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辯 "총수 처벌 입맛대로?... 공정거래법 23조의2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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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辯 "총수 처벌 입맛대로?... 공정거래법 23조의2는 위헌"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4.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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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조현준 ‘공정거래법 위반’ 공판준비기일 쟁점 정리
변호인 "불공정거래 '관여' 처벌 범위 모호, 위헌 신청"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위배" 인용땐 공판잠정 중단
총수익스와프(TRS) 위법성 논란도 재점화될 듯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본관. 사진=이기륭 기자.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본관. 사진=시장경제신문DB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4항.

이른바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와 총수 일가 사이 부당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신설된 공정거래법 관련 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조항은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이다. 23조의2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같은 조 4항은 2013년 8월 법률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 심리로 열린 조현준 효성 회장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요지 및 입증계획 설명을 듣고 난 직후, “피고인(조현준 회장)은 계열사 간 거래행위에 관여한 바 없으며 이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막연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관여'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재판부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이 부분 변호인단의 법정 발언.

“공정거래법 23조의2 4항은 '부당지원 관여'를 범죄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의미가) 애매하다. 조 회장이 지나가다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관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불명확한 개념을 범죄구성요건으로 삼는 건 죄형법정주의상 문제.”

법원이 변호인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 사건 공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재판부가 제청 신청을 ‘이유 없다’고 기각하는 경우에도, 조 회장 측은 헌재에 직접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수 있다.

[편집자주]

‘총수의 관여... 어디까지 봐야 하나’

조문 해석 상 위 조항은 같은 법 23조1항 7호에 대한 특별법적 성격을 가진다.

동법 23조1항 7호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가지급금 혹은 대여금 지급, 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채재산권 등의 제공 △특수관계인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와 상품 용역거래를 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을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의 하나로 열거했다.

23조1항 7호를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같은 법 66조 1항 9의2호). 다만 해당 조항 위반을 이유로 범죄가 성립되려면 사업자(총수)는 위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하거나, 계열사에 이 같은 행위를 '지시'해야 한다(23조1항).

수사 실무상 총수의 불공정거래행위 ‘지시’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새롭게 보강된 규정이 23조의2 4항이다. 동 조항에 따르면 총수 혹은 그 친족은 계열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 지시한 경우는 물론이고 '관여'만 했어도 23조1항 7호 위반의 경우와 같이 처벌된다. 위 조항 시행으로 총수 및 그 일가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문제는 기업인에 대한 규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처벌 범위가 사실상 무제한 확장되는 모순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지시 뿐만 아니라 '관여'의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문이 특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조항은 '관여'라는 모호한 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으며, 그 기준이 될만한 구체적 사례도 적시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범죄성립요건 충족 여부 쟁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효성투자개발이 다른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발행 영구전환사채 250억원 상당을 간접 인수한 행위와 관련,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 등을 의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과 효성 임직원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GE는 LED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조 회장이 지분 8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등을 대행하는 기업으로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최대주주는 (주)효성과 조 회장이다.

검찰은 “조 회장은 (주)효성을 통해 효성투자개발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GE는 조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검찰은 “조 회장은 경영, 인사, 자금 등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효성투자개발이 GE 영구채를 간접 인수한 행위 이면에 조 회장의 지시 내지 관여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우선 이 사건 얼개를 볼 때, 효성투자개발이 GE 발행 영구전환사채를 간접 인수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볼 수 있는지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만 보면 명백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부도 위기 계열사 지원을 위해 다른 계열사가 부담을 떠안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 관계를 따지면 사정이 다르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이 정한 범죄구성요건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상반된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거래형태의 특수성 때문이다.

◆‘TRS 거래’ 위법성 시비... 검찰, 시장전문가, 시각차 뚜렷

효성투자개발은 GE 발행 영구전환사채 간접 인수를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방식을 사용했다.

TRS 거래는 '주식 매입' 방식을 통한 증권사의 특수한 기업대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자금력이 약한 기업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적법하고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으로 기능한다. 경영권 방어 내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TRS 거래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A기업(의뢰자), 증권사에 특정 기업 주식 매입 주문→증권사, SPC설립→A기업,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약정→SPC, 주문받은 기업 주식 매입→A기업, 매입주식 간접 보유. 

이 사건 거래를 위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효성투자개발, 증권사에 GE 발행 영구채 매입 의뢰→증권사, SPC 설립→SPC, 효성투자개발과 총수익스와프(TRS) 약정 체결→SPC, GE 발행 영구채 매입(효성투자개발 300억 주식 담보 조건부)→SPC(증권사), 영구채 매입대금 GE에 지급→GE 발행 영구채 매입에 따른 투자손익, 효성투자개발에 귀속→약정기간 종료 후 계약 연장 실패→조석래 회장이 GE 발행 영구채 전량 인수→SPC(증권사)에 정산대금 지급→거래 종료.

여기서 주식 매입 주문 혹은 의뢰에 대한 증권사의 '동의' 내지 '승낙'은 일반적인 여신거래 절차에서 일종의 '대출 승인'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총수익스와프 자체를 위법으로 보는 건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총수익스와프 자체를 위법한 거래, 총수 사익편취를 위한 수단의 하나 정도로 인식한다면, 일시적 자금난에 몰린 기업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힌다. 스스로의 힘으로 회생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총수익스와프는 증권사의 특수한 기업대출 형태이면서, 일시적으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제도권 시장에서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다.

이 사건 TRS 거래 당시 GE가 일시적 자금난에 처했고, 영구채 발행 조건이 다소 이례적이란 이유만으로 위 케이스를 불공정거래로 낙인찍을 수는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선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유의해야 할 사안은 증권사 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초대형 IB포함)가 기업여신의 한 방법으로 자주 이용하는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의 위법성 논란이다.

일부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TRS 거래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 가운데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같은 시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

이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경유한 증권사와 개별 기업 사이 TRS 거래가, 자금력이 취약한 기업 오너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제도 폐지 혹은 전면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수의 시장전문가들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위와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투사’의 본래 목적이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에 있고, 종투사의 자기자본 규모 확대를 정부가 앞장서 독려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TRS 거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

참고로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종투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분류돼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단기금융업). 이렇게 조성된 자금의 50%는 기업금융에 써야 한다.

정부가 초대형IB에 ‘자기신용 어음 발행’을 허가하고, 조성된 자금의 50%를 기업금융에 쓰도록 의무화한 목적은 ‘기업자금 조달 활성화’에 있다. TRS를 통한 기업여신 제공 행태를 규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시장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사와 기업간 TRS 거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증권사들의 덩치를 키워 이들을 기업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기본 정책에도 반한다.

◆檢 ‘계열사 부당지원 입증’에 초점... 증권사 ‘동의’ 과정 위법성 언급 없어

‘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혐의가 성립되려면 효성투자개발의 매입 주문에 대한 증권사의 ‘동의’ 내지 ‘승낙’에 위법이 존재해야 한다. ‘대출 승인’이 부적법하게 결정됐음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기초가 무너진다. 그러나 검찰의 입증계획을 보면,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이날 검찰은 1시간 이상을 할애해 이 사건 공소요지와 향후 입증계획을 쟁점 별로 정리했다. 검찰은 ‘거래관계’와 관련, 금융기관 담당자들을 증인신청하고, TRS 및 영구채 발행계약서, 효성투자개발의 GE 지원거래 공시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자료를 통해 “GE의 부당한 자본확충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부연했다.

거래관계에 대한 검찰 입증계획은 ‘효성투자개발이 같은 계열사인 GE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심증을 입증하는데 맞춰져 있다. 반면 증권사 ‘동의’ 내지 ‘승낙’의 위법성 입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檢 “효성투자개발, 이익 없이 위험만 부담”... 변호인 “이익도 손해도 주체는 효성투자개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존재 여부도 이 사건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 23조1항 7호와 23조의2 4항의 범죄는 전술한 것처럼 ‘특수관계인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첫 대면부터 날선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GE는 영업손실로 부채비율이 높았으며 재무상황도 열악했다. 자체 신용만으로는 위험성 높은 영구채 발행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효성투자개발은 SPC에 300억원 상당의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모든 위험을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SPC는 채무자를 사실상 효성투자개발로 변경하고 영구채를 인수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효성투자개발은 어떤 이익도 취하지 않고 무상으로 담보를 제공했으며 회사 측이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거래는 처음부터 성사되기 힘들었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시각이다. 거래 과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존재함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범죄구성요건 성립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증권사 및 금융기관 담당자들, TRS를 분석한 공정위와 금감원 관계자 진술, GE 영구채 가치를 분석한 회계사 진술, 내부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GE에 상당히 유리한 거래였음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TRS 거래의 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TRS 거래가 성사되면 투자로 인한 손익은 모두 SPC와 계약한 상대방에게 이전된다. 중요한 것은 손실 위험뿐만 아니라 이익까지 넘어간다는 점이다.

변호인단은 “효성투자개발과 SPC 사이 TRS 계약의 실질은 쌍무계약”이라며 “투자 결과 수익이 나면 SPC가 효성투자개발에 정산금을 지급하고,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SPC에 정산금을 지급하는 구조”라고 정의 내렸다. TRS 거래의 본질이 ‘쌍무계약’이므로, 어느 일방만 이득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변호인 항변의 핵심이다.

◆“GE, 부도 직전 부실 계열사” vs “5년 연속 흑자 기업, 일시적 자금난”

거래 당시 GE의 경영실태를 둘러싸고도 양측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폈다. 검찰은 GE를 ‘부도 직전의 부실 계열사’로 단정했다. 변호인단의 항변은 전혀 달랐다. 변호인단은 재무제표를 근거로 “GE는 2009년 LED 사업목적 변경 이후 5년 연속 흑자를 냈다”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2014년 외부 환경 변화로 일시적 손실이 났을 뿐,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양호했으며 기업이 가진 업종 내 경쟁력 또한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GE 발행 영구채 금리를 놓고도 양 측은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검찰은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 발행 영구전환사채 금리가 5.8%에 불과한 것은 명맥한 특혜’라며, 거래 전반에 걸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GE처럼 사업성은 좋은데 일시적으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할 때 쓰는 방법이 바로 전환사채 발행”이라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5.8%를 낮은 금리라고 검찰은 말하는데 (주식으로의) 전환권이 붙어있지 않은 일반사채와 전환사채 금리를 단손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꼬집었다.

GE의 사업성 및 경영상태는 이 사건 거래가 총수 개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키 위한 불공정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GE의 자금난이 일시적이고 사업성 역시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불공정하다고 볼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형벌 법규 유추·확장 해석’ 타당성 여부도 쟁점

이 사건 거래 상대방에 대한 판단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성격을 ‘부도 위기에 몰린 총수 지배기업에 대한 특혜 제공’으로 보면서, 효성투자개발의 실제 거래 상대방은 SPC가 아니라 GE라고 봤다. 형식적으로 중간에 SPC가 개입돼 있다고 해서 효성투자개발과 GE간 거래관계가 단절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효성투자개발과 GE간 거래계약서가 있든 없든,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은 최종 상대방이 GE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법리적 측면에서 검찰 공소사실의 허점을 짚었다. 이날 검찰의 입증계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전체로서 거래의 실질을 볼 때’와 같이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형벌규정 적용에 있어 확장이나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우리 헌법 정신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그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의 규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7.6.29. 선고 2006도4582).

공정거래법 23조의2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다른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을 기준으로 하면, 동 조항이 규제하는 행위는 효성투자개발과 GE 사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전제로 한 거래가 된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효성투자개발과 GE는 거래 관계 자체가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계열사간 거래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모두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마치 조세사건에서 과세관청이 실질과세원칙 따라 사인(私人)간 거래행위를 임의로 재구성하는 것과 같다”며 “형사절차에서 죄형법정주의 반하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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