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공정위, CB발행 유사사례 밝혀라"... 조현준 항소심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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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공정위, CB발행 유사사례 밝혀라"... 조현준 항소심 새국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1.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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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30년 만기 영구채 발행
공정위 "신용등급 CCC 기업이 초저금리로 영구채 발행 비상식적"
조현준 辯, 판례 인용 반격... "등급 DDD 기업도 영구채 발행사례 있어"
재판부, 공정위에 "다음 기일까지 유사 사례 검토"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제재하겠다며 효성투자개발과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등 계열사 3곳에 과징금을 부과한 행위와 관련, 효성 측이 낸 제재처분 부과 취소 소송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GE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가 과연 총수일가 부당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는지 여부다. 공정위측은 신용도가 매우 낮은 회사가 영구채 CB를 발행한 사례는 GE가 유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효성측 변호인단은 공정위가 유사 사례를 통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과정 없이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동일사례가 없어도 GE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고, 판례 별 사실관계 차이를 보정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면 된다는 것. 즉 효성 변호인단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제재 처분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공정위와 효성 측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 심리로 열린 '공정위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효성 변호인단은 "효성투자개발(HID)의 GE 투자는 합리적 경영 판단의 결과였을뿐 사익편취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효성 계열사인 LED 제조기업 GE가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면서 시작됐다. 조현준 회장이 지분 약 63%를 보유한 GE는 2006년 설립됐다. LED 제품 생산 판매가 주력인 회사지만, 2012년부터 영업손실 폭이 늘면서 경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GE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12월 HID는 300억원 상당의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4개 금융사가 GE의 250억원 규모 CB를 사들이는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만기였던 TRS 거래는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2016년 12월 당시 조석래 회장이 CB 전액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시장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시장경제DB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전환사채 발행... 무엇이 문제인가?

앞서 2018년 4월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했다"며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 GE에는 12억3000만원, (주)효성에 17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효성 측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변론기일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2년여 간 9차례 열렸다. 

공정위는 GE가 부실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의 7.4배에 달하는 250억원 규모 CB를 영구채로 발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시 TRS 거래 직전까지 GE 부채비율은 1829%에 달했으며 신용등급도 ‘CCC’로 사채발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변론기일에서 공정위측 대리인은 “비상장사인 GE가 30년 만기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며 “일반적으로 비상장사가 발행하는 CB 최대 만기는 5년인데 GE가 영구채로 30년 만기 CB를 발행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GE가 발행한 CB는 5.8% 금리였는데, 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전형적 사례”며 “당시 GE보다 회사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회사들이 12~15%대 금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GE가 발행한 CB는 시장과 매우 동떨어진 거래”라고 의혹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당시 열악한 재무상황으로 곧 도산할지도 모르는 비상장사인 GE가 30년짜리 CB를 발행했고 그것도 5%대의 낮은 이자로 자금을 수혈받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조현준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부당한 이익을 누렸다는 것이 공정위측 주장의 요지다. 

공정위측 주장에 효성측 변호인단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라고 해도 30년 만기 CB를 발행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는 것. 효성측 변호인단은 “과거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이 ‘DDD'였고 부채비율도 GE보다 훨신 높았음에도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며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GE의 영구채가 30년 만기인 것은 맞지만 실효만기는 10년”이라며 “30년 만기라고 하더라도 10년마다 가치평가를 하도록 돼 있고, 이는 공정위측 의결서에도 기재된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효성 "공정위 CB 정상금리 가치 판단, 유사사례 비교 없이 과징금 부과한 것은 부당" 
    
변호인단은 관련 판례를 인용하면서, 공정위의 정상가격 판단 과정이 ‘3가지 원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이 밝힌 해당 판례에 따르면, ▲CB의 정상가격을 평가할 경우 동일한 사례를 찾아야 하며 ▲동일한 사례가 없을 경우에는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 사례를 선정해야 한다. ▲유사 사례와의 비교에서 거래조건에 차이가 있을 경우 차이를 보정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단은 “공정위는 판례의 첫 번째 원칙부터 위반했다”며 “GE보다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더 낮은 회사라고 해도 전환사채 발행 사례가 실제 존재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GE가 비상장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교과서에서조차 상장 또는 비상장을 기준으로 회사의 등급을 책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GE보다 신용등급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으며, 10년 이상 만기 전환사채를 발행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도 공정위 변호인단에 '유사 사례가 있을 경우 비교가 가능한지 여부'를 물은 뒤, “유사 사례를 통한 비교가 적절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우선은 CB의 정상금리 부분에 대한 판단이 그 자체로써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유사 사례를 검토해서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밝혀달라”며 공정위 변호인단에 석명을 요구했다.

효성측 변호인단이 제시한 'CB 가치평가 3원칙’은, 공정위가 그동안 주장해 온 논리의 근간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는 그동안 이 사건과 유사한 CB 발행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 GE가 발행한 CB 정상금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유사 사례와의 비교가 전제돼야 하는데 ‘없어서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유사 사례와의 비교’를 사실상 요구함에 따라 공정위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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