는 보험 판매 시점의 원가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왔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돼 시가로 평가하면 과거 판매시점보다 금리가 낮은 현재 보험부채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19년 6월 기준 생보사의 보험료 적립금 589조3,000억원 중 고정금리를 주는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41.5%로 244조4,000억원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8년 기준금리 1.5%일 때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부채 규모를 73조5,695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준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진 만큼 보험사들이 추가로 쌓아둬야 할 돈은 더 커진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지급여력(RBC) 비율 유지를 위해 늘어나는 부채규모에 맞춰 자본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발행, 후순위채 등을 통해 해마다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IFRS17 도입에 앞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300% 이상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 RBC비율이 300%를 넘는 국내 보험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DGB생명, 삼성화재, 서울보증보험 뿐이다.

1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연 5% 이상 고금리 약정 상품 판매가 흔했는데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에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를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공동재보험·K-ICS유예 등 '당근'에도 업계 냉담

보험사들은 고객들에게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와 저금리가 겹치며 보험료 유입은 줄어들고 투자수익을 내기도 힘들어졌다.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보험상품의 금리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공동재보험 도입,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 허용, 신지급여력제도(K-ICS) 유예, 1사1라이센스 허가정책 유연화 등 보험사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에서 IFRS17 시행에 대비해 보험사의 자본확충 지원을 위해 보험업법에 코코본드 발행근거 등을 담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코코본드는 일정한 조건(부실 금융기관 지정 등)이 발생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므로 국제 기준상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통상 은행들은 BIS비율에 따라 조달비용이 책정되는데 보험사는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험금지급(RBC)비율이 조달비용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 RBC비율이 높은 보험사는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비용을 줄이고 기본자본 확대에 따른 보완자본 확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올해 보험사들이 추진한 자본확충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유상증자·신종자본증권·후순위 채권 발행에 이어 새로운 자본확충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RBC비율이 낮아진다는 데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험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외부 지원 없이 차입금을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될 경우 원금을 날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로 부채를 산정하면 중·대형사를 막론하고 일단 적정성 지표에 타격이 예상되는데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큰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사1라이센스 완화 역시 이른바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금융위 금융산업 미래전망과 경쟁도 평가위원회는 "향후 IFRS17 도입(2023년), 저금리 등 환경변화에 따라 보험사의 경영 효율화 및 사업구조 개선이 예상되고 소액단기전문 보험회사 등 시장 변화도 예상되는 만큼 1사1라이센스 허가정책 유연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평가위는 내년 1월까지 추가 회의를 통해 최종 평가결과를 확정하고 대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새로 업계에 진입하는데 따른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재보험의 매력은 크지 않고, K-ICS 유예 역시 자본확충에 따른 다소의 시간을 버는 완충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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