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거리 X-파일①] 도봉산 아웃도어거리, 실상은 노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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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거리 X-파일①] 도봉산 아웃도어거리, 실상은 노점거리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5.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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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노점상 활성화’ 서울시 도봉구청 돈 벌이에만 급급 지적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추진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 억 원의 예산도 배정했다. 시가 선정한 특화상권은 △동대문 문구완구거리 △을지로 조명거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도봉산 아웃도어거리 △방배사이거리 등이다. 

경쟁력 있는 상권을 선별해 지원한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지만 본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결과 간판‧도로 정비사업에 불과했다. 또, 상권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노점상들을 장려하는 취지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기존 상인들과의 마찰만 깊어지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배려 없는 개발만 이뤄지고 있는 상태였다. 

시에서 밝힌 정책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지난 20일 5곳을 동시에 방문해 상인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 상권별로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 도봉구 주민들이 ‘도봉산 아웃도어거리’ 때문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등산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음식점의 악취, 불법주차, 소음 등의 문제로 거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노점상이 급증하면서 기존 상인 간 대립도 극에 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와 도봉구청이 이곳을 ‘특화상권 활성화지구’로 지정해 상권을 더 키우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점상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의 계획을 갖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빨간선은 서울시와 도봉구청이 선정한 '아웃도어거리'다. 하지만 노란색 선이 그려진 곳까지 등산객 상권이 퍼저가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주민들 주말되면 ‘등산객, 노점상들과 한바탕 전쟁’

“이건 뭐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기자님이라면 하루 종일 생선 비린내와 지린내가 진동하는데 살 수 있겠습니까.”(도봉구 주민 조 모 씨/64)

조 씨의 집은 장어전문점 근처에 위치해 있다. 주말만 되면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로 동네가 붐비고, 등산객들이 본격적으로 내려오는 낮부터는 음식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늦은 저녁시간까지 진동을 한다고 한다.

또, 조 씨의 집의 위치는 외곽으로 불법주차의 타깃이 되고 있다. 조 씨는 “1시간에 한 번 꼴로 밖으로 나와 불법주차를 확인하고 있고, 주말에 차를 갖고 잠시 외출이라도 하면 집 담벼락은 노상방뇨의 흔적과 쓰레기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씨(22세 대학생)는 “주말되면 낮부터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어서 무서워요. 또 인도를 노점상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차도로 걷는 일이 많아요”라고 하소연했다.

70세의 할머니는 동네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어서 먼지 투성이고, 50세의 한 아주머니는 올해 들어와 등산객들이 동네에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도 사라져 그 일들을 모두 주민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목요일 15시는 등산 피크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인도는 노점상이 점거했고, 쓰레기통은 없어서 동네 구석구석에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가정집들은 하나같이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담벼락에 ‘견인하겠다’는 글을 써놓았고, 일반 동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이라는 팻말이 유독 많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기상청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으로 화창한 날이었다. 하지만 동네 곳곳이 뿌옇게 먼지로 휘날렸다. 주민들은 가정집들이 점포로 재건축하면서 동네 곳곳이 공사현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은 주말이 되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등산객들로 붐빈다고 말한다. 주민들 입장에서 얼마나 더 불편할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도봉구의 도봉산 아웃도어거리가 등산객 상권으로 형성되면서 가정집들이 상가 또는 점포로 재건축을 하고 있는 모습. 주민들은 공사 소음과 환경 오염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아웃도어’ 보다 노점상 더 많아… ‘포차거리’ 더 어울려

서울시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 282-313 일대를 ‘아웃도어거리’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이곳은 ‘아웃도어거리’가 아닌 ‘포차거리’였다.

‘아웃도어거리’는 도봉산역부터 도봉산 초입까지의 약 1.5km가 해당된다. 이곳을 지나다보면 아웃도어 점포보다 노점상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점상의 개수를 직접 세워본 결과 75개였고, 아웃도어매장은 26개에 불과했다. 도봉구청은 노점상이 60여개라고 반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노점상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금을 내면서 적법하게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과의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과 기존 상인들에 따르면 도봉구청은 노점상을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음식점 점포의 사장인 김 모 씨는 “지난해 도봉구청에 불법 노점상 민원을 제기했는데, ‘물건을 파는 상인이 많아져야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는 불법 노점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주민 한 씨는 “도로를 보도블럭으로 까는 과정에서 한 노점상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보도블럭 길이를 줄이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이곳은 ‘아웃도어거리’가 아니라 ‘포차거리’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노점상을 단속해 철거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도봉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없다”고 밝혔고, “용역 결과에 기존 상인들과 상생 발전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 어떻게 상생 발전시킬 것인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도봉구청은 지하철 도봉산역과 도봉산초입까지 '도봉산 아웃도어거리'라고 명명했지만 실상은 '노점상거리'였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서울시‧도봉구청 주민 민원은 ‘모른 쇠’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의 ‘2017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추진계획’ 자료를 보면 시는 도봉구의 ‘도봉산 아웃도어거리’를 지난해 특화상권 지구로 선정했다.

오는 2018년까지 환경개선과 공동마케팅 등 상권 활성화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총 12억 원이다. 도봉산 아웃도어거리는 2.2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여기서 환경개선은 주민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조명, 조형물 등의 경관 환경을 말한다. 즉, 주민들의 환경개선이나 민원을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고, 오로지 상권 형성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추진 사업(아웃도어거리)은 활성화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 민원과 노점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고 밝혔다.

도봉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으로 인한 문제는 가로수 정비과, 불법 주차 문제는 서울시설관리공단, 민원은 민원과, 위생은 보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봉산으로 등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법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주택 담벼락에 붙여있는 주차금지 팻말과 거주자우선주차표시판으로서, 이곳은 아주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의 주차금지 안내판들이 붙여져 있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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