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옵티머스 의혹... "금감원이 VIP 대접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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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옵티머스 의혹... "금감원이 VIP 대접한다더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0.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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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 녹취록' 국감서 공개, 특혜·방관 논란
금감원, 옵티머스 조치 112일 끌다 '유예'
경실련도 "사모펀드 특검·국조 추진해야"
(왼쪽부터) 윤석헌 금감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왼쪽부터) 윤석헌 금감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놓고 국회에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까지 포착된 상태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 야당은 즉각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방어에 진땀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감독 책임과 특혜 의혹을 놓고 윤석헌 원장을 집중 추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라임·옵티머스 펀드의 공통점은 청와대 인사가 관련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인사가 관여돼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또한 "지난 2월 청와대 민정비서실에서 금감원에 감찰을 나온 이유가 사모펀드 조사에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윤석헌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 미달 조치 여부를 두고 금감원이 상당한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의동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자본금 부족 관련 검사를 끝낸 2017년 8월 30일부터 시정조치 유예를 결정하기까지 112일을 소요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자본이 부실한 자산운용사에 대해 처리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58.5일)의 약 2배에 달한다. 당시 조치 대상이었던 옵티머스는 금감원 결정 지연 덕분에 3개월여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시간을 끈 탓에 결과적으로 옵티머스가 시장 퇴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유의동 의원은 "이러한 정황을 보면 금감원이 자본 부실을 겪던 옵티머스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옵티머스가 과거 금감원 고위층에게 로비한 정황도 드러났고 (자본 부실 조치에도) 과도한 기간이 걸렸는데 윤석헌 원장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강민국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이 사기라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동조 내지 방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강민국 의원은 옵티머스 측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는 양호 전 회장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접촉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녹취록에서 양호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금감원이 우호적으로 일을 처리해주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내가 이 장관(이헌재 전 부총리)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 사정 봐가면서 하면 되겠네"라고 했다.

양호 전 회장은 또 자신의 비서에게 "다음 주 10일, 11일, 12일 사이에 장관님이 계시면 오후 시간에 찾아뵙고 싶다고 약속 좀 잡아 놔"라고 지시했다. 양호 전 회장은 비서와의 또 다른 통화에서 "다음주 금융감독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했다.

아울러 양호 전 회장은 금감원의 모 검사역과 통화를 하면서 "제가 11월 2일 최흥식 원장을 만날 일이 있어서... (금감원 관계자가 당일은 약속이 있다고 하자) 그럼 6일 오후쯤 제가 찾아뵐까요"라고 했다.

강민국 의원은 "양호 회장이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만난 시기는 옵티머스가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 이혁진의 고소 진정 등으로 아주 잡음이 많았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이라면 정리 수순에 들어갔어야 할 옵티머스가 불사조처럼 살아난 것은 금감원이 본연의 기능을 뒤로한 채 사기 펀드와 깊은 유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강민국 의원은 옵티머스 측 고문단으로 활동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제 판단으로는 그런 정황 증거 비슷한 것은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 나와 있는 것을 갖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국정감사장 밖에서도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옵티머스 문제와 관련해 "실체가 불분명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고 발언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 대표께서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이라고 단정하고 예단하는 건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건 수사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통솔하는 검찰에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검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뭐가 지금 나왔길래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인력을 대폭 증원하라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시했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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