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방어권 보장 안된 檢 수사기록, 중립적 증거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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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방어권 보장 안된 檢 수사기록, 중립적 증거될 수 있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5.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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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9차 변론기일
공정위 vs 효성, 檢 수사기록 법원 송부 놓고 '기싸움'
효성 "증거채택 이의 없지만, 조현준 재판 진행중이기에 방어권 보장 못받아"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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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투자개발 등 효성 계열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양측 변호인단이 동일 사건의 검찰 수사기록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 사건은 (주)효성의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스토닉스(GE) 발행 영구전환사채 250억원 상당을 인수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실적악화로 현금 유동성 위기에 물린 GE 지원을 위해 같은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사채를 인수했다고 판단, 이들 회사에 수십억대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의결했다.

공정위는 "지분구조를 볼때 GE는 사실상 조현준 회장 개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라며, "효성투재개발의 사채 인수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총수 부당이익 제공'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정위가 적용한 공정거래법 조항은 그 구성요건 자체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며, 죄형법정주의 파생원칙 중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항변했다.

공정위 과장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의 판단 근거가 된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위헌 시비가 불거진 대목은 동 조항 후단 부분의 '관여'라는 표현이다. 위 조항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면, 공정거래법 적용 범위는 사실상 무제한 확장된다. '관여'라는 구성요건 자체가 워낙 모호한 까닭이다. 공정위 고발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변호인단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동 조항의 위헌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면서 조만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21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이상주 부장판사)는 공정위가 (주)효성 등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9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기일은 지난 1월 9일 열린 8차 기일 이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연기되면서 무려 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이날 공정위측은 지난 14일 조현준 효성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검찰 수사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냈다. 동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 심리로 지난달 21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공정위측은 “효성측에 수사기록에 대한 문서제출을 요구했는데, 제출을 하지 않아 부득이 검찰에 문서송부촉탁을 했다”며 “변호인측에서도 이미 증거를 다 검토한 만큼, 추가적인 의견이 있다면 재판부에 전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효성측은 “해당 수사기록이 법정에서 채택되는 것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형사재판은 현재 준비기일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효성측은 “검찰의 시각이 투영된 자료를 방어권 행사 없이 행정부인 공정위에 제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자료는 갖고 있지만, 법정에서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증거를 과연 중립적인 증거로 볼 수 있는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경제분석 관련 문건이 첨부된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공정위 변호인단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한 것”이라며 “효성에서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한다면 해당 석명 사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8월 27일을 끝으로 변론기일을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효성측에서 “압축된 형태로 이 사건의 요지를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한 차례 변론기일을 더 열어줄 것을 요청하자, 재판부는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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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핵심 쟁점은 효성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효성투자개발이 다른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발행 영구전환사채 250억원 상당을 간접 인수하는 과정에 조 회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다. 

GE는 LED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조 회장이 지분 8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등을 대행하는 기업으로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최대주주는 (주)효성과 조 회장이다.

공정위측은 조 회장이 (주)효성을 통해 효성투자개발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사실상의 개인 회사인 GE에도 경영, 인사, 자금 등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2018년 4월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했다"며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 GE에는 12억3000만원, (주)효성에 17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반면, 효성측은 "효성투자개발(HID)의 GE 투자는 합리적 경영 판단의 결과였을뿐 사익편취와는 관련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GE 발행 영구전환사채 간접 인수를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방식을 사용했다. 효성측은 “GE가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한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적법한 TRS를 통해 거래한 것만을 가지고 불공정거래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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