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오아시스 IPO철수... 쿠팡, 새벽배송 강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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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오아시스 IPO철수... 쿠팡, 새벽배송 강자 '우뚝'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02.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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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공모가 하회하는 결과얻어... 추후 재추진
빠르게 성장한 새벽배송, 낮은 수익성 '발목'
규모의 경제 실현한 쿠팡, 연간 흑자 기대
사진= 오아시스
사진= 오아시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연달아 IPO를 철수해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새벽배송을 필두로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 이유로 제기된다. 시선은 자연스레 지난해 3분기 흑자를 달성한 쿠팡으로 모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추후 재추진키로 했다. 국내 1호 이커머스 상장을 노린 컬리가 IPO를 연기하고, 쓱닷컴도 적극적이지 않은 업계 분위기에서도 오아시스는 상장을 꾸준히 추진했다. 특히 오아시스는 업계 유일 연간 흑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장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아시스는 희망공모가로  3만500원~3만9500원을 제시했으나, 이를 하회하는 결과를 얻어 목표 기업가치의 60% 수준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는 상장을 강행하려 했지만 일부 재무적투자자(FI) 반대 의사로 상장이 무산됐다. 오아시스는 향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아시스 측은 "오아시스는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재원을 이미 갖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상장 절차를 추진하며 시장에 오아시스의 본질과 혁신적인 물류시스템이 세세히 알려진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켓컬리는 지난달 상장 재추진 의사를 전한바 있다. 당시 컬리는 "매출 규모도 평균치를 웃돌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성장 기조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효율적인 비용 운영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의 기대 이하의 시장 반응에 향후 상장을 추진중인 SSG닷컴과 11번가 등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를 추진했지만 올해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받으며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과 다른 새벽배송 시장... 쿠팡만 '생존'

새벽배송은 초기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 컬리의 '샛별배송'을 시작으로 오아시스, 쿠팡 등으로 번졌고, 여기에 롯데, 신세계, BGF리테일까지 뛰어들며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고, 롯데와 BGF리테일 등의 대기업도 사업을 철수했다. 

새벽배송은 높은 인건비와 물류 인프라 확대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이익을 실현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많이드는 사업이다. 여기 더해 소비자들은 쉽게 사용하던 업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 심리가 있어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도 크다. 이러한 이유로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주요 기업들이 적자를 감내하고 있고, 외부 투자로 기업을 영위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시기 이커머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벽배송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11월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처음으로 18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통계청의 2022년 11월 온라인쇼핑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8조1201억원으로 전월 대비 7.3% 증가했다. 

새벽배송의 주요 카테고리인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 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5.7%,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했다. 이 부문의 2021년 연간 거래액은 31조4114억원이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가 찾아왔고, 불안한 국제 정세와 3高(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이커머스 기업을 보는 시장의 시각은 차가워졌다.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낮은 스타트업 기업보다 안정적인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시장 성장률에 비해 낮은 수익률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적자를 감내하며 일정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매우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손길을 접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쿠팡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눈에 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2014년 로켓배송 출시 이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새벽배송에 해당하는 로켓프레시·로켓배송, 마켓플레이스 부문이 속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났다. 쿠팡은 오는 3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며 연내 흑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낮은 수익률이 발목인 새벽배송 시장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쿠팡이 8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IPO 철회는 낮은 시장 가능성이 아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며 "향후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IPO도 기대만큼의 흥행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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