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거리 X-파일③] 동대문완구거리 '눈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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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거리 X-파일③] 동대문완구거리 '눈꼽변화'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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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겹치는 사업 말고, 진짜 사업해달라"
지난 17일 찾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대문완구거리 풍경. 사진=박진형 기자.

“특화상권 활성화 사업? 그게 뭔데요?”

“눈에 띄는 것만 추진하면 뭐해요? 도움이 안 되는데…”

지난 17일 찾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대문완구거리. 이곳은 지난해 서울시에서 추진한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예산 1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을 가보니 달라진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거리 입구에 작은 규모의 녹지가 조성된 것이 지금까지 바뀐 전부라고 설명했다.

입구에는 또 '동대문구 완구거리'라는 글자가 적힌 연필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는데, 이 사업과는 무관한 국비사업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시장 안에 '동대문 문구 완구거리'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곰 동상과 그 위 2층에 설치된 킹콩 동상도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은 중복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경제정책과에서 발표한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추진계획’의 시장 청사진과 현장 모습은 차이가 분명했다. 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화상권 5곳을 선정해 총 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각종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의 경우 조형물 설치와 진입로 환경개선, 홈페이지 제작, 공동포장재 제작 등을 계획했지만 그대로 된 것은 환경 개선밖에 없었다.

서울시 경제정책부에서 추진한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동대문완구거리 입구에 조성된 녹지 모습. 사진=박진형 기자.

이곳에서 2시간가량 시장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창신동문구완구시장 상인회 송동호 회장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상인들에게 지원사업 내용을 설명해 줘도 대다수는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을 하면서, 딴청을 피우면서 기자의 말을 흘려들었다. 일부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신과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지자체의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듯했다.

삼화 문구를 운영하는 사장은 “혜택도 별로 없고 아는 것도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동원완구 사장에게 서울시가 공동포장재 제작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주자 그는 “하다못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면서 “점포마다 쓰는 봉투가 다른데 무슨 소리냐. 우리는 계속 검정봉투를 쓸 거다”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자가 17일 동대문완구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모두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진=박진형 기자.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담긴 사업을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신발가게 골목에 위치한 토이박스 박용자(72·여) 사장은 “여긴 중심거리도 아니라서 파리만 날린다. 장사가 안 돼서 힘들다”며 “이미 조형물이 몇 군데 세워져 있는데 뭘 또 설치하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다른 방법을 고안해서 시장상인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권현택(37) 사장은 “솔직히 취지는 좋은데 고릴라 동상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이 거리에는 공용화장실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손님 중에는 대형 상가에 있는 화장실을 쓰려다 쫓겨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120곳의 점포가 들어선 이 거리에서 기자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곳곳을 돌아다녀봤지만 공용화장실을 찾을 수 없었다. 인근 상가 경비원이 “이 곳에는 화장실이 없다”면서 “쓰려면 국민은행 건물을 이용하라”고 귀띔해 줘 다행히 일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발표한 2017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추진계획에는 지난해 추진했던 사업 내용이 담겨 있다. 자료=서울시 경제정책과.

종로구청 류기범 일자리경제과 담당자는 해당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난 11월에 용역 업체를 선정해서 사업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해당 업체가 부정당업자제재를 받아서 계약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매스씨앤지라는 업체를 다시 선정해서 지금 사업 진행 중에 있다. 이달 안으로 완료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동대문 문구거리는 1960년대에 생겼다.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학용품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 곳에는 주로 공책류와 크레파스, 연필, 실내화, 가방, 스케치북 등의 학용품을 판다. 가격은 소비자 가격의 30~40%까지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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