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또 전화"... 여론조사 공해, 손놓은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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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또 전화"... 여론조사 공해, 손놓은 선관위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3.05.23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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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복수번호 사용 문제 심각
발신 번호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전화
일상생활 지장, 정신적인 피해 호소도
선관위, '현행법상 문제없다' 입장만
전문가들, 법적 개선 필요성에 동의

"최근 시민 A씨는 여론조사 업체 우리리서치로부터 경기도 지역 내년 총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 지난 5월 12일부터 13일 이틀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RDD(무작위 걸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업체로부터 12일, 3차례 여론조사 설문 전화를 받은 A씨는 참다못해 발신 번호를 차단했지만 다음 날 같은 업체로부터 또 세 차례의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각각 다른 발신 번호로 걸려온 탓에 A씨가 동일 여론조사 업체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업체들의 무분별한 전화 남발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여론조사 업체들의 무분별한 전화 남발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최근 여론조사 업체들의 무분별한 전화 남발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론조사들의 스팸 같은 전화 남발로 받아야 할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 등 일상생활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 응하기 싫어 해당 전화번호를 차단한 응답자가 동일업체의 다른 번호로 전화를 받아야 하는 일도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동일 표본에 복수의 발신 번호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8일 NGO저널에 따르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조사기관 명칭과 목적을 밝히면 발신 번호를 몇 개를 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 발신 번호를 차단해도 복수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시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가상번호의 경우 통신3사에 가상번호 제공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그렇게 조치하면 여론조사 기관에 자기 전화번호가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여론조사 기관도 영업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여론조사 피조사자로 선정된 사람의 경우, 응답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하기 싫은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해 각 개인이 권리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전화번호는 민감한 개인 정보 부분이라 선관위가 개입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직선거법에도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번호 사용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나와 있지 않다. 다만, 108조 5항에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피조사자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 여론조사 기관·단체의 명칭과 전화번호를 밝혀야 하고, 해당 조사대상의 전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하여야 하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장달영 변호사는 “(여론조사 기관의 무차별 전화 등) 그런 문제가 공론화돼 필요성이 인정되면 관련 입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굳이 국회에서 입법되지 않더라도 통신사 약관을 통해 제3자에 정보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안심번호를 제공하지 않도록 선택사항을 넣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의 복수 발신 번호 사용이 피조사자에게 불신을 심어줘 여론조사 참여 기피와 신뢰도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NGO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관련법 정비 등) 여심위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관련법 손질 필요성을 언급했다.

업무와 사생활에 방해되는 여론조사 전화 차단하는 방법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이용자는 이동 통신 3사에 번호 제공 거부 등록을 하면 된다. 통신사별 여론조사기관 차단 번호는 다음과 같다.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별로 SK텔레콤 1547 KT 080-999-1390 LG유플러스 080-855-0016로 전화를 걸면 여론조사 기관에 내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각 통신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도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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