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실적·노조...반전카드 있나"[삼성전자 주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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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실적·노조...반전카드 있나"[삼성전자 주총 현장]
  • 최종희
  • 승인 2024.03.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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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여건 속 주주 환원 확대
주가 기대 못 미쳐...올해 회복 기대
반도체 위기...'PIM' 반전카드
"근원 경쟁력 강화...실적 개선"
임직원 리더십 강화...노조와 상생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사진=최종희 기자)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사진=최종희 기자)

“SK하이닉스 주가 오르는데, 왜 반대로 가나.” 

“실적 부진 반도체, 올해는 반등 가능하나.” 

“수익 개선, 주주 환원 확대 기대해도 되나.”

제55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다양한 질의와 요구가 이어졌다. 180분 가까이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30개가 넘는 질문을 쏟아냈다.

경쟁사를 언급하며 대응 전략을 묻는 날카로운 질의도 나왔다. 박스권에 갇힌 주가 문제를 지적하자, 한종희 디바이스솔루션(DX)부문장 부회장이 연거푸 사과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날 삼성전자 13명의 경영진이 사업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주가 부양·주주 환원 정책 확대 요구

주주총회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사업 부문별 경영현황 설명,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주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 중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경영자로서 대책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친 점은 사과한다”고 허리를 숙였다. 다만 그는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AI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AI 탑재 스마트폰 판매 확대에 노력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질문이 뒤따랐다. 또 다른 주주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주주 환원 정책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하면서 개선을 주문했다.

한 부회장은 먼저 불리한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례 없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 현금 급감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지난해 약속한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히 실행하기 위해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주주 환원 정책에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 부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잉여현금흐름(FCF)의 157%와, 주주환원 재원의 313%를 환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3년간(2021~2023년) 배당금 총액은 29조4000억원 수준이다. 해당 기간 FCF는 18조8000억원에 달했다. 주주 환원 재원은 FCF의 절반인 9조4000억원이다.

실적 부진 질타 속 지능형반도체 반전카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대한 질문도 10건 넘게 나왔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타개할 전략이 있느냐는 질의가 주를 이뤘다.

“오랜 부진에 빠진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고 한 주주가 물었다. 이에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실적 부진의 원인이 내부에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물론 업황 악화 영향이 컸지만, 내부에서 준비를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근원적 경쟁력을 갖췄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강 사장은 “올해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시황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기 위한 근원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HBM 시장에 대한 준비가 SK하이닉스보다 늦었다”는 날선 질타도 등장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대응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이미 지능형반도체(PIM) 분야에서는, 다양한 고객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조언을 제시하는 주주도 있었다. 그는 “업황이 어려울 때, 투자를 늘린 것이 실적 악화의 단초가 됐다”며 전략적 투자를 당부했다.

강 사장은 “업황과 영향받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비교적 균등한 투자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런 기조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전 제품에서 경쟁 우위를 올해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사진=최종희 기자)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주총장 한켠을 차지했다.(사진=최종희 기자)

“임직원 리더십 강화...노조와 상생 추진”

삼성전자 인사 정책을 묻는 질의도 주목받았다.

한 주주는 경쟁력 강화를 조직 운영 방안을 물었다. 이에 강 사장은 “임직원에 대한 고과 체계를 작년부터 상당히 바꾸고 있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일상화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과 관련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리더십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십 평가 비중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DS 부문에만 7만명이 일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조직 문화에 변화를 만들긴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질의도 나왔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회사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이다.

한 대표는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하며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및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상생의 노사 관계 구축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의 의안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정관 일부 변경 승인의 건이었다. 여섯 건의 의안 모두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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