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이겨낸 '충성고객'의 힘... 쿠팡, 첫 연간 흑자 노린다
상태바
적자 이겨낸 '충성고객'의 힘... 쿠팡, 첫 연간 흑자 노린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01.26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3분기 첫 흑자... 연간 흑자 달성 전망
지난해 직원 6만5772명... 소상공인 상생 주력
'로켓와우' 가격 인상에도 이탈률 적어.. 충성고객층 '탄탄'
쿠팡 대구FC 전경. 사진= 쿠팡
쿠팡 대구FC 전경. 사진= 쿠팡

쿠팡이 지난해 3분기 첫 흑자를 달성한 이후 창립 이래 최초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쿠팡의 약진 비결로 '이커머스 생태계'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어닝콜에서 김범석 창업자는 "최근의 수익성 개선은 자동화를 포함, 기술,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프로세스 혁신에 투자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분기기준 7742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8년여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당시 평균 원-달러 환율 1340.5원을 적용하면 1,037억원 규모다. 매 분기 2500~5000억원의 적자를 이어오던 기조에서 첫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로켓배송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쿠팡의 효자가 된 '로켓배송'은 사업 초기 적자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명목으로 물류 네트워크에 과감히 투자했고, 그 결실을 맺었다. 매출액은 엔데믹에 접어들며 성장세가 주춤해졌지만 지난해 207억 달러, 올해엔 239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3분기 깜짝 흑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가에선 2021년 15억 달러 수준에 달했던 순손실이 지난해 연간 기준 1억21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엔 3억9600만 달러 수준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회원 비용을 인상했음에도 이탈률이 거의 없을만큼 탄탄한 충성고객층 보유가 눈에 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도 충성고객층이 견고했으며, 활성화고객수도 1800만명, 활성고객당 매출도 284달러 등 데이터도 견고했는데 이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원활한 자금조달 능력을 보여줬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후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모두 1조8600억원을 조달해 물류 인프라를 경남 창원과 김해, 대구 등으로 넓혔다.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은 1788만명, 유료 와우 멤버십 회원은 900만명이 넘는다. 넷플릭스(500만명), 멜론(500만명) 등 다른 구독 서비스 유료 회원의 2배 이상 수치다. 올 2분기에도 쿠팡은 유료 멤버십 회원의 무료배송과 무료 비디오 시청(쿠팡플레이), 특별 할인 등에 6500억원을 투자했다.

쿠팡 직원이 소상공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강민석 기자
쿠팡 직원이 소상공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강민석 기자

쿠팡의 성장은 소상공인들의 돌파구 마련에도 도움이 됐다. 쿠팡이 최근 발간한 '2022년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소상공인 수는 15만7000명. 쿠팡의 매출은 2019년 말 7조1530억원에서 지난해 22조2257억원으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소상공인들의 거래금액과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021년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물가 상승 속에서 이뤄낸 결과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해외로 시장을 넓혔다. 지난해 대만에 진출하며 글로벌 진출 신호탄을 알렸다. 특히 대만 진출은 소상공인들의 판로 개척 발굴에도 도움이 됐다. 대만에 배송되는 상품 절반 이상은 한국 중소상공인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단순한 이커머스 업체에서 벗어나 금융, OTT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생태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더불어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방점을 두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위기설에도 끊이지 않은 투자... 6년간 고용 10배↑

쿠팡은 2014년부터 8년간 전국 30개 지역에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100개 이상 구축했다. 국민의 70%는 물류센터 10km 반경 안에 거주 중이다. 여러 물류 거점에서 직매입한 제품을 고객에게 빠르게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택배업계의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 전엔 판매자의 이익이 높아지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유통업체가 아무리 다양한 물건을 보유하고 있어도 배송이 오래 걸리다 보니 택배 이용의 메리트가 적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양자택일) 관계였던 것이다. 쿠팡의 전략은 유통 마진을 축소해 납품 제조사에겐 제값을 더 쳐주고, 소비자 가격은 저렴해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익일·새벽배송으로 배송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새로운 배송모델 도입에 따른 투자 확대로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97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중간에 "투자금이 끊긴 것 아니냐"는 위기설도 나왔다. 그럴 때면 쿠팡은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끈질김을 보였다. 세쿼이어캐피탈,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2014~2018년까지 34억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9년엔 '로켓프레시' 새벽배송을 론칭했다.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다. 여의도 면적(87만7250평) 보다 28% 넓다. 직원 수는 2015년 5465명에서 지난해말 6만5772명(국민연금 가입자 수 기준)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쿠팡은 직원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한편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0~2021년 물류와 자동화 기술에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집품과 운반 작업을 담당하는 무인운반 로봇(AGV),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오토 소터(Auto sorter)같은 자동화 IT기술을 도입해 로켓배송 물량은 늘리고 비용 절감을 노린 것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 물류산업의 본질은 지속적인 외부 투자 없이도 확보한 네트워크만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플라이힐(flywheel)을 구축하는 것으로 차별화한 구조적 경쟁력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플레이, 핀테크 그리고 해외사업 등에서 펼친 노력이 고객 증가로 이어져서 기쁘다"며 "이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쿠팡이 매출을 낼 수 있는 전체 시장규모(TAM)를 확대하고 새로운 부문 및 시장에서 혁신을 펼칠 잠재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