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증권사 인수"...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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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증권사 인수"...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노림수는?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4.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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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서 인수 계획 밝혀
NH농협회장시절  우리투자證 인수로 효율성↑
"신설 없다" 유안타, SK, 이베스트, 교보 등 물망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공개적으로 증권사가 처분을 원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있으면 기꺼이 나설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증권사 인수를 또 언급했다. M&A 추진시 인수가격 거품을 우려해 인수정보를 최소화하고 속전속결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임 회장은 정반대 전략을 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에서 열린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를 세우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뿐 아니라 인력을 채워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며 "시장상황을 적극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H농협금융 회장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처럼 M&A로 경쟁력을 높이는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앞서 같은달 24일 회장 선임을 확정하는 주총 출근길에서도 “(증권사 매입에 대한)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조직을 개편하면서는 아예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해 M&A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임 회장이 인수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M&A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작년 증시 악화로 증권사 몸값이 많이 하락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58개 증권사의 지난해 건전성 지표 순자본비율은 708.9%다. 전년 744.2%보다 35.3%포인트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4조5131억원으로 전년 9조896억원 대비 4조5765억원(50.3%) 급감했다. 여기에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PF대출 연체율은 같은해 9월 8.2%로 전년말 3.7%보다 두배이상 급증했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작년말부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두번째 이유는 ‘우리금융’이라는 메리트다. 우리금융은 국내 메이저 금융사다. 작년 수익은 신한, KB 등 빅2에 이어 3위다. 증권과 보험만 보유하면 신한‧KB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증권사들이 우리금융에 인수당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거행된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수 가이드라인을 일부 공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합병은 적정자본비율 유지와 주주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추진하겠다”며 “타깃은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유리하고 균형잡힌 수익구조를 보유한 리테일(소매) 영업에 기반한 증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을 종합하면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유안타는 옛 동양종금시절부터 두터운 리테일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고 시가총액도 5천억대로 적절하다. 다만 유안타증권은 작년말 매각설이 돌자 “매각을 추진한바 없다”고 공시를 통해 선을 그은 상태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거론된다. 사모펀드 G&A는 2008년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을 매입한후 3년마다 연장계약을 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올 6월에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교보증권은 모회사인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간 풋옵션 분쟁 여파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며 "특히 증권사는 금리 하락기 등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시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어 비은행부문중 가장 핵심적인 업종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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