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헬스케어로 덩치 'UP'... 백인환의 무리수? 승부수? [줌人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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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 헬스케어로 덩치 'UP'... 백인환의 무리수? 승부수? [줌人CEO]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2.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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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단행하며 종합헬스케어 회사 도약 비전
대원헬스케어 시너지 기대... 화장품 사업도 진출
차입금·자금지원 늘어... 악화된 재무상황 어쩌나
백인환 총괄사장. 사진= 대원제약
백인환 총괄사장. 사진= 대원제약

대원제약이 올해 백승호 회장의 장남 백인환 경영총괄사장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전 백 회장은 '콜대원'을 히트시키며 전문의약품 기업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시장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총괄사장은 대규모 M&A를 단행하며 헬스케어 기업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원제약은 지난달 4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에스디생명공학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통보받았다. 인수대금은 650억원이며 신주와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1년 극동에이치팜을 인수해 '대원헬스케어'로 사명을 바꾸며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천명한 이후 추가적인 인수로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에스디생명공학 인수가 백 총괄사장 부임 이후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84년생인 백 사장은 고(故) 백부현 선대 회장의 장손이자 현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백 사장은 미국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하고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뒤 2011년 대원제약에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해 이후 해외사업부와 헬스케어사업부, 신성장추진단의 여러 직무를 두루 거친 뒤 올해 1월 총괄 사장에 선임됐다.

대원제약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백 사장 취임 이전부터 회사 차원에서 사업다각화 등 신성장동력을 오랫동안 모색해왔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백 사장이 사업구조 재편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 꿈꾸는 대원제약

대원제약은 1958년 설립 이후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계통 치료 약물, 항생제, 소화기, 호흡기치료제 등 전문의약품(ETC)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후 2015년 9월 '콜대원콜드'와 '콜대원코프'를 출시하며 일반의약품(OTC) 분야로 확대 진출했다. 

콜대원은 '짜 먹는 감기약' 콘셉트로 히트를 치며 회사 매출을 3000억원대에서 4600억원 규모까지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이슈까지 겹치며 실적은 승승장구했다. 다만, 콜대원 출시로 브랜드 인지도는 올렸지만 OTC분야 매출 비중은 미약한 수준으로 여전히 전문의약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대원제약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은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고,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대원제약의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는 향후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장의 의미를 갖는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 기초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해온 회사다. 코로나 대유행 전인 2018년 만해도 중국 시장에서의 마스크팩 판매 호황으로 연간 1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원제약의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로 2021년 인수한 대원헬스케어(구 극동에치팜)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최근 음성에 제2공장을 완공했다. 제2공장은 연질과 경질캡슐, 타정, 환제, 분말 등의 고부가가치 제형을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이로 인해 에스디생명공학의 건강기능식품 생산능력은 월 283만개에서 약 1억2000만개로 크게 확대됐다. 

대원헬스케어와 에스디생명공학의 시너지를 통해 코로나 이후 시장이 커지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과 뷰티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운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덩치는 커지지만 재무는 악화

대원제약이 이번 인수가 긍정적으로만 보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다수의 제약사들이 영위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냐는 것이 관건이다. 더불어 이번 인수에 투입된 자금이 상당해 사업 성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입장이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35.2% 늘어난 약 478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21.3% 증가한 약 43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53.7% 급증한 29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대원제약의 올 3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18억원 수준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80억원 수준으로 이번 에스디생명공학 인수금인 650억원을 위해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동원했다. 

2021년에 인수한 대원헬스케어와 에스디생명공학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있어 당분간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대원헬스케어는 지난 9월 140억원의 금전대여를 한 바 있다. 에스디생명공학 역시 올해 반기 누적 매출이 전년대비 31% 줄어들어 실적면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원제약의 재무 여력도 빠듯하다는 시각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차입금은 역대 최대 수준인 968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한 회사들의 안정을 위한 자금지원까지 더하면 향후 재무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수한 것이라 향후 다양한 요인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에스디생명공학의 경우 아직 잔금도 다 치르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운영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면상 재무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흑자"라며 "외부 우려와 달리 걱정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성공적인 사업다각화와 재무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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