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대문 따이공·사드 태풍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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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대문 따이공·사드 태풍 비상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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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지연은 기본, 10개 보내면 고작 2~3개 통과"
동대문 도매 상권 중 가장 인기 있는 사거리 앞. 손님으로 한창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그리 많지 않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권이 꽁꽁 얼어붙었다.

10일 저녁 10시 동대문 의류 도매상가. 예전 같았으면 중국인 큰 손님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지금은 몇 몇 관광객이 전부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동대문은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량의 옷을 구매하려는 중국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동대문 상인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따이공 규제 강화를 이번 불황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종섬유의 최규석 사장은 "30kg 수준의 물품을 10개 보내면 중국 세관이 별에별 이유로 2~3개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지연시키고 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통과시켰는데...굳이 소상공인들의 활동까지 제재하는 건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루나브끄의 박종삼 대표는 "(중국인들이)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1억원씩 물건을 사갔다면 지금은 1000~2000만원 수준으로 옷을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 두 곳은 여성 겨울옷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으로 한 철 장사로 1년을 먹고사는 소기업이어서 어려움이 더 큰 상황이다.

가나의류의 이미자 대표는 "우리는 분명 물량 무게를 30kg에 맞춰 보냈는데, 중국 세관에서 31~32kg가 나왔다며 지연시킨다. 어쩔 때는 처음 들어보는 규제로 통관은 지연시키기도 한다. 따이공들하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사드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따이공들은 그동안 배로 운반(5000원)했지만 지금은 캐리어백에 담아 비행기로 직접 수송(1만원~1만2000원)하고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중국인들. 한 손에 캐리어백을 하나씩 끌고 있다.

즉, 과거에는 배로 싸게 많이 운송했다면 지금은 비행기로 비싸고, 조금 운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송업체들도 2차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될 물건들로 가득차 있어야 할 공간이 텅텅 비어있다.

중국택배사 관계자는 "일단 의류업체들의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다보니 우리쪽 매출도 감소하는건 어쩔 수 없다. 보통 3일이면 보내는데, 지금은 3일, 운이 없으면 10일까지 지연되기도 한다.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택배사는 "사실 정식 수출건(사업자등록증, 수출면허권 보유 기업)들은 크게 문제가 없다. 정식 수출건은 통상 3일 이내에 모두 운송된다. 핸드콜, 묻지마 배송, 따이공 같은 일명 보따리상 물량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에 사드 보다는 중국내 보따리상 규제 강화가 더 핵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이 2016년부터 보따리상(따이공)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한 바 있다.

중국은 이미 올해 중순 자국내 화장품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을 운송하는 따이공들을 대대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중국에 법인을 세우지 못한 화장품 기업들은 운송할 길이 막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대응을 하기 위해 의류 상인들의 피해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상인들이 보따리상으로 보내는 것을 불법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많은 의류 업체들이 운송 방법에 대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아마도 따이공(보따리상)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꺼리는 것 같다"며 "(수출면허권을 가지고) 정식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아직까지 수출 지연 등의 피해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 불황 원인이 사드 때문인지, 아니면 중국 내 따이공 규제 때문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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