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쓸어 담는다는 '나쁜' 은행, 정말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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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쓸어 담는다는 '나쁜' 은행, 정말 나쁠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9.0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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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은행의 글로벌 순위가 10년째 70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뱅커(The Banker)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지주의 글로벌 평균 순위(Tier1 자본기준)는 2012년 74위, 2014년 77위, 2016년 74위, 2018년 73위, 2020년 71위, 2022년 73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6위, 삼성·현대차 등이 글로벌톱을 찍고 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후진국인 셈이다. 매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고 하는데 결과는 왜 이럴까.

지난 29일, 은행연합회는 이례적으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은행이슈브리프’라는 행사를 가졌다. 주제는 ‘은행수익’이었다. ‘돈 잔치’, ‘이자 장사’ 등의 비난을 해소해 보겠다며 만든 행사였다.

간담회후 연합회 관계자는 “기자간담회, 기자회견이라고 명명할 경우 국민과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생소하지만 은행이유브리프라는 이름으로 기자들을 초청했고 우리의 입장도 한번 살펴봐달라는 의미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날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수익은 다소 충격적이다. 대출은 지난 15년간 약 3배 증가했지만 이익은 여전히 10조원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대출자산은 989조원(2007년)에서 2541조원(2022년)으로 약 2.5배, 자기자본은 96조8000억원에서 256조9000억원으로 2.6배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익성 핵심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 ROA(총자산순이익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하락했다. ROE는 2007년 14.6%에서 2022년 7.4%로 반토막 났고 ROA 역시 1.11%에서 0.53%로 급감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수익성은 계속 하락한 것이다.

금융선진국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지난 10년간 국내은행의 연평균 ROE는 5.2%, ROA는 0.4%였는데 미국은 10.2%‧1.5%, 캐나다 16.8%‧1.1%, 싱가포르 10.8%‧0.9%를 각각 기록했다.

타산업과 비교해도 은행의 ROE는 떨어진다. 증권업 6.7%, 보험 6.8%, 비금융 6.2%, 전기전자 11%, 통신 5.7% 등으로 은행을 상회한다.  

문제는 기업의 성장 원천은 안정적인 수익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은행도 기업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투자와 성장이 가능하다. 미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데 상황은 고려치 않고 더 쌓으라고 채근이다. 당기순익에서 대손충당금과 특례대손충당금을 빼고 나면 조정이익이라는 게 남는다. 은행들은 이 조정이익에서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1조원 넘는 돈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는 산업군은 은행이 유일하다.

지난 한해에만 은행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으로 작동시킨 돈이 138조원(68만여건)이다. 올들어서는 더 늘어 1분기에 이미 26만건, 59조원을 썼다. 작년의 40% 수준이다. 한해 실적의 절반을 코로나 회복을 위해 썼다.

은행의 이자장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됐다. 수억원을 빌렸기 때문에 대출이자가 0.1%만 올라가도 갚아야 돈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올라간다. 여기에는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개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측면도 있다. 

은행이 이자로 돈을 너무 많이 벌고 있다는 단편적인 사고에 매몰돼 ‘진짜 성장’을 할 동력을 꺼뜨리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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