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금융위... 옵티머스 파산 직전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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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금융위... 옵티머스 파산 직전 '특혜 의혹'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0.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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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오시면 제가 내려가겠다"
금융위 과장이 직접 대주주 변경 접수
옵티머스 핵심... 양호 전 나라은행장도 거론
(좌측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좌측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융당국도 일종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원회 관계자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명복으로 2,900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모아 펀드 자금을 마련한 뒤 실제로는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돌려막기에 투자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김재현 대표는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지난 7월 구속기소 됐다.

통화가 이뤄진 날짜는 2017년 12월 19일이다. 옵티머스가 사건을 벌이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다. 옵티머스 최대주주 변경 사후 승인 신청과 관련한 문의 내용이 녹취록의 핵심이다. 2017년 11월 옵티머스의 최대주주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에서 양호 전 나라은행장(전 옵티머스 고문)으로 변경됐다.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내선 전화를 받은 금융위 과장은 김재현 대표에게 "(대주주 변경 사후 승인 신청 서류를 받으러) 오후 5시까지 오실 수 있는지", "정부서울청사 민원실 1층 오셔서 전화주시면 제가 내려가서 접수받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과장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서류 접수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취지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위 과장이 소규모인 일개 자산운용사의 서류 승인 신청을 위해 직접 1층 민원실까지 내려가서 접수를 돕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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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대형 은행 임원들까지 눈치를 살피는 금융위원회 과장급 인사가 소규모 자산운용사 대표의 서류를 돕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앙정부 과장 직책은 대기업 부장급에 해당하는 자리다. 금융위원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과장급 인사는 30여명 안팎이다. 실무를 책임지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상당한 입김을 자랑한다.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다음 통화에서는 옵티머스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름이 거론됐다. 금융위 과장이 서류 날짜를 당일로 부탁한다고 하자 김재현 대표는 "12월 5일로 돼 있는데 처음 금감원 (제출 날짜가)"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금융위 과장은 "그거 날짜가 너무 앞이죠"라며 웃는다. 이어 김재현 대표는 "(날짜를) 공란으로 받아 놓은 게 있으니까 양호 회장님께 받아서 준비해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민국 의원은 "양호 회장과 금융위 윗선 간의 관계가 없으면 이해 가지 않는 말이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강민국 의원은 양호 전 행장은 옵티머스의 고문단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경기고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장이던 최흥식 원장도 이헌재 전 부총리와 경기고 동문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금융위 측이 옵티머스에 과도하게 친절했고 특혜가 의심된다는 강민국 의원 지적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옵티머스 뿐만 아니라 전화 응대를 친절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신청인의 금융위에 대한 서류제출이 요구되는 업무에 있어 금융위 직원이 1층 민원실에서 직접 서류를 접수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절차이며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이라거나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자료를 접한 금융권 관계자들은 "드라마 머니게임에서도 나왔듯이 엘리트 관료집단인 금융위원회의 과장급 인사가 통상적으로 민원실 서류 접수를 돕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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