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강도 규제·압박... 은행들 '우울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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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강도 규제·압박... 은행들 '우울한 연말'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2.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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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영향, 수익성 악화 원점 검토
악재 겹친 우리·하나은행... 혹독한 겨울나기 예상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정부 합동브리핑. 사진=KBS 방송 화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정부 합동브리핑. 사진=KBS 방송 화면

웃으며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지만 은행권의 표정은 썩 밝지가 않다.

정부의 초고강도 규제 탓에 업황이 크게 기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일어난 사고들을 수습하기 바빠 은행들은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전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일부 은행지점들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면서 벌써부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인해 잔금·중도금 대출이 막히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당장 줄어든 대출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는 우려였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종합 대책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가능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축소되는 것이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된다. 이는 곧 정부의 부동산 통제를 의미한다.

은행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신(新) 예대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들 역시 대출영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새로운 예대율이 도입되면 기존보다 15% 높게 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규제는 자연스럽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내년도 경영계획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반영했지만 원점부터 리스크 관리를 다시 검토를 해야 하는 형국이다.

특히 악재가 엎친데 덮친 우리·하나은행의 겨울은 더욱 혹독하고 길 것으로 보인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외환 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한 징계·배상 문제가 내년 초까지 이어져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DLF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은행 책임 배상 비율을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도 이르면 다음달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재심에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두 은행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사안을 주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경영진 제재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키코(KIKO) 문제도 쉬이 넘길 수 없다. DLF와 키코는 개별 이슈지만 최고경영자(CEO)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선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기업 손실의 최대 41%까지 배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금감원은 68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체계와 기능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민원발생건수와 자율조정 성립률 등을 중심지표로 해서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등급은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다섯개로 나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8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당국이 최근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에둘러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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