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꼬리'에만 철퇴... '1兆 사기' 정관계 의혹 덮고 가나
상태바
옵티머스 '꼬리'에만 철퇴... '1兆 사기' 정관계 의혹 덮고 가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8.03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심 재판부 "김재현 징역 25년, 추징금 751억"
벌금 8조 檢구형에 10억 선고... "솜방망이 판결"
이혁진 전 대표 송환 아직도 오리무중
박범계 장관 "그 부분 관심두지 못했다" 입장 돌변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총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부당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옵티머스 사태' 핵심 피의자들이 1심에서 검찰구형에 한참 못미치는 벌금을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정관계 유착·개입설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수사 진척사항이 나오지 않자 '용두사미'식 수사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의하면 옵티머스 펀드사기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변호사, 송모 옵티머스 이사,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와 함께 기소된지 1년 만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기망해 2017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1조3,526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가로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재현 대표는 950억원 상당의 추가 횡령 의혹을 받았는데 1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이동열 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추징금 51억7,500만원, 윤석호 변호사는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옵티머스 이사 송씨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 스킨앤스킨 고문 유모씨는 징역 7년과 벌금 3억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판매사 NH투자증권과 수탁사 하나은행 직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김재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김재현 대표는 이 외에도 지난해 11월 '옵티머스 자금세탁창구'로 의심받는 해덕파워웨이 전 대표 박모씨 등과 함께 횡령 혐의로 추가기소돼 금융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 사기에 벌금이 고작?"

1심 재판부는 옵티머스 관련해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금융투자업자의 기본의무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윤리의식을 모조리 져버렸다"면서도 김재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선 검찰 구형보다 가벼운 형량을 결정했다.

8년 형에 그친 대부업자 이동열씨와 변호사 윤석호씨 선고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해회복에 노력하고 있음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미변제된 피해 금액이 5,542억원에 달하는 것에 합당한 형량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1심 재판부가 피의자들에게 선고한 벌금도 적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앞서 검찰은 옵티머스 핵심 3인방에게 총 8조6,000억원의 벌금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재현 대표 5억원, 이동열씨 3억원, 윤석호 변호사 2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를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상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5배까지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금액 산정이 곤란할 경우 5억원이 상한선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편취한 금액 전부를 부당 이익이라 주장할 뿐 펀드 운용보수와 공제비용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이익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선 운용보수나 공제비용은 업계 관례에 따라 추산하면 되는데 이 부분이 왜 누락됐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관계 의혹, 대선 앞두고 숨 고르기?

현재까지 정관계 개입설과 관련해서도 이렇다할 수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소된 정관계 인사는 전 금융감독원 국장 한명뿐이다.

김재현 대표가 지난해 5월경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옵티머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따르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했으며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일부 거명된 인사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한 것 외에 이렇다할 수사 진척사항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이혁진 전 대표 SNS
사진=이혁진 전 대표 SNS

1심 판결이 난 시점까지 '키맨'으로 알려진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송환되지 않은 것은 옵티머스 관련 최대의 '미스테리'로 지목된다. 이를 두고 사법당국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혁진 전 대표는 70억대 횡령과 조세 포탈, 상해, 성범죄 혐의 등 5개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로 수사받다가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따라 출국해 3년 이상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혁진 전 대표가 인터폴 적색수배에 해당하는 혐의에도 불구하고 출국이 금지되지 않은 것을 두고 권력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혁진 전 대표는 SNS 등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여권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 시절과 온도차를 보이며 입장을 바꾸자 또 한번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박범계 장관은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혁진 전 대표의 범죄인인도절차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제가 특별히 그 부분에 관심을 두지 못해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의원 시절 박범계 장관은 국회에서 "검찰 초기 수사 부실이 옵티머스사태를 불렀다"면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질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박범계 법무부장관. 사진=시장경제DB

이 외에도 핵심 3인방 윤석호 변호사의 아내이자 전 청와대 행정관 이진아씨에 대한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이진아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에 유·무형의 '지원사격'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의 지분 10%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5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직무유기가 있었다고 적시했지만 아직 직무유기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의혹이 커지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도 옵티머스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검찰은 이낙연 대표의 총선 선거사무실 복합기 대여료를 옵티머스 측이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담당 실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금융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핵심 피의자들은 사기범죄자들로 그들의 진술이나 문건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반인들은 만나보기도 힘든 유력 인사들이 옵티머스 명단에 줄줄이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이 우연일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사법당국의 수사의지와 관련해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여러가지로 민감한 시국인만큼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과 숨 고르기가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