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견해'인가 '확증편향'인가... 태도 바뀐 가습기 공판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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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견해'인가 '확증편향'인가... 태도 바뀐 가습기 공판 증인
  • 최유진,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08.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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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가습기살균제 6차 공판 분석
檢, 애경산업-SK케미칼 전직 대표·임직원 기소
檢측 증인, 응용화학 전공 A교수 증인신문
민감한 질문에 '생각', '추정' 등 주관적 답변
본인 견해 일치 문헌은 '인용'... 반대 문헌 '폄하'
CMIT/MIT 대사물 '체내 독성 여부'... 답변 모호

 

검찰 : 흡입 노출 실험과 기도 노출 실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증인 : 폐로 간 것을 생각하면 나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검 : (전략)... (비강에 점적된 원료물질 중) 28%는 (인체 내) 조직에 잔류. 이유는?
증 : 단백질, 효소 등과 결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검 : (CMIT/MIT) 원료 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증 : 원물질 형태로 처음엔 들어갔겠지만 체내에서 화학반응 있었을 것이다. 

재판장 : CMIT/MIT 인체 잔류 여부 및 독성 실험 결과 (중간 대사물) 3가지 형태만 나온다고 보면 되나? 
증 : 문헌상 다른 것도 나올 수 있다.  

재 : 3가지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가? 이론상 그렇다는 건가? 아니면 실제 실험 결과 그렇다는 건가? 
증 : 나는 거기까지 실험하지 않았다. 

재 : 몸 밖 배출 72%, 잔류 28%, 생체분자와 반응해 변형된 게 이론상 3가지 물질이라는 뜻인가?
증 : 문헌에 보면 CMIT/MIT 반응 등이 나온다. 다른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생체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본다. 

검 : (다른 문헌을 보면) CMIT/MIT는 독성이 낮다는 기록이 있다.
증 : 가정이다. 내가 봤을 때는 반응하는 것. 구조 달라지는 것 자체가 독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문헌에 계속 그렇게 나온다.

재 : 생체분자와 반응한다는 것 자체를 독성기재라고 본다? 그런 전제인가?
증 : 그렇다. 

23일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및 완제품 제조사 전직 대표 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 항소심 6차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서관 303호 법정.

증인으로 나온 경북대 응용화학부 A교수는 검사, 변호인과의 신문 과정에서 자주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중간 중간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5시 넘어 본인이 직접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할 만큼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전문가인 A교수는 재판 내내 실험 데이터의 산출 과정과 방식, 수치 등을 놓고 변호인단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때론 목소리를 높여 변호인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될만큼 공판은 높은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그의 태도는 두 달 전 같은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5차 공판 때와 대조적이었다. 앞선 공판에서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감정의 기복 없이 증언을 마쳤지만 이날은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는 실험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하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호인과 맞섰다. 이날 A교수 신문에서 가장 눈에 띈 특징은 증인의 '확증편향적' 태도였다

자신이 보고서에 인용한 외부 문헌의 신뢰도를 강조하면서, 동 보고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또 다른 외부 문헌의 내용은 "가정에 불과하다"며 배척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험 결과를 담은 보고서 내용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했을 것이다", "했다고 본다"와 같이 자신의 주관을 드러낸 부분도 확증편향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로 그는 자기 주장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다소 억지스런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검찰은 올해 4월 A교수가 작성한 '가습기살균제 거동평가보고서2'를 추가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A교수는 CMIT/MIT의 인체 내 잔류량과 독성 여부 확인을 위해 동물(개)을 이용한 비강 기도 점적, 에어로졸 기도 분사, 정맥 노출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실험 결과 원료 물질의 28%가 체내에 남았으며, 이중 상당수가 중간대사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외부 문헌을 인용하면서, '(변형된 중간 대사물이) 생체분자와 반응한다는 것 자체를 독성 기재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A교수 작성 보고서와 법정 진술이 신뢰를 확보한다면, 검찰 입장에서는 1심 무죄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 된다. 그러나 증인의 확증편향적 진술은 오히려 검찰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편집자주] 

<CMIT/MIT 체내 흡입 독성을 둘러싼 논란>
 
이 사건 피고인은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전직 대표와 임직원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CMIT/MIT를 원료 물질로 가습기살균제 완제품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했다. 애경산업에 원료물질을 공급한 곳이 SK케미칼이다. 검찰은 환경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가 난치성 중증 폐질환 등을 유발했거나 혹은 그 증상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 두 기업 전직 대표 등 2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우리 대법원은 영국계 글로벌기업 옥시가 제조한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과 이용자들의 중증 폐질환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CMIT/MIT의 흡입 독성 발현 여부는 지금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검찰은 CMIT/MIT 인체 내 잔류와 독성 발현 가능성을 제시한 일부 실험 논문과 역학조사전문가들의 보고서 등을 증거로 제시헸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배척하고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용자들의 폐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검찰 제출 증거와, 역학조사전문가 등 증인 진술의 증명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중증 천식, 폐섬유화증, 간질성 폐렴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들 질병은 '비특이성 질환'이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검찰은 1심은 물론이고 항소심 초반에도 역학조사 연구자들의 보고서를 근거로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 역시 PHMG 계열 제품과 유사한 인체 내 독성을 발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역학조사 연구는 제한적 증명력만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검찰 제출 증거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했다.

역학적 상관관계는 특정 행동이나 현상이 국민 전체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해 보여줄 뿐, 틍계적 관계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소송법상 입증 혹은 증명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제한적 증명력'만을 인정하고 있다.

A교수 보고서는 생화학적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입장에서는 역학조사 연구가 있고 있는 증명력 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변호인단이 동 보고서 증명력을 효과적으로 탄핵할 수 있다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단을 기대할 수 있다. 

1심과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탄핵받고 있는 '실험의 적절성' 이슈도 검찰이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CMIT/MIT 흡입 독성을 긍정한 일부 실험은 일반적인 가습기 사용환경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수행됐다.

일반적인 가습기살균제는 매우 적은 량을 다량의 물에 희석한 뒤 기화된 입자를 흡입하는 방식인데 반해, 실험에서는 희석되지 않은 고농도의 원료물질을 비강에 점적하거나 기도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실험의 적절성 이슈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비강 점적 물질이 자연적으로 기화? 증인-변호인 설전 

이날 공판은 오전 검찰 측 주신문, 오후 변호인 반대신문의 순서로 이뤄졌다.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A교수 작성 보고서에 근거해,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 중 하나인 CMIT/MIT의 ‘인체 내 독성 발현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오후 들어서는 상황이 변했다. 변호인단은 A교수 작성 보고서의 신뢰도에 허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변론의 방향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A교수는 비강 점적 실험 중 잔류 CMIT/MIT 물질의 체내 이동 방식을 놓고 변호인단과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교수는 원료 물질의 노출 방식에 따라 폐에 도달하는 물질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험 방식에 따른 오차 발생 가능성을 묻는 변호인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원료 물질을 비강에 점적 하더라도 그 물질이 에어로졸 형태로 변환, 기도를 거쳐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다음은 이 부분 증인신문 발췌. 

변 : 실험 상황에 따라 원료 물질이 폐에 도달하는 양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 고려했나?
증 : 고려하지 않았다.

변 : 코 안에 물방울 떨어트리는 것과 공기 중에 살균제 물질 상태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고 흡입량도 동일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증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변 : 점적 방식과 흡입방식, 방식에 따라 폐 도달하는 원료 물질의 양이 달라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증 : 달라질 수 있다. 논문에도 그렇게 기재했다.

변 : 폐 질환과 관련된 연구라면. 실제 살균제 사용 환경과 동일한 방식(흡입 노출)을 사용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증인 연구 노출 방식 달라서 (신뢰도에) 한계 있지 않을까?
증 : 내가 한 방식,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 : 비강 내 점적한 액체가 에어로졸 형태로 변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증 :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변 : 질문 추가 하겠다. 비강 내 점적했는데 자연적으로 에어로졸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뜻인가?
증 : 용액 일부가 일종의 증발처럼... (중략) 물방울 상태는 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방울에 CMIT/MIT 섞여 있다. 물과 분자구조를 같이 한다. 

변 : 점적된 것 보여줬다. 물방울이 0.001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에어로졸 사이즈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증 :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상변화까지는 설명해주기 어렵다.

변 : 잘 모르는 거 아닌가? 기전이 있어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증 : 증발할 수 있다.

변 : 끓는점에 도달해야 기화하는 것, 이걸 증발이라고 하지 않나.
증 : 그래도 나는 가능성 있다고 본다. 

변 : 기화 얘기했는데. CMIT/MIT와 물이 함께 증발해 기체가 됐다는 것인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OOO 교수 아는지 물어 본 뒤) OOO 교수는 'CMIT/MIT는 물과 함께 휘발되기 어렵다'고 했다. 알고 있는가?
증 : 모른다. 

변 : 물이 먼저 증발되지 않는 한 CMIT/MIT가 먼저 기화되기 어렵다. 동시에 기화될 거라는 것 모순 아닌가?
증 : CMIT/MIT 프로세스 값 있을 것. 순수한 물질 있을 때 그렇고 용액이 되면 달라진다. 

변 : 비강 안에서 물이 휘발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
증 : 습도가 높다는 것은 물성분이 높다는 것. CMIT/MIT가 수용성이 높으니까. 다른 쪽 물도 많다면 확산됐을 수 있다. 

재 : (질문 요지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 본 뒤) 변호인 질문은 비강 안에 점적한 물질이 기화되거나 에어로졸화되는 건 어렵지 않느냐는 뜻이다. 

증 : 옮겨 다닐 수 있다. 가능성은 있다는 것.
변 : 그게 기화될 수 있다는 것인가?
증 : 이동성은 있다는 것.

 

CMIT/MIT 체내 잔류, 중간대사물 폐 도달 여부... 실험 방식 달라 

이어진 신문에서 A교수는 CMIT/MIT 물질의 체내 잔류 여부 실험과 중간 대사물질의 폐 도달 여부 실험 방식을 달리한 점을 인정했다. 신문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A교수는 ‘개의 비강에 고농도의 원료물질을 점적하는 방식’으로 체내 잔류 여부를 실험했다. 한편 CMIT/MIT 원료 물질의 중간 대사물이 폐에 도달하는지 여부는 ‘에어로졸 기도 직접 분사 방식’으로 실험했다. 변호인은 실험 방식에 따른 차이가 결과에 오류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음은 이 부분 증인신문 발췌.  

변 : 비강 점적과 에어로졸 기도 직접 분사는 실험 방식에 따라 체내 반응이 달라지는데 증인은 연구에서 두 방식을 병행했다.  
증 : 이유가 있다. 대사물의 폐 도달 여부를 분석하려면 일정량 이상이 필요한데 에어로졸을 기도에 분사하는 방식에서 중간대사물의 폐 도달 량이 더 많았다. 

변 : 주제에 맞지 않는다. 폐에 어떤 대사물이 도달하는지, 그 양이 얼마인지 보려면 (체내 잔류 여부 확인 때와 같은) 비강 점적 방식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증 : 틀린 말은 아니다. (보고서에 이런 점을) 추가해야 한다.

변 : 실험 정리해보면, 권장량 대비 초고농도를 노출시켰을 때, 매우 단시간 동안 폐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인가? 
증 :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흡입할 때 중간대사물이 생기고, 호흡시간이 길수록 대사물이 폐에 도달하는 양도 늘어난다. 

변 : 그건 추정한 것인가?
증 : 추정했다.

변 : 그 양이 적을 수도 있지 않은가?
증 : 그건 변호인 생각이다.

변 : 실험은 직접 비강에 점적한 경우로, 실제 제품 사용 환경과 다르다. 
증 : 농도가 낮으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

재 : 본인이 직접 연구·실험한 결과가 아니라서 판단할 수 없다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된다.
증 : 내가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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