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우리금융 '증권사 인수'... 임종룡號, 몸값 낮추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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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우리금융 '증권사 인수'... 임종룡號, 몸값 낮추기 전략?
  • 유명환 기자
  • 승인 2023.10.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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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수차례 인수 계획 무산
부동산PF 부실 등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OK금융 등도 증권사 인수 추진... 가격 높아져
"분기별 별도 M&A 부서서 인수가격 조정"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비은행 강화 목적으로 증권사 인수를 발표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나온 매물 가치를 낮추기 위해 협상 진행과정을 길게 끌고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한양증권과의 인수 협상이 결렬된 후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개인 고객을 주력으로 하고, 리테일이 강한 대형 증권사를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0년부터 유안타증권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유안타증권 최대주주인 대만의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 오너 일가와 접촉하며 인수 조건을 조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유안타증권은 "최대주주가 매각을 진행한 바 없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유안타증권의 매각 작업이 결렬된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금융은 매물로 나와 있는 증권사 중 한양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 등과도 협상을 진행했다.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올해 초 3000억원을 놓고 협상했지만, 한양증권이 낮아진 인수가를 문제삼자 결렬을 선언했다. 

우리금융은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되자 M&A 매물로 나와 있는 증권사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OK금융그룹, JB금융그룹 등 여러 금융사들이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 들면서 증권사 몸값이 크게 올라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증권사들의 실적 하락과 부동산 PF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리금융이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회수의문 이하 자산 비율은 하이투자증권 13.85%, 유진투자증권 10.13%에 달했다. 2분기 말 5%를 넘는 곳도 DB금융투자(7.52%), 이베스트투자증권(5.59%), 현대차증권(5.35%) 등 세 곳으로 집계됐다.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부동산 PF 사업 부실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불거졌던 유동성 위기는 해소된 상황이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금리는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M&A시장에 나와 있는 증권사 매물 가치를 재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M&A전력 부서에서 매분기별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을 인수하기 위한 별도의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며 “해당 부서는 LOI(인수의향서)를 꾸준히 제출하면서도 시장 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수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우리금융이 지속적으로 증권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임종룡 회장의 과거 성공사례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임종룡 회장은 이전 NH농협금융 회장 당시 증권사 인수를 통해 높은 성과를 올린 경험이 있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 취임 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NH투자증권과 합병하는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농협금융 내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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