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짠 카드사들, 가까스로 실적 선방... 하반기 '첩첩산중'
상태바
쥐어짠 카드사들, 가까스로 실적 선방... 하반기 '첩첩산중'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02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대료·관리비 축소하고 인력 줄여 비용 절감
수수료 차액 환급에 대형가맹점 협상도 난관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벼랑 끝에 몰린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여러 노력 끝에 가까스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반기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차액 환급, 대형가맹점과의 줄다리기, 경기둔화에 따른 카드 연체율 증가 등 각종 악재(惡材)가 도사리고 있어 업황이 크게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0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하락폭이 큰 곳은 하나카드로 전년 동기 대비 34.7% 감소한 3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12% 감소한 1,461억원, 신한카드가 3.8% 감소한 2,71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우리카드와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각각 665억원, 1,920억원으로 1.6%, 1.2% 축소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상반기 실적을 두고 "대형가맹점의 갑질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비용을 줄여가며 가까스로 얻어낸 결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다수 카드사들이 순이익 감소율을 한 자릿수로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은 영업점포와 인력을 대폭 감소한 결과라는 뜻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임대료·관리비·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영업소를 지역 거점 지점으로 통합 시켰고 올해 들어서만 영업점포 53개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악화가 예고되자 카드사들은 6월 말을 기준으로 모집인을 900명 가까이 줄였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비용 절감으로 막을 수 있는 수익률 하락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또한 카드사들은 하반기에 영세·중소가맹점 22만7,000여곳에서 낸 카드 수수료 570억원을 환급해줘야 한다.

아직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도 카드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 지난 3월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가계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에 따라 당초 가계약보다 수수료율이 낮아질 경우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올려받았던 수수료 중 차액을 대형가맹점에 환급해줘야 한다. 나아가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 실패로 경기둔화가 계속되면 카드 연체율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산 너머 산이다.

카드사들이 수익을 보전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간 카드론이 또 다른 수익 창구로 꼽혔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카드사들의 이익 감소는 고객 혜택 축소와 직결된다. 이미 많은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시행 직후 고객에게 제공하는 여러 이벤트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상당폭 줄인 상황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만큼 카드사들이 저마다 신사업을 비롯한 대책을 찾는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사업 다각화에도 한계가 있고 하반기에는 갑(甲)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이 분수령을 맞을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