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확대 놓고 정부-노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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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확대 놓고 정부-노조 '갈등'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1.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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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중기부·국토부 세 장관, 적용 유예 연장에 '한목소리'
노동계·야당,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법)의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확대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첨예하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이거나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가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가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해당된다.

다만, 법 적용 당시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간 시행을 유예해 왔다.

이제 1월 27일은 이 유예 기한이 끝나는 날로,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 측은 50인(억)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꾸준하게 해 왔다. 

정부 역시 "50인(억) 미만 기업들은 코로나19와 전반적인 경기 위축 속에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인력과 예산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50인(억) 미만 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조금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왔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쪽에서는 50인(억)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은 "법을 위반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한 경영 책임자 처벌을 민생으로 호도하는 것"이며, "지난 적용 유예 3년 동안의 무책임, 무대책을 넘어 법 시행을 일주일 남겨 놓은 현시점까지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尹 정부 장관 세 명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 '한목소리'

윤석열 정부는 50인(억) 미만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에 줄곧 한목소리를 내왔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앞두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 촉구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9월 7일 발의된 50인(억) 미만 기업 추가 적용 유예에 관한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마이크 앞에 나란히 선 세 장관은 "지난 2년간 현장의 50인 미만 기업들은 열악한 인력과 예산 여건 속에서도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다"면서도 "코로나19, 전반적 경기 위축 등 피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현장에서는 영세・중소기업들은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처벌받으면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면서 "83만7천개의 50인(억) 미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명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확대 시행된다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제과점 사장도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대상이 된다"면서 "건설 현장은 공사 금액의 제한이 없어져, 사실상 모든 건설 현장에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이들 세 장관은 "조직‧인력 등 한정된 행정 인프라하에서,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이 2배 이상 급증한다면 고용노동부의 행정 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대재해법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중대재해법 개정안 논의의 3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지난 2년간 50인 미만 기업 83만 7천여개의 절반 수준인 45만 개소에 대해 컨설팅・교육・기술 지도 등을 지원해 왔으나, 충분히 준비하도록 하는 데는 부족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향후 2년간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집중 지원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취약 분야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역시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세 명의 장관은 "국회에서 전격적 합의를 통해 신속히 처리해 준다면, 민관은 합심하여 추가 유예 기간 동안 산업안전 대진단 등을 통해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에서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면서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야당, 중대재해법 50인(억)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양대 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정부와 결을 달리했다.

22일, 양대 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50인(억)미만 적용 유예 연장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폐기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 민주당과 정의당 관계자들이 모여 50인(억) 미만 중대법 적용 유예 연장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노총

 

기자 회견에는 한국노총에서 김동명 위원장, 강석윤 상임 부위원장, 김광일 산업안전본부장, 이지현 교육홍보본부장이, 민주노총에서는 양경수 위원장, 전호일 부위원장, 이미선 부위원장,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이 참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더불어 민주당 이수진 의원, 이학영 의원, 윤건영 의원이, 정의당에서는 이은주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는 "윤석열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해 온 지난 2년간 무엇을 했기에, 중소기업들이 '살얼음을 걷고 있다.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2년간의 법 적용 준비 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사업장 내 산업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면, 이런 볼멘소리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생명 보호와 안전 도모에 무계획, 무대책, 무성의로 일관해 왔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무능한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기업 없으면 노동자 없다”는 구태의연한 노동자 겁박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확정된 여러 부처의 예산과 사업을 짜깁기하고 부풀린 대책을 적용 유예의 명분처럼 국민 눈속임하는 것을 당장 중단하고,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즉시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지금과는 다른,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산업 안전보건 대책과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폐기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폐기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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