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지속가능 신사업' 뜬다... ESG에 꽃힌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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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지속가능 신사업' 뜬다... ESG에 꽃힌 시중은행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6.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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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경영이 화두, 환경·소셜 본드가 대세
KPI 목표치 낮추고 사회가치로 사업 전략 조정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올해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방역을 둘러싼 정부의 오판이 이어지면서 코로나 사태가 백신 상용화 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중은행들은 0%에 가까워지는 초저금리 탓에 연쇄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실적을 반영하는 핵심성과지표(KPI) 목표치를 낮추고 사업 전략을 전면적으로 조정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영업점의 신규 이자 이익과 적립식 상품 실적 등 창구 대면 지표 목표치를 항목별로 10~15% 낮추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상반기 영업점과 지역본부의 KPI 목표를 하향 조정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상반기 KPI 13개 지표의 목표치를 15% 낮췄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KPI를 추가로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실적 목표 하향 외에도 은행들은 올해 초 수립했던 해외 영토 확장 전략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 출장길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준비했던 사업들이 줄줄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시중은행들은 신(新)사업 발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형국이다. 

대표적인 것이 ESG 사업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경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단기적 성과를 고려치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과 리스크 축소를 목표로 한다.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한 조용병 회장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참석한 조용병 회장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한 대표적인 CEO로 불린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말 조용병 회장의 연임 사유 중 하나로 ESG 경영체계 확립을 꼽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연세대와 함께 ESG 관련 상품·서비스를 계량화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금융 취약계층 지원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코로나 피해 지원을 자금용도로 명시한 5,000만달러 규모의 소셜 본드를 발행했다. 

ESG 경영의 선봉장으로 통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해당 위원회는 ESG 경영을 위한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위원회에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전원 9명이 참여한다. 

리브온 런칭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리브온 런칭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그룹의 맡형인 KB국민은행은 올해에만 ESG 채권을 세 차례 발행했다. KB국민은행 또한 지난 3월 내부에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을 맡은 허인 행장은 지난 4월 첫 회의를 주재한 이후 매달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종이통장 미발행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는 하나금융이 창립 이래 14년 동안 추진하고 있는 경영 슬로건이다. 그룹의 최우선 가치를 고객에게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대에는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사진=시장경제신문DB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광양 바이오매스 발전소, 천사 풍력발전소, 동서발전과 고속도로 태양광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의 의지를 받드는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기획그룹 내 사회가치본부를 신설했다. 지역공동체를 넘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치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환경보호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실시하며 친환경 생활화를 통한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되는 친환경 전기차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2년 만기, 연 1.40%의 고정금리로 발행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ESG 경영에 관심을 보이며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재무적 요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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