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장 변경" 무리수... 조현준 혐의입증 스텝 꼬였나
상태바
檢 "공소장 변경" 무리수... 조현준 혐의입증 스텝 꼬였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8.18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효성 조현준 공정거래법 1심, 3차 공준기일 분석]
검찰 "혐의 추가, 공소장 변경"... 부실기소 논란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 외 동조 1·3항 새로 적용
검찰 적용 법조에 의문 나타내는 견해 적지 않아
"범죄구성요건 성립 의문"... "기소부실 반증" 지적도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 심리로 열린 조현준 효성 회장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이 사건 적용 혐의를 변경(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부실 기소'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조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같은 법 23조의2 4항을 적용했다. 위 법 23조의2는 이른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으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동 조 1항은 총수 사익편취 금지의 기준과 행위 유형을, 2항은 금지하지 않는 예외사유를 각각 규정했다. 3항은 금지행위 상대방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이다. 검찰이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한 혐의인 4항은 총수 및 그 일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목적으로 가장 최근에 신설된 조항이다. 조문 체계상 동조 1항 및 3항에 대한 특별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4항 신설 전 공정거래위와 검찰 일부에서는 1항 및 3항이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을 항목별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는 총수를 처벌(기소)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간 금지행위가 존재함을 밝혀도, 총수가 그 거래를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지시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23조의2 4항이다. 이 조항이 신설되면서, 검찰의 입증 책임은 한결 줄어들었다. 총수가 금지행위를 '지시'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도, 정황상 증거를 통해 '관여'한 사실만 밝혀내면 처벌이 가능해진 것이다.

동 조 신설을 바라보는 형사법, 상사법학계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범죄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총수의 '관여'를 범죄구성요건으로 인정하면 처벌 범위가 사실상 무제한 확장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우려는 상당히 크다. 이 사건 변호인단이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동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의 태도 변화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적용 혐의를 추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미 적용한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 외에 같은 조 1항 및 3항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위 기일 법정에 출석한 공판 검사는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이 1항과 3항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공소장 변경 신청을 통해 1항과 3항의 내용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은 조 회장이 효성투자개발로 하여금 GE(갤럭시아일렉트로직스)에 대한 지원행위를 했다고만 돼 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검찰이 동조 3항을 적용해 기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초 공정위 고발장에도 4항만 적시돼 있는데다, 1항 및 3항과 4항은 범죄구성요건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변호인단의 지적처럼 공정거래법 23조의2 1, 3항과 4항은 구성요건이 상이하다. 기본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요건이 상이한 새로운 혐의를 추가 변경한다는 건, 검찰이 이 사건 혐의를 오판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변호인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비해, '예비적 혐의'의 성격으로 동조 1항 및 3항을 추가하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 중인 파트너변호사 A는 "변호인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검찰이 추가 혐의 적용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기존 혐의만으로는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소장 변경은 법원의 허가 사항이다. 재판장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변경을 허가한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추가 적용하겠다고 밝힌 조문의 범죄구성요건이 기존 혐의와 상이하다는 점을 강조해, '공소사실 동일성 범위를 넘어선 요청이므로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는 내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 사건 기본사실관계에 대한 검찰의 변호인단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검찰은 조현준 회장이 자신의 개인 회사이자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GE)를 부당지원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효성투자개발)의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검찰 공소사실 '허점' 논란...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 자체가 쟁점 

이 사건 최대 쟁점은 범죄구성요건 자체의 성립 여부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거래형태의 특수성 때문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효성투자개발이 다른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발행 영구전환사채 250억원 상당을 간접 인수한 행위와 관련,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 등을 의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과 효성 임직원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GE는 LED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조 회장이 지분 8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등을 대행하는 기업으로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최대주주는 (주)효성과 조 회장이다.

검찰은 “조 회장은 (주)효성을 통해 효성투자개발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GE는 조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 회장은 경영, 인사, 자금 등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검찰은 효성투자개발이 GE 영구채를 간접 인수한 행위 이면에 조 회장의 지시 내지 관여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GE 발행 영구전환사채 간접 인수를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방식을 사용했다.

TRS 거래는 '주식 매입' 방식을 통한 증권사의 특수한 기업대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자금력이 약한 기업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적법하고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으로 기능한다. 경영권 방어 내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TRS 거래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A기업(의뢰자), 증권사에 특정 기업 주식 매입 주문→증권사, SPC설립→A기업,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약정→SPC, 주문받은 기업 주식 매입→A기업, 매입주식 간접 보유.

이 사건 거래를 위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효성투자개발, 증권사에 GE 발행 영구채 매입 의뢰→증권사, SPC 설립→SPC, 효성투자개발과 총수익스와프(TRS) 약정 체결→SPC, GE 발행 영구채 매입(효성투자개발 300억 주식 담보 조건부)→SPC(증권사), 영구채 매입대금 GE에 지급→GE 발행 영구채 매입에 따른 투자손익, 효성투자개발에 귀속→약정기간 종료 후 계약 연장 실패→조석래 회장이 GE 발행 영구채 전량 인수→SPC(증권사)에 정산대금 지급→거래 종료.

여기서 주식 매입 주문 혹은 의뢰에 대한 증권사의 '동의' 내지 '승낙'은 일반적인 여신거래 절차에서 일종의 '대출 승인'으로 볼 수 있다. ‘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혐의가 성립되려면 효성투자개발의 매입 주문에 대한 증권사의 ‘동의’ 내지 ‘승낙’에 위법이 존재해야 한다. ‘대출 승인’이 부적법하게 결정됐음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기초가 무너진다. 

그러나 거래관계에 대한 검찰 입증계획은 ‘효성투자개발이 같은 계열사인 GE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심증을 입증하는데 맞춰져 있다. 증권사 ‘동의’ 내지 ‘승낙’의 위법성 입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검찰은 사건을 단계별로 나눠 보지 않고, ‘한 묶음’으로 인식하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이렇다.

“효성투자개발(효투)과 증권사 특수목적법인(SPC)이 맺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GE의 전환사채 발행 등은 사실상 하나의 거래이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즉 이 사건 거래의 상대방은 효투와 GE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의 시각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가 맞는다면, 효투와 거래한 상대방은 GE가 아니라 SPC임이 분명하므로, 공정거래법 23조의2 적용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라는 것. 변호인단은 “효투와 SPC 간 TRS계약, GE 전환사채 발행 등은 각각 개별 사안이며 조 회장은 계열사 간 거래 행위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항변했다.

◆공정거래법 23조의2 각 항 구성요건... 이 사건 사실관계와 맞지 않아    

이 사건 적용법조인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특수관계인(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동조 1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으로 한정)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 혹은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3항은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4항은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위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식 비율은 '상장법인'이 아닌 회사의 경우 20%다. 이 사건 거래를 살필 때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GE이다. 검찰 주장의 허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TRS 거래 주체인 효투와 증권사 설립 SPC의 경우, 조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이 점을 문제삼고 있다. 즉, 조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는 별개 회사들(효투-SPC)끼리 체결한 TRS 거래에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적용한 검찰 기소는, 기초 사실관계부터 오류가 있다는 것이 변호인단 항변의 요지이다.  

같은 조 4항에 대해서는 이미 본 것처럼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무혐의' 갤럭시아포토닉스 사건 꺼내든 검찰의 속내

검찰은 GE에 대한 효성 측의 부당지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근거로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갤럭시아포토닉스는 GE와 같은 LED 부문 계열사로, 효성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지속적인 재무악화와 영업적자 누적으로 2017년 청산 절차를 밟았다. 

검찰은 “GE의 경우 조 회장의 개인회사였기 때문에 효성이 특별히 지원해 억지로 살렸고 그렇지 못한 갤럭시아포토닉스는 청산 종결된 것”이라며 “조 회장의 개인 회사인 GE가 망할 경우,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GE와 관련된 당시 언론 기사 등을 증거로 신청했다. 'GE에 대한 세간의 관심 정도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기사 내용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갤럭시아포토닉스는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리된 사건인데, 그것을 이 사건에서 다시 언급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증인 신청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단 간 의견이 갈렸다. 검찰은 TRS 전반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금감원 담당자 등에 대한 증인신청을 마쳤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관련이 있는 증인부터 먼저 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측 증인들이 서로 거짓말을 하면서 조 회장을 보호하려 할 것”이라며 “조 회장으로부터 영향력이 가장 적은 증인부터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아직 증인신문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인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한 것 같다”며 황당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증거채택, 증인신문 순서 등을 놓고 양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오전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