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채 살아남은 카드사에... 정부 "끊임없이 경주"
상태바
손발 묶인채 살아남은 카드사에... 정부 "끊임없이 경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2.12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점포 줄여가며 실적 방어... 중소 카드사들은 존립 자체가 위태

정부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강행으로 벼랑 끝에 몰린 카드사들이 생살을 도려내며 생존에 성공했다.

2019년 초 단행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업계에선 연간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카드사들은
최악의 환경 속에서 점포·직원을 줄이고 각종 비용을 절감하며 충격을 최소화 했다.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든 카드사들은 일제히 쓴웃음을 지었다. 여유 있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 탓이다.

특히 중소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점점 말라가는 카드업계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뜬구름 잡는 식의 혁신만 요구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0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도 3,441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어드는데 그쳤다. KB국민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10.4% 증가한 3,166억원의 순익을 냈다.

예상 밖의 선전이다. 주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가 대폭 쪼그라들었지만 사업 다각화 노력과 함께 제반비용 절감에 적극 나선 결과다. 지난해 주요 7개 카드사의 3·4분기 기준 영업점포 수는 213개로 2017년 말과 비교하면 36.0%(120개) 급감했다. 카드 모집인 수도 같은 기간 30% 정도 줄어들었다.

카드사 점포·인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외부적인 악재로 인해 경기가 크게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갑작스러운 우한 폐렴 악재까지 겹쳐 카드 사용 규모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 카드사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7.2%나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다른 카드사에 비해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정이 비슷한 우리카드도 전년 대비 약 10% 축소된 당기순이익 1,142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카드사들도 유사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상유지는커녕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카드업계다. 현재 카드사들은 디지털·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카드업계는 지난달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와 마이페이먼트(My Payment·지급지시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은성수 위원장은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보다 혁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신사업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도 카드업계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당국이 마이데이터나 마이페이먼트 사업의 일부만 허용할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에게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올해도 카드사들은 정부 눈치보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당국은) 카드사들에게 '가맹점수수료를 조정하라', '고비용 마케팅을 줄여라' 요구만 하고 신사업 지원은 두루뭉술하니 업계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연일 채찍만 휘두른 탓에 국내 지급결제 시장을 주도해 온 카드사들이 마른수건을 쥐어짜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