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미래세대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준비해야"
상태바
[스토리人] "미래세대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준비해야"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2.12.14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인터뷰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게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먹고 살기 바쁜 대다수 시민에게 환경운동이란 기껏해야 길거리에 버려진 휴지를 줍거나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정도의 인식이 거의 전부였던 게 사실이다.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목표로 살아온 시대에 펼쳐진 당연한 풍경일지 모른다. 그러다 1990년대 초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단체 등이 생기면서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역할을 하는데 기여를 한 대표적 단체 중 하나가 바로 환경운동연합이다.

2018년 초부터 이 단체에서 해양 보전 담당자로 활동해온 이용기 활동가를 <NGO 저널>이 만났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순응해 살다 서른이 넘어 국제 NGO를 만난 계기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과도한 노동 속에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궁금증과 괴로움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30대에 다시 학교에 입학하고 시민단체에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현재 인류와 해양 생태계 그리고 해양 생물의 안전한 공존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 ‘MBTI ENPF’이라며, 항상 쾌활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Beijing Language and Culture University에서 중어중문학 학사를 했고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글로벌거버넌스 시민사회학 석사를 마쳤다.

자본주의 삶에 순응하다 서른이 넘어 가치를 찾아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는 이용기 활동가
자본주의 삶에 순응하다 서른이 넘어 가치를 찾아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는 이용기 활동가

 

- 환경운동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도 보통 대다수 시민처럼 NGO라는 게 뭔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었어요. NGO 개념조차 아주 늦게 알았죠. 원래 전공은 중문학이고 학교는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고, 후에는 지뢰 제거 회사를 다녔습니다. 해외에서 일했는데, 관련해 만난 사람들이 대다수 NGO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죠. 국제 지뢰 제거 NGO라든지 UN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NGO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그 당시 제 업무 환경이 워낙 열악했습니다.

대만이나 터키 이런 나라 사람들과 업무 협의하고 입찰을 받고 하다 보니 잠자는 시간도 들쭉날쭉하고 시간 자체가 부족했죠. 아침에 일어나 새벽 3시까지 일하고 라꾸라꾸 침대에서 자고 하다 보니 건강도 망가지고요. 워라밸 자체가 없는 빡빡한 삶을 살다 폐에 구멍이 나서 수술까지 하게 되니,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회의감이 들더군요. 마침 그 당시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고민하다 경희대학교 NGO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내 삶에서 가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구호단체, 교육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대만에서 탈핵 활동가들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을 알게 되었고, 채용 공고가 나 지원해서 지금까지 만 5년째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 직접 활동해보니 어떤가요? 삶에서 가치 있는 일을 찾자는 기대가 충족되던가요?

“제가 원하던 가치를 찾는데 훌륭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조직 안에서도 시끌벅적한 사안들이 있으면 여러 생각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환경운동연합이 갖는 역할과 의미는 명확하고 그 안에서 제가 활동할 수 있는 역할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 겁니까?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에서 활동합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해양이에요. 지금 주력하는 이슈는 해양보호구역 30% 이상 확대와 질적 관리 문제에요. 그 전에는 수산 관련해서 바다 생태계를 망치는 원인인 기후 위기와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문제와 관련해서 활동했고요.”

-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생소한 말인데, 무슨 뜻인가요?

“불법 어업이란 말은 아시겠지만 비보고·비규제 어업을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네요. 하하. 이를 테면 이런 거죠. 우리나라 카테고리 안에서는 불법 어업으로 분류되는 일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 문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어요. 전 세계 수산물 중 30%, 대략 5마리 중 두세 마리 정도가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으로 잡히고 있고, 그것이 해양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요인이라는 것이죠. 많은 과학자가 이 부분의 증거를 찾았고 현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어요.”

※ 불법·비보고·비규제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 어업 : 2009년 12월 체결된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연방 정부간 해양생물자원의 불법 비보고 비규제어업 방지협력에 관한 협정」에 나오는 말이다. 무허가 혹은 어업활동에 관한 국내외 관련 법규 및 의무를 위반할 경우, 관련 국가 또는 국제 수산기구에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 할 경우, 그리고 공해 또는 국제수산기구 관할 수역 내 무국적 어선을 이용할 경우를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 그렇군요. 그나저나 지금 환경운동연합 조직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인원은 전국적으로 200명 정도 될 겁니다. 중앙사무처가 있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따로 있고요. 화성, 인천 등 전국적으로 54개 정도가 있는데, 중앙사무처에는 스무 명 정도 활동가가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많을 때는 스물다섯 명 정도 되죠.”

- NGO 활동으로 삶의 가치는 찾겠지만 생활 면에서 돈을 번다는 의미는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경실련 쪽 어느 분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저희도 비슷한 수준이에요.”

- 임원과 활동가의 급여 차이가 있습니까?

“없다고 봐야죠. 다만 차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총장제이기 때문에 총장에 해당하는 직급 수당이 따로 있어요. 연차 수당이 5만 원인데, 기본급에서 몇 년을 더 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다른 큰 차이는 없죠.”

환경과 자연과 인간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인 이 활동가. 표정에서부터 그가 가진 소신과 생각이 느껴진다.
환경과 자연과 인간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인 이 활동가. 표정에서부터 그가 가진 소신과 생각이 느껴진다.

 

내 삶의 가치를 찾아서 사는 보람

- 담당이 해양 분야라고 했는데, 지금 가장 큰 현안은 뭡니까?

“우리나라 어업 부분에서 고민이 많아요. 우리나라에는 약 6만 5천 척의 어선이 있는데, 하루 1만 8천 척 정도가 어업 활동을 합니다. 근데 이 밀도가 중국보다 두 배 정도 높고 일본에 비해선 6배 정도 높아요. 근데 어업 활동에 적용되는 수산업법이 과거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현재도 그대로여서 현실과 맞지 않는 거죠.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밀집도 높고 강도가 센 어업 활동이 계속됐을 때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양 생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어요. 그리고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은 행위에 대한 벌칙이나 제재가 높다 보니 준수 사항이 까다로워도 어민들이 잘 지키는 편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민 세력이 워낙 크고 또 어촌계라는 지역사회의 힘이 커서 제가 걱정하는 그런 상황들을 해결하기 많이 어려워 보여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특히 어촌 지역의 유지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부분이 많은데, 법적 현실도 미비한 상황에서 제재나 제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고민이죠.”

- 삶의 가치를 찾는 일이라고 했지만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죠. 하하. 그래도 보람을 느꼈을 때를 꼽으라면 2020년 중국 어선의 인도네시아 선원들 인권침해 사건이 기억납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MBC가 보도했던 사건이에요. 사건 자체는 우리나라 선박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고 중국 선박에서 발생한 건이었지만, 우리나라 항구로 들어와 저희가 함께 도운 일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예나 다름없이 노동착취에 시달리던 인도네시아 선원 네 명이 사망하고 못 견디던 열 몇 명의 선원이 도망쳐 나왔어요.

그분들은 선주와 계약 때문에 그 고통을 받고도 돈 한 푼 못 받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처음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는데 저희와 ‘어필’이라는 공익법센터 단체가 도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국내에 현안을 알리고 해외에서는 다른 단체가 해외 언론에 알리면서 결국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도 개입하게 됐던 사건이에요. 선원들이 차비가 없어 귀국을 못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짧은 시간 동안 모금을 해 비용을 전달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때 큰 보람을 느꼈죠. 반대로 실망스러웠을 때라면 어느 단체든 조직이 커지면서 여러 목소리로 갈려지고 약간 정치적으로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럴 땐 ‘이렇게 활동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약간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 그런 사건이 있었군요. 말로만 들어도 끔찍하네요. 화제를 돌려서 단도직입적으로 하나 물읍시다. 환경론이 힘을 받으면서 반대로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분명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사실 환경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다 똑같은 강도가 아니죠. 어떤 사람은 전기도 안 쓴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관변 단체의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사람, 단체들도 있는데 저희는 어느 정도 타협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정책 중심의 운동을 하다 보니 어쨌든 법안이 통과돼야 해서 타협 지점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거든요.

환경에 관한 무엇이 나쁘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가 마주하는 환경 파괴와 인류를 포함한 생물의 멸종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고쳐나가야 해요. 미래 세대에 망가진 환경을 물려줄 수 없는 노릇이라, 어느 선에서 정도를 지키고 타협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각자 역할에서 좀 더 환경 지향적으로 개선점을 찾아 나간다면 언젠가는 생각이나 실천 면에서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일을 합니다.”

이용기 활동가는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변화부터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기 활동가는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변화부터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작은 실천이 큰 공감대로 커가는 보람

- 저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상식인이지만, 플라스틱 빨대 하나 쓰는 것도 죄악시하는 원리주의자도 드물게 보이더군요. 별다방이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종이 빨대로 바꾼 걸 못 마땅해 하는 저에겐 그런 분들이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원리주의자로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쓰지 말자, 없애자는 식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방식이 가능하냐는 거죠.

“저 개인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옷도 입고 기름 넣은 차도 운전하고요. 하하. 사람 성향마다 다르긴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몸담은 조직의 입장 아닌 순전히 저 개인적인 생각과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럼에도 사람마다 노력하는 부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가치관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고 또 다르다고 해서 비난이나 비판받을 지점은 아니라고 봐요. 다만 만약 저희 활동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많다면 그건 저희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와 같은 환경단체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거죠.”

- 개개인은 합리적인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단체 이름으로 나오는 성명이나 발언들을 보면 논리가 무시무시하더군요. 예를 들어 원전을 아예 악마시하는 경우랄까요? 탈원전도 아예 핵을 완전히 없애자는 식의 주장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일단 원전에 관련해서는 저나 저희 조직이나 탈원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원전 문제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후쿠시마 사태였던 것 같아요. 일본의 기술력이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 당시 독일 메르켈 총리도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이고, 원전에 우려를 해왔던 저희도 그 사건으로 더 명확한 논리를 얻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원전이 계속 지어지고 있는데, 에너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이 짓고 가동한다면 끝이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만에 하나 원전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크죠. 우리 미래 세대도 마찬가지고요. 생태활동가인 저로서는 원전의 대안은 재생에너지라고 말을 하게 되는데 재생에너지도 결국 산과 바다가 파괴되는 문제가 있어요. 환경운동단체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습니다. 어쨌든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원전은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연구해가며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가족이나 친구들도 활동가님의 환경 논리에 동의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죠. 하하. 한 가지 말씀드리면 전 친구가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그냥 버리면 제가 말없이 그냥 줍습니다.”

- 그냥 줍는다고요?

“그것 가지고 싸울 필요 없으니까요. 그냥 내가 줍겠다고 하죠.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반응하고 이 친구가 저를 보면서 뭔가 다른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줍는 거죠.”

- 친구가 담배 피우기 굉장히 부담스럽겠습니다.

“그런가요? 부담 주려는 건 아니에요. 하하. “나는 활동가니까” 하면서 그냥 줍습니다. 가족들의 경우는...일단 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집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십니다. 그냥 다 내려 놓으신지 오래예요. 하하. 아무래도 제가 환경 운동을 하다 보니 집에서 동생이나 어머니도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인드도 전파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시민이 활동가 이상으로 열심히 환경운동 하죠.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확산하면 우리나라 국민 의식 수준도 충분히 유럽 등 선진국 이상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 것이죠. 이 운동을 너무 회의적으로 하게 되면 활동 자체를 할 수 없어요. 희망을 품고 노력하면서 하는 게 중요해요.”

이용기 활동가는 해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환경 문제에 관한 연구 시스템 안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용기 활동가는 해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환경 문제에 관한 연구 시스템 안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 연구 시스템 안착의 절실함

- 환경 운동가 입장에서 현 국회에는 점수를 얼마나 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환경을 생각하는 의원이 30명은 될까요? 그것도 너무 많은 것 같고, 15명 정도 될까요? 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 굉장히 박하네요.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이라고 할지라도 당의 의견을 거스르는 국회의원들은 보기 힘들어요. 당 차원에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따라가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이고 ‘정말 이건 못하겠다, 내 신념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까 싶죠. 지금 정치권은 여야 아니면 보수와 진보로 나누고 있는데 제 기준에서 보면 진보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쪽도 ‘저기에 진보가 어디 있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아주 박한 사람이다 보니 앞으로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환경 문제를 공론화하고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해도 그 소안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거나 워싱을 해주거나 하는 정책들이 아직 많아서 기대치가 많이 낮습니다. 친환경이나 녹색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이름만 다를 뿐 기존 것과 별다르지 않단 말이죠. 아마 다른 활동가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 환경보존과 인류 문명 발전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딜레마에 빠지게 마련인데, 인간과 자연의 만족스러운 공존, 어려울까요?

“양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수평점, 중간점을 찾아 맞춰야 하는 것이고, 지금 현실은 인간 활동이 중간점 이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부분의 생각은 공유하고 있잖아요. 어떤 면에서 자연은 을의 입장에 처해 있어요. 인간은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고요. 따라서 인간이 좀 더 겸손하게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자연은 계속 파괴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공존을 위해선 누군가 욕심을 버려야 하죠. 우리가 풍요로운 생활을 다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낮추고 양보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거죠. 그만큼 시민 의식도 높아지고 실천력까지 따라주면 공존의 기본틀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가끔은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분들 논리가 과학적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기도 합니다.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죠. 만약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환경운동 진영에서도 연구자나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뒷받침할 충분한 논리를 만들 수 있고 증거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와 학자들이 늘어야 하겠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환경 지형 자체가 상당히 열악하잖아요. 그 부분 여력을 갖추는데 노력해야겠죠. 해외 환경단체들을 보면 저희가 봐도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보고서들이 계속 나와요. 우리나라 시민단체에서도 그런 보고서들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은데 그 정도의 퀄리티가 있는 보고서를 만들 여력이 안 되는 거예요. 연구자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소속이 아니라 어딘가로부터 용역을 받아 펀딩 받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차원이죠.

그런 구조 속에서 우리가 집중하는 환경 문제를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논문이나 연구 결과가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회의적이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해외의 여건이 부러워서 많이 살펴보게 되는데, 재단에서 환경에 투자하는 비중이 크고 연구자에 대한 투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환경보존을 위한 근거로 쓰이는 결과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많이 부럽죠. 우리나라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환경 관련 연구자가 많이 필요하고 환경단체에 속해 연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서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재원의 문제인데, 해외 환경 선진국의 경우처럼 외부 간섭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안착이 필요합니다.”

-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세요?

“삶에서 가치를 찾으려고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죠. 이 조그마한 활동들이 모여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면을 추구하고 충족해 갈 생각이에요. 제 아들과 후대 세대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인 거죠.”

- 아들 말씀을 하시는데, 만일 아들이 “아버지 제가 공부해 보니 환경운동은 완전 쓸모없는 헛수고에요. 당장 그만두세요” 하면 어떡하실 건가요. 

“아우 질문이... 하하.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아주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어디 산에 들어가서 6개월 정도 철학적 고민에 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뭘 했지?’ 할 것 같아요. 하하. 제가 해온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길 기대했는데 아들한테 그 얘길 들으면... 반성하면서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아들과 조용히 술 한잔 마시면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얘기를 좀 들어봐야겠죠.”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