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되레 싸게 매입, 배임주장 억지"... 檢모순 드러난 조현준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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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되레 싸게 매입, 배임주장 억지"... 檢모순 드러난 조현준 항소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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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 항소이유 프레젠테이션 사안별 정리]
"미술품 매입, 자산운용사(한국투자신탁)가 최종 결정"
"조 회장, 매입은 물론 가격 산정 관여할 수 없는 구조"
"검찰 공소사실, 사실관계 판단 오류"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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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 회장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이 사건 최대 현안인 '계열사, 미술품 고가 매입 강제 의혹'과 상반되는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위 사안은 이 사건 공소사실 가운데 핵심 쟁점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 신뢰도에 의문을 던진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8일 오후 공판을 재개하고 변호인 측 항변을 진행했다.

조 회장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계열사, 미술품 고가 매입 강제 의혹'이며, 다른 하나는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가상의 인물을 직원으로 등재시켜 급여 명목으로 약 16억원을 횡령한 혐의이다. 1심은 위 두 건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파단을 내렸다. 

'계열사, 미술품 고가 매입 강제 의혹'과 관련돼 변호인단은 “조현준 회장은 '효성아트펀드’의 미술품 매입 과정에 개입한 사실 자체가 없고, 매입 단가 인상을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미술품 매입가 역시 적정가보다 고가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업계의 거래 관행을 바탕으로 전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아트펀드의 미술품 매입 절차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판단이다.

변호인단은 “아트펀드의 당시 매입 가격이 적정했음을 입증하는 정황이 많다”며 “매입 가격이 적정가에 비해 과다하게 비싸다고 판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없을 경우, 배임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아트펀드 관련 혐의를 유죄로 선고한 1심 판단은 상당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 “1심 재판부는 미술품 특성상 적정가격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액수 불상’의 손해를 가했다는 모순된 판단을 했다”고 부연했다. 

아트펀드 사업의 첫 출발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효성 신규사업부 총괄 임원에 임명된 박모 전무는 예술 분야로 눈을 돌리고 조 회장에게 관련 사업을 제안했다. 박 전무 가문은 선대때부터 예술인을 다수 배출한 이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효성아트펀드'가 탄생했다. 

효성은 아트펀드 사업의 하나로, 서울 청담동에 건물을 신축해 'PKM트리니티갤러리(이하 PKM갤러리)'를 설립했다. 아트펀드는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서 미술품을 구매할 계획을 수립했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펀드의 공식 출범은 2007년 10월이었지만, 해외 미술품 확보에서 중요한 스위스 바젤아트페어는 4개월 빠른 같은 해 6월 열리게 된 것이다.

조 회장이 미술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조 회장은 주식 매각을 통해 약 50억원의 자금을 마련, 이를 미술품을 매입하는데 사용토록 했다. 조 회장은 이후 추가로 20억원을 지원했다. 이렇게 조성된 총 70억원은 해외 유명작가 작품 43점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쓰였다. 이 중 아트펀드에 편입된 미술품은 38점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PKM 갤러리를 거쳐 아트펀드로 이관됐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은 사적 이익을 노리고 미술품을 사전에 매입한 것이 아니라, 갤러리 측의 권유로 미술품 구입 자금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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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매입은 '한투'에서 결정한 사안... 조 회장 개입 없었다"

2007년 하반기 한국투자신탁(이하 한투)은 효성과의 계약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아트펀드 자산운용을 맡았다. 효성이 미술품을 섭외하고 매입조건을 협상하면, 한투가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

변호인단은 “아트펀드 관련 모든 결정을 효성이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며 “효성이 미술품을 섭외하면 아트펀드에서 적정성을 평가해 한투에 매입제안을 하고, 한투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아트펀드는 200억원을 투입해 미술품 56점을 매입했다”고 덧붙였다. 

미술품 매입 가격 산정 과정에 조 회장은 전혀 관여한 바 없으므로, 검찰 공소사실은 첫 단체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변호인 항변의 요지라 할 수 있다.  

2007년 조 회장이 개인자금으로 구매한 약 1억4000만원 상당 미술품을, 아트펀드가 1년 뒤인 2008년 약 1억5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해외 미술품은 원화가 아닌, 달러가격으로 거래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환율을 보면, 2007년 구입 가격보다 아트펀드가 오히려 싸게 매입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해 조 회장이 미술품 구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430만 달러, 아트펀드가 조 회장으로부터 이들 작품을 사들인 가격은 400만 달러였다. 변호인단의 항변이 맞는다면, '계열사, 미술품 고가 매입 강제 의혹'은 설득력을 잃는다. 

변호인단은 “효성이 한투와 공모하지 않는 이상, 효성 단독으로 미술품을 적정가보다 비싸게 매입할 수 없는 구조”라며 “아트펀드가 비싸게 미술품을 매입했다고 볼수 없는 만큼, 배임죄 성립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1심에서 조 회장이 개인이득을 위해 PKM갤러리를 급조해 만든 것으로 판단한 것과 관련해 변호인단은, “효성은 이미 2005년부터 PKM갤러리 설립을 추진해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아트펀드가 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한 것은 ‘진품보증’을 받기 위해서인데, 마치 부당이득을 숨기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검찰은 2014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아트펀드 관련 수사를 했음에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조 회장, HIS 주주 아닌 '임원'으로 실질 경영... 오해소지 있지만 횡령과는 무관 

변호인단은 조 회장이 2002~2011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에 근무하지 않은 인사에게 12억4300만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2007~2012년 자신의 측근 한모씨를 직원으로 등재해 약 3억7000만원의 허위 급여를 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에 대해서도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HIS 업무에 참여한 것으로 봤다. 반면 변호인단은 조 회장이 HIS 신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해외 IT 기업과의 협상에도 직접 나서는 등 실제 경영에 참여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은 HIS 사업에서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한 만큼, 명확한 증거나 근거 없이 주주로서 업무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제까지 효성 주주 중에서 이러한 업무를 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의 경영 참여로 HIS는 자체 매출이 생기고 실적도 좋아지는 등 매출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며 “이처럼 실적이 좋아졌는데 조 회장에 대한 대가지급이 진정 주주의사에 반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이 차명으로 급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적절한지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유 없이 HIS로부터 급여를 받은 것은 아니”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HIS가 조 회장을 임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만을 가지고 횡령의 징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음 3차 공판은 5월 13일 오후 서울고법 302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3차 공판에선 변호인 측 증인 아트펀드 관계자 등 3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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