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반도체 위기인데 파업?"... 삼성 제2노조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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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반도체 위기인데 파업?"... 삼성 제2노조가 주목받는 이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5.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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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10% 인상" 양대노총 요구, 현실성 있나
쟁의권도 확보... 파업 가능성 배제 못해
삼성, 반도체 업황악화에 올 초부터 긴축 재정
불황 장기화 관측도... 하반기 전망 안갯속
임직원들, 투쟁 일변도 양대 노총에 부정적
재계 "국내외 경영여건 고려, 인상률 현실화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최소 6%에서 최대 10% 대의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준수한 실적을 기록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은 노동자로서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이 있는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과 비견되는 복합 불황이 덮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2020년 5월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계기로, 잇따라 설립된 복수노조들이 기존 노사협의회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지지와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를 확정했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각각의 위원들이 참여하는 합법적 협의기구로,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다.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 왔다. 

노조는 노사협의회 활동과 그 협의 내용 자체를 전혀 인정치 않고 있다. '삼성 노동자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규모가 가장 큰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요구한 인상률은 10% 대. 최소 6%를 넘어서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붙였다.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이 없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기본 시각이다.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근로수당(OT) 축소(안)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휴무 등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와는 별개로 노조와도 임금교섭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임금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18일까지 약 5개월간 18차례 본교섭과 2차례 대표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사측과 간극을 좁히지 못하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합원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달 4일 노조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와 노사협의회의 임금 협상은 무노조 경영을 위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무노조 경영 포기와 동시에 회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모든 노조와 함께 연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파업 여부에 대해선 "삼성의 악행을 멈출 수 있다면 1만명 조합원들과 소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파업 실행은 삼성 경영진의 태도에 달렸다"며 다소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勞 "최소 6% 인상"... 15년만에 '분기 영업적자' 가능성  

임금인상에 관한 노조의 기본 태도는 지난해 경영 실적에 맞춰져 있다. 전년도 실적을 기준점으로 올해 임금인상률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논리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은 예견된 악재였다. 다만 그 골이 더 깊었다는 것이 증권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글로벌 거시경제 하락에 따른 수요 위축의 한파(寒波)를 비껴가지 못했다. 특히 잠정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파운드리에서는 부동의 1위이자 '숙적'인 대만 TSMC와의 미세공정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에도 못미치는 6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무려 95.8% 감소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가 'L자형' 곡선을 그리며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해외 시장 분석기관이 이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4000~6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는 15년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  

평택 2라인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경기 평택 2라인 반도체 공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임직원, 정치 투쟁 일변도 양대 노총에 부정적  

양대 노총과는 별개 노선을 걷는 제3의 '대안노조'가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년 이후 삼성 각 계열사에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노조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무노조 철폐' 선언에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반색했다. 계열사를 포함한 삼성의 총 임직원 수는 줄잡아 50만명을 웃돈다. 삼성전자만 12만명에 달한다. 양대노총은 경쟁적으로 삼성 노조원 수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삼성 임직원들은 양대 노총과 거리를 뒀다. 민주노총의 경우, 정치적 구호와 파업·투쟁 일변도의 부정적 이미지에 삼성 임직원들이 거부감을 느끼면서 좀처럼 세를 불리지 못했다. 이 틈을 한국노총이 파고들었지만, 조합원 확보는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이다. 

그나마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경우, 조합원 수가 약 9000명 수준이다. 가입률은 7% 대. 소수에 불과한 조합원들이 전체 12만 임직원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지난해 6월 설립된 제2노조인 '열린노조'는 초창기 조합원 수가 약 200명에 불과했으나 출범 1년을 앞둔 현재는 약 1800명까지 몸집을 불렸다.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제1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은 '후발주자'인 열린노조에 밀려 대표교섭단체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열린노조' 역시 임금인상률을 두고 사측과 초반 갈등을 겪었으나 최근 삼성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4.1%를 받아들이며 손을 잡았다. 대신, 올해 처음 '월중휴무'와 현금성 복지 포인트 제도 도입에 합의하는 등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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