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울고, 케이뱅크 웃고... 국회가 혁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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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울고, 케이뱅크 웃고... 국회가 혁신 '발목'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1.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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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법, 법안소위 통과 무산... 인터넷은행법, 전체회의 합의 처리
지난해 8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은산분리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지난해 8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은산분리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데이터 산업 진출을 통해 위기 극복을 꿈꾸던 카드업계로서는 크나 큰 비보(悲報)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여러 논란을 뚫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 처리됐다. 이로써 개점휴업 상태였던 케이뱅크는 다시 한 번 고비를 넘기고 정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비롯한 41개 법안을 의결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갖춰야 할 자격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항목을 삭제했다. 최대주주 결격 사유 중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내용을 제외한 것이다.

이는 고사(枯死) 위기에 놓인 케이뱅크 입장에선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앞서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KT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심사는 그대로 중단됐다. 이로 인해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8개월째 대출을 중단한 채 비정상 경영을 지속해 왔다.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향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만 넘으면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회생을 노리고 있는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개정안을 발판으로 자본금 규모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회의 처리까지 진보 진영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진보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은산분리 무력화를 언급하며 법 개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국회가 특정 산업자본의 이권을 위한 불공정 특혜 입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세력의 반대도 거세다. 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쓰레기법안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은행법이 케이뱅크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산업자본이 은행마저 자유롭게 소유하게 된다면 규제 위반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심각해지거나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담합혐의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대주주자격을 갖추지 못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도록 해주기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의심이 들고, 향후에도 법을 위반하는 경우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의결하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지상욱 의원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가 엄격한 보호 장치도 없이 신용정보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비식별화한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금융정보 전문 CB(신용평가회사) 도입,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는 카드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다양한 결제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신한카드는 CB사업인 마이크레딧 서비스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마이크레딧 서비스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1차로 선정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일 한국기업데이터와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상품 출시를 위한 개인사업자 CB사업 공동 추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카드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가맹점 매출 규모와 상권 분석 정보를 반영한 개인사업자 특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국회에 가로막혀 물거품이 될 위기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 사업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인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확장력이 무궁무진한 빅데이터 산업을 지탱할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면 적어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카드업계는 수많은 노력과 비용을 날릴 수밖에 없어 더욱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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