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현직, 펀드사기 연루... "판매사 징계?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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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현직, 펀드사기 연루... "판매사 징계? 자격있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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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 국장, 소개비 수천만원 대가
전 팀장 벌금 5000만원, 징역 4년 복역중
업계 "판매사도 피해자... 당국 집안단속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시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전·현직 직원들까지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시사하자 업계 안팎에서 '집안 단속이 먼저'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의 핵심 로비스트로 알려진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 모씨가 구속되면서 또 한번 금융감독원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신씨가 다른 로비스트들과 공모해 금융감독원 전 직원 주모씨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소개한 뒤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전달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금융감독원 윤모 전 국장의 서울 성동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윤 전 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윤 전 국장은 2018년 3~4월 경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펀드 수탁사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전 수석조사역인 변 모씨도 '옵티머스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변씨는 지난 5월 옵티머스 부실을 검사하는 금감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씨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윤 변호사와 함께 한양대 동문으로 1996년 증권감독원 연구위원으로 입사해 2011년까지 파생상품총괄팀, 증권시장팀 등에서 일했고 현재 국내 한 대형 로펌의 수석전문위원으로 있다. 

사진=SBS 뉴스 캡쳐
사진=SBS 뉴스 캡쳐

한편 변씨는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간 해덕파워웨이 상근감사로 지난해 8월 선임됐다. 구속기소된 윤석호 변호사의 아내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외이사로 일하던 시기와 겹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전 국장은 주로 은행과 신용관리기금 부서에서 일해 증권가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옵티머스 관련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사태에서도 금감원 관계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금감원 김모 팀장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3,700만원을 받고 금감원 내부 검사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상용)는 김 전 팀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3,667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금감원 간부였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했다. 그는 김 전 회장에게 금감원이 작년 라임을 상대로 진행한 검사 내용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김 전 회장 등 '라임 일당'으로부터 3,667만 원을 뇌물로 받았다. 

이 외에도 정보를 빼돌린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등재하고 1,926만원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제3자 뇌물죄도 적용됐다.

김 전 팀장은 또 김봉현 회장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300여회에 걸쳐 2,778만원을 사용하고 김 전 회장이 회원권을 가진 골프장에서 공짜로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뇌물 수수가 적지 않고, 장기간 뇌물을 수수해 일회적·우발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YTN뉴스 2020. 9. 18 캡쳐
사진=YTN뉴스 2020. 9. 18 캡쳐

 

체면 구긴 금감원..."판매사 중징계할 명분 약해"

업계에 따르면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피해금액은 각각 1조6,000억 원,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형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전직 금융당국 수장이 금감원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한 바 있다.

한 전직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맞춰 금융감독의 인력 자원과 역량을 공모 펀드에서 사모 펀드로 금융감독의 무게중심을 옮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통상적인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세우는 상품이나 금융회사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는 금감원이 얼마든지 라임과 옵티머스의 이상 조짐을 사전에 파악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업계 안팎에선 금감원의 명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 판매사들까지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옵티머스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이 이상징후 발견 직후 자진해서 검찰에 신고했고, 지난 8월 27일 피해자들에게 최대 70%의 선지급을 약속한 점도 정상참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는 애초부터 잘못된 신호체계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운전자의 잘잘못도 명백히 가려야겠지만 잘못된 판을 깔아준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금감원이 사모펀드 판매사에 중징계를 내린다고 하는데 여러가지로 명분이 약하다"면서 "모범이 돼야할 금융당국이 집안 단속을 먼저해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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