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퍼주기 공약에... "왜 우리만 쥐어짜나" 은행권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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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퍼주기 공약에... "왜 우리만 쥐어짜나" 은행권 부글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4.03.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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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정부, 중소기업 지원 정책 발표
여당 총선 공약 11호, 100조 규모 정책금융 지원
은행권 "금액 지원 공약에 부담…선거마다 반복"
여당 "당장 재정 지원 확대하자는 건 아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표심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금융당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5대 시중은행의 도움을 받아 고금리 대출금리를 1년간 낮추는 한편,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는 정상화 금융 지원을 하는 게 핵심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100조원에 이르는 정책자금도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이들 공약의 재원을 뒷받침해야 하는 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권은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규모 민생금융 지원방안 발표 이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300만원 한도 내에서 이자 환급을 해주고 있다. 지원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모두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 수익이 많다고는 하지만, 총선용 공약을 위해 영업수익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자 면제, 보증기관 출연금 확대 등 총선용 공약 봇물 

국민의힘은 이달 14일, 국회 민‧당·정 협의회에서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해 정부,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9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신산업 전환에 56조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 20조원 규모의 자금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이 맡아 조성한다. 이와 별도로 연이율 5%를 넘는 대출 금리를 1년간 최대 2%P(포인트) 인하하는 '중소기업 전용 금리인하 특별프로그램'에 5개 은행이 공동으로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신속 정상화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명의로 나온 11호 공약에는 올해 신용보증재단 61조원, 기술보증기금 27조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5조원 등 정부 정책자금 보증한도를 93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수출팩토링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팩토링은 외상수출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을 정책금융기관이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여당 관계자는 "지난해 자금 사정 지수를 보면 일부 기업이 호전되긴 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신용도 문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금융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당장 재정 규모를 확장해 도입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올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부분은 배수 조정을 통해 가능하다"며 "신규 도입되는 정책의 재원을 어느 규모로 하는 것이 적당한지 고민한 후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도 "공약에 반영된 재원 내용을 확인해 보니,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된 금액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거나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신년 기자 간담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신년 기자 간담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야가 내놓은 중소기업 관련 공약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며 향후 공약 이행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에 바라는 중소기업계 제언'을 통해,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하는데, 은행권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음에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금융기관 대출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문제가 높은 대출금리(85.7%)"라며 "지난해 6월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상생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중소기업은 3.3%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 대출, 포용·성장·혁신 금융 등을 평가하는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통해 은행권의 상생 노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업계는 지난해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충격으로 중소기업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지난해 말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대 민생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한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지원을 떠안게 되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 금융 정책으로 은행권에서만 2조원을 내놨다. 경제 효과가 2조원이 아니라 은행이 실제 낸 돈이 2조원"이라며 "(정책 지원에 따른)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비슷한 내용의 공약이 쏟아지면서 금융권 전반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 펀드 조성은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이라며 "은행의 수익을 정부 정책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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